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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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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 심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근심은 ‘1% 대 99%’라는 슬로건으로 표현되었다.

1% 대 99%

한때 강력했다.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보수적인 정부들도 움찔했거나, 적어도 놀라는 척은 했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소소한 정책적 변화는 있었으나, 1%를 깜짝 놀라게 할 일은 없었다. 이젠 공격에 제법 맷집도 생겨, 1% 운운하는 소리에 눈길 한번 주질 않는다. 99%는 또 그렇게 지쳤다. 우리는 다시 ‘피곤’해진 거다.

NGO의 좌장 옥스팜(Oxfam)이 그래서 초조해졌나 보다. 1%보다 더 센 걸 가지고 나왔다. 올해(2014년) 초 다보스 포럼 개막을 앞두고 짧은 보고서 발표했다.

이제 딱 85명이다

이젠 1%가 아니다. 딱 85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들 85명의 재산을 다 합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 35억 명의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2013년 현재 세계 인구가 70억 명 정도 되니, 재산만 두고 보면 부자 85명이 세계인구 절반과 막상막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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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좀 치사하다고 할 수 있다. 85명의 부자 중에는, 빌 게이츠와 같이 평판이 좋은 부자도 있다. 진정으로 ‘악독한’ 부자는 85명이 아니라 1%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불평등은 정책과 제도의 문제인데, 이러다 보면 몇몇 부자들에 대한 보복이나 린치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신 나게 때린 뒤 남는 것도 없고 변하는 것도 없기 쉽다.

심지어 85명은 들은 척도 안 할 테고, 35억 명에게는 이 소식이 전해지기도 쉽지 않을 거다. 85명 하고 35억 명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경제학자 파레토는 85명이 이긴다고 말한다.

초조하면 지는 거다

그래도 옥스팜 심정은 이해가 된다. 소득 불평등이 문제라고 그리 목소리를 높여도 꿈쩍하지 않으니, ‘막장’ 드라마와 같은 자극 요법의 유혹은 커진다. 통계에도 ‘막장’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평소 진중하던, 가디언 같은 신문들도 받아서 한마디 거든다. 85명이 탄 이층 버스에 세상의 반이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부추긴다. 나도 읽고 있으면서 짜릿해진다. 이게 ‘막장’의 힘인가?

하지만 초조하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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