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네이티브 광고와 저널리즘의 동거 (상): 네이티브 광고의 배경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편집자)[/box]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현재 존재하지 않다. 개념이 모호할 때는 사례를 통해 네이티브 광고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아래의 예가 광고인지 뉴스인지 우선 제목을 가지고 판별해 보자.
네이티브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
1. 2013년 별나고 큰 변화를 가져온 혁신 (slate.com)
2. 2033년 미래 세계: 위대한 사상가와 미래학자에게 물어보았다 (forbes.com)
3. 당신이 프랑스를 사랑하게 만들 21개의 황홀한 사진들 (buzzfeed.com)
4.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25 곳(buzzfeed.com)
위의 네 가지 사례는 광고일까, 뉴스일까? 모두 광고다! 슬레이트, 포브스, 그리고 버즈피드가 뉴스와 함께 제공하는 네이티브 광고들이다. 뉴욕타임스의 예도 이와 유사하다. 제목, 내용, 형식 등에서 각 뉴스서비스의 여느 다른 뉴스와 구별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정 기업 또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홍보 내용도 아니다.
더욱 특이한 사항은 페이스북 및 트위터 공유 수가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4]의 경우, 2014년 2월 25일 기준, 페이스북 공유 수가 3만 4천을 넘어섰고, 좋아요 수는 11만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이용자 스스로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네이티브 광고를 확산시킬 만큼, 네이티브 광고는 매력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의 성공 사례
이번엔 대표적인 사례에 이어서 성공 사례를 살펴보자.
1. 도요타와 버즈피드, 20개의 가장 멋진 잡종 동물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의 선두 주자다. 리스티클(listicle) 형식을 유행시킨 이후 동일한 방법으로 네이티브 광고에도 접근했다. 2012년 3월 도요타는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 ‘프리우스 C’를 홍보하기 위해 버즈비드와 협력한다. 20개의 가장 멋진 잡종(hybrid) 동물을 나열한 방식은 제품 광고로서는 매우 이질적인 형식이었다.
그러나 “hybrid”라는 유사성이 프리우스와 잡종 동물을 연결해주고 있다. 그리고 해당 뉴스 또는 광고를 PC로 접근할 경우 도요타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 박스가 우측에 위치하고 있어, 브랜드 효과를 가능케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개의 가장 멋진 잡종 동물은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즈피드 창업자 조나 페레티 또한 스스로 이 리스티클을 네이티브 광고의 대표 사례로 뽑고 있다.
2. SAP와 포브스: 20대에 배웠다면 좋았을 10개의 리더십 교훈
20대에 배웠다면 좋았을 10개의 리더십 교훈은 내용상으로 볼 때 포브스의 매체 성격과 딱 떨어진다. 포브스 브랜드 보이스(Forbes Brand Voice)라는 표식이 강조되고 있어, 독자들의 경우 해당 기업이 뉴스의 대가를 지불했음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뉴스의 품질이 설득력을 선사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의 훌륭한 예로서 손색이 없다.
3. 언더 아머와 퍼니 오어 다이: 톰 브래디의 절친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는 코미디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포츠 의류업체인 ‘언더 아머'(Under Armour)는 특이한 방식으로 ‘퍼니 오어 다이’에 네이티브 광고비를 지불했다. 미국 풋볼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인 토머스(Thomas)가 코미디에 출연하였다. ‘언더 아머’와 내용적은 연결지점은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간접광고 기법인 PPL(Product Placement)이 적용되었다.
4.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매셔블: 디지털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10개의 도구
매셔블은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재미있는 정보 또는 유용한 정보를 담은 뉴스를 네이티브 광고라는 이름 아래 만들고 있다. 디지털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10개의 도구는 유용한 정보에 해당하는 뉴스다. 그러나 이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글 중간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매셔블은 해당 뉴스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재정 지원으로 제작된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있다. 단지 매셔블에 의해 제작된 뉴스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기업 블로그에 게재되었을 뿐이다.
5. HBO와 쏘트 카탈로그: 20대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은 과학적 이유 30개
미국 방송 HBO는 지난 2014년 1월 드라마 [걸스](Girls)의 시즌 3을 시작하면서 쏘트 카탈로그(ThoughtCatalog.com)에 20대를 위한 조언을 담은 뉴스를 제작 주문했다. 해당 글에는 드라마 [걸스]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 [걸스] 시즌 3 소개 링크를 담은 안내문이 있다.
이러한 재미있거나 유익한 정보를 가득 담은 뉴스가 특정 기업의 재정지원 아래 제작되어 발행되는 경우가 2013년 이후 매우 증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1월 델(Dell)의 네이티브 광고를 게재함과 동시에 네이티브 광고 전담조직인 콘텐츠 제작실(content studio)을 신설했고, 가디언은 유니레버(Unilever)와 네이티브 광고 협약을 2014년 2월 체결하고 이를 담당한 조직으로 가디언 랩스(Guardian Labs)를 출범시켰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3월 초 일명 주문제작실(custom studios)이라는 네이티브 광고 전담팀을 꾸리는 등 영미 언론사는 네이티브 광고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2014년에는 네이티브 광고가 영미권 언론사 및 방송사에 크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화하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형식: 네이티브 광고는 시각 디자인 측면에서, 네이티브 광고가 게재된 서비스와 눈으로 보는 느낌(look & feel)이 유사하다. 페이스북의 소셜광고(SocialAds), 트위터의 프로모티드 트윗(Promoted Tweets)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네이버 및 구글 등의 검색광고도 형식적인 기준으로 볼 때 네이티브 광고로 구분할 수 있다. 언론사 및 방송사의 경우, 자체 뉴스와 구별을 위해 “Featured Partner(버즈피드)”, “Paid Post(뉴욕타임스)”, “Sponsored Feature(허핑턴포스트)”, “Advertiser Content(NBC)” 등을 네이티브 광고에 별도로 표시한다.
- 언론과 연계될 경우,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언론사에서 발행되고 (네이티브)광고를 전담하는 부서에서 제작된 뉴스형식의 광고를 네이티브 광고라 부른다. 그러나 그 구별의 경계선은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 가디언은 네이티브 광고 제작에 기자가 참여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 전담조직을 주문제작 소셜 콘텐츠(Custom Social Contents)라 부르고 있으며 여기에 4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팀에 버즈비드 기자의 참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네이티브 광고에 있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는 주요한 성과지표다. 따라서 방문자 수뿐 아니라 페이스북 좋아요 및 공유 수, 트윗 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공유 수 등이 네이티브 광고의 효과 측정에 사용된다. 다시 말해 네이티브 광고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유될 수준의 재미와 유익성을 제공해야 한다.
브랜드 저널리즘과 기사형 광고(advertorial)
브랜드 저널리즘은 종종 네이티브 광고의 상위 개념 또는 유사 개념으로 인식된다. 포브스(Forbes)의 경우 지난 2010년 “AdVoice”(이후 BrandVoice로 변경)라는 이름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했다. 여기서 브랜드 저널리즘은, 광고를 원하는 기업이 외부 뉴스 전문가를 고용하여 뉴스를 제작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브스의 대표적인 예로는 지금까지 14만 이상의 방문자 수를 기록한 아이폰 5 관련 뉴스, 3만 이상이 방문한 세일즈포스닷컴 관련 뉴스 등이 있다. 포브스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위에서 살펴본 네이티브 광고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 1]의 분류법의 경계 구분은 유동적이다.
[그림 1]에서 홍보(PR)로 표시된 광고는 일반적으로 기사형 광고(advertorial)라 불린다. 이는 네이티브 광고 또는 브랜드 저널리즘 이전에도 언론사가 광범위하게 적용한 광고 기법에 속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사형 광고는 네이티브 광고와는 달리 특정 기업 및 제품의 장점을 (매우 노골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기사형 광고는 종이신문에서부터 그 전통을 이어받아 디지털 뉴스서비스에서는 꽃을 피우고 있다. 문제는 종이신문에 게재되는 기사형 광고는 강제적으로 소비될 수 있으나, 디지털 영역에서는 그 효과가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네이티브 광고의 장점: 네이티브 광고를 매개로 이용자가 상호작용한다
그렇다면 콘텐츠 과잉, 뉴스 과잉, 광고 과잉의 시대에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주에게 어떠한 경제적 매력을 제공할까? 개별 콘텐츠 및 광고에 대한 이용자 관심이 비눗방울의 생애처럼 찰나에 사라지는 미디어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뉴스 편집국 또는 광고주는 어떻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이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꼼꼼한 조사에 기초한 뉴스이든, 성찰과 통찰력이 넘쳐나는 평론이든, 또는 값싼 느낌이 나는 리스티클(Listicle)이든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전달되어야 존재 의미가 있다. 그 때문에 한국 뉴스서비스 대다수가 네이버 및 다음의 실시간 급상승 인기어에 맞춰 뉴스를 생산하는 행위는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절망적인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수많은 검색 최적화 기법과 뉴스에 등장하는 단어를 링크로 위장하는 이른바 꼼수광고도 결국 이용자에게 콘텐츠 또는 광고를 전달하려는 궁색한 시도 중 하나다.
포털 또는 검색서비스가 지금까지 뉴스서비스에 트래픽을 유도하는 핵심 매개체였다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및 콘텐츠 확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문자 수 기준에서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를 크게 따돌리고 세계 최대 뉴스서비스로 성장한 버즈비드의 경우도, 2013년 1월부터 검색을 통한 방문자 수와 비교해서 페이스북을 경유한 방문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카카오톡, 라인, 왓츠앱 등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또한 뉴스 확산의 매개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광고 또한 뉴스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 또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종이신문과 잡지에 묶여 있는 광고는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용자 또는 독자 스스로 확산시킬 수 없다. 그에 반해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연결된 이용자는 자신들의 친구들에게 (네이티브) 광고를 추천하고, 댓글을 달 수 있다.
또한, 종이 광고, 지상파 광고 그리고 전통 온라인 배너광고 등은 일회성이라는 제약을 가진다. 매체를 통해 이용자에게 광고가 전달되면, 그 광고는 역사 및 기록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URL을 가진 네이티브 광고는, 아래 그림처럼, 뉴스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브랜드 페이지”라는 이름의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이 공간을 매개로 다시 이용자와 소통한다. 해당 브랜드의 트위터 팔로우 버튼, 페이스북 팬 페이지 좋아요 상자, 네이티브 광고 그리고 관련 뉴스 등이 이 “브랜드 페이지”에 모이게 된다. 또한, 좋아요, 댓글 등 소셜 액션과 연결되는 빈도수가 높을수록, 네이티브 광고가 검색서비스 상위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유료화 vs. 네이티브 광고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 캠페인 하나당 10만 달러를 벌어드리고 있다. 또한, 네이티브 광고는 버즈피드의 유일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버즈피드에는 그 흔한 배너광고 하나 없다. 2012년 네이티브 광고로 약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버즈피드는 매출 부분에서도 2013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버즈피드는, 현재 영국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독일시장과 일본시장에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3년까지 버즈피드의 네이티브 광고를 기사형 광고(Advertorial)로 비판하던 가디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전통 언론사들도 최근에는 앞다투어 네이티브 광고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에서 저널리즘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는 모양새다.
광고와 뉴스의 불편한 동거
그렇다면 네이티브 광고가 저널리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형식 면에서 여느 뉴스와 뚜렷하게 구별되지 못하는 네이티브 광고는 결과적으로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광고와 뉴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야후! 뉴스, 버즈피드 등 뉴스사이트 첫 화면에는 노란색 음영으로 표시된 네이티브 광고가 다른 기사들 사이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음영 표시, 스폰서 표시 등을 제외한다면 광고로 인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없다. 내용도 직접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지 않은 규모의 광고비를 지불하는 개별 브랜드가 해당 뉴스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만약 네이티브 광고의 최대 광고주가 자사에 대한 비판 뉴스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1954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당시 최대 광고주였던 제너럴 모터스(GM)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광고주에 대한 강한 비판 뉴스를 쏟아냈던 저널리즘의 용기를 버즈피드에서도 확인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한편 네이티브 광고 제작의 주체도 논쟁대상이다. 버즈피드와 뉴욕타임스의 경우 기자가 직접 네이티브 광고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디언의 경우, 자사 기자가 엄격한 편집기준을 가지고 네이티브 광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정교분리처럼 뉴스와 광고 생산의 주체는 구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널리즘은 그 초기부터 기업 광고와 공존했다. 저널리즘에 대한 광고주의 압박도 늘 있었다. 소비자가 직접 뉴스의 대가를 지불하는 유료화가 아닌 다음에야 광고주와 저널리즘은 언제나 공생과 갈등이라는 이중적 긴장관계 아래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퍼니오어다이 사례에서 PPL의 괄호 안 표기에 실수가 있네요^^..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
말씀해주신 사항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광고주들이 네이티브광고에 만족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2번에서 이런 정보성 기사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SAP 자체가 얻는 이익을 뭐라고 생각하고 이런 데 지출을 하는건지, 한국에서도 그런 식의 길고 멀리 보는 광고주가 있을지도…
결론은 잘 읽었다는 겁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