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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S4 발화 사고와 스트라이샌드 효과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정보를 숨기거나 제거하거나 검열하려는 시도가 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게 하는 역효과를 뜻한다.

왜 ‘스트라이샌드 효과’일까?

사진작가 케네스 애델만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침식을 기록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12,000장의 항공 사진을 찍었다. 캘리포니아 해안선 기록 프로젝트 (California Coastal Record Project)의 일환이었고, 정부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해안선을 샅샅이 찍었기 때문인지 이 사진 중에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말리부 저택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었다. 스트라이샌드는 사진작가와 사진작가의 웹사이트(pictopia.com)를 상대로 프라이버시를 침범했다며 5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신청했다.

소송 전까지는 해당 저택이 찍힌 사진은 웹사이트에서 6회밖에 다운로드되지 않았다. 그중 두 번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변호사가 내려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소송 후 한 달 동안에만 4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방문했다고 한다.

소송은 기각되었다. 당연히 소송 비용 17만 달러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모두 부담했다.

불량품 구입한 소비자의 불만

2013년 12월 2일 유튜브에서 고스틀리리치(ghostlyrich)라는 아이디를 쓰는 리차드 와이갠드(Richard Wygand)라는 이용자가 비디오를 하나 올렸다.

3분 4초짜리 이 비디오는 리차드가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 갤럭시 S4를 충전하기 위해서 전원을 꼽아두고 잤는데, 충천 포트 부분이 탔다며 실제 해당 스마트폰과 충전 케이블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행히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디오의 내용으로 보자면 삼성전자 측은 이 사용자에게 증거를 달라고 하고 영수증을 함께 가져오라고 한 모양이다. 비디오 후반부에 이 비디오가 증거이며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사는 리차드가 사용한 갤럭시 S4는 케이스를 포함한 정품이고, 충전 케이블 역시 정품이었으며, 보증기간도 넉넉히 남았으니 무리 없이 해당 제품을 교환받았다면 이 일은 그냥 어쩌다 재수없게 불량품을 받은 이용자의 불평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구매자를 더욱 열 받게 만들었다.

이 비디오에서 리차드는 삼성전자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고, 편지의 첫 부분은 전에 올린 유튜브 비디오를 내려달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충분히 이해할만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편지 전체를 읽어 내려갈수록 편지의 내용이 터무니없다(bullsh*t)고 말한다.

삼성전자 ‘보상할테니까 입 꼭 다물고 있어!’

리차드는 예전에도 애플 제품을 사용하다가 유사한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때는 애플에 해당 제품을 가져가 그 자리에서 바로 교환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것은 어떤 제조사에서도 생길 수 있는 불량품 문제(defective issue)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신에게 터무니없는 법적인 문서를 들이대며 사인을 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리차드는 화를 숨기지 않고, 삼성전자에 욕을 퍼붓고 비디오를 끝낸다.

삼성전자가 리차드에게 보낸 이메일의 전문은 여기(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가 보낸 이메일

전문은 http://pastebin.com/D3G2iKDP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비슷한 모델로 교환해주는 조건으로 기존에 올린 유튜브 비디오를 포함해 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모든 비디오나 의견을 삭제할 것
  • 이 사실과 관련해 본인과 관련된 누구라도 삼성에 대해 영원히 클레임을 걸거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이 결정은 돌이킬 수 없음
  • 이 사실에 대해 어떠한 경우라도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어떤 조건에서라도 조금이라도 알리지 말 것
  • 이 사실과 관련해 어떤 종류의 클레임도 걸지 말고 클레임에 참여하지도 말 것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이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영원히 입도 뻥끗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이다. 자신은 별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불량품이라고 생각하고, 해당 물건을 교환하려고 하는 소비자가 이런 편지를 받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삼성전자가 한 소비자로부터 영원히 입도 뻥끗할 수 없게 만들려고 한 이 사안은 현재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에게 퍼져 나가고 있다.

충천 포트 부분이 탔다는 걸 알리는 첫 번째 비디오는 88만 번 이상 조회됐고, 삼성전자가 이 일을 영원히 비밀에 부치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폭로한 비디오는 110만 번 이상 조회됐다. 이 사실을 보도한 국내외 매체 기사 및 커뮤니티 역시 적지 않다.

노키아의 주워 먹기

이 일을 지켜보던 노키아 미국 트위터 계정은 일주일 후인 12월 9일 리차드에게 노키아 루미아 스마트폰을 보내주겠다면서 고객 서비스가 *진짜*로 작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윗을 날린다.

그러자 리차드는 어떤 모델을 줄 수 있냐며 대답을 하고, 다시 노키아 계정은 어떤 통신사를 이용하는지 물었다.

이에 리차드는 자신의 통신사가 ‘로저 와이어리스’라고 답하자 노키아 계정은 리차드에게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말하고, 리차드는 8분만에 자신의 이메일을 알려줬다.

그리고 리차드는 다시 한번 노키아에 감사하다는 트윗을 보냈다.

한 가지 더

구글 검색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련의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가 구글 검색 결과에 [“삼성, 갤S4 화재 은폐하려 했다” 주장 제기돼]라는 제목으로 걸려있다. (검색어: 삼성 갤럭시S4 발화. 검색 시각: 2013년 12월 12일 20:01)

구글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4 발화로 검색한 결과

하지만 정작 기사를 보기 위해 클릭을 해보면 “세계 최초 고용량 미니 SSD 발표” 라는 기사로 연결된다. 그리고 조선닷컴 어디에서도 같은 제목의 기사나 해당 내용을 담은 기사는 검색되지 않는다. 어찌된 일일까.

갤럭시S4 발화와는 전혀 관계 없는 기사

구글의 검색 로봇이 실수해서 특정 언론사가 쓰지도 않은 기사를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기사를 내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삼성전자는 캐나다의 한 소비자에게는 먹히지 않았던 ‘검열’을 국내 한 언론사를 상대로 다시 시도한 것일까.

조선닷컴 관련 검색어 검색결과  (검색 시각: 2013년 12월 13일 오전 8시)

조선닷컴 관련 검색어 검색결과
(검색 시각: 2013년 12월 13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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