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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웹툰 “미생”으로 국민 만화가의 반열에 오른 윤태호 작가와 씨네21의 스타 기자였던 김봉석 평론가가 뭉쳐 만화 전문 매체인 “에이코믹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All) 만화(Comics)를 다룬다면서도 정작 만화 자체가 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화 외에 만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일본에서처럼 도서 관련 잡지에서 만화에 대한 글을 일정 부분 할애하거나, 문화 관련 매체에서 만화를 다루는 경우는 있지만, 만화 비평과 리뷰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만화 없는 만화 웹진”을 표방하는 ‘이상한’ 매체의 김봉석 편집장과 함께 에이코믹스의 정체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다. 인터뷰는 2013년 8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에이코믹스 사무실에서 진행했다.[/box]

영화 평론이 주업이었지만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

김봉석 편집장
김봉석 편집장 (촬영: 민노씨)

– 김봉석 편집장은 예전 씨네21의 기자이기도 했고, 영화평 분야에서 팬도 많다고 알고 있다. 대체로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뷰를 당하는(?) 상황이니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시면 어떨까.

공식적인 직장 생활은 씨네필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 전에는 반 백수로 살면서 꽁트도 쓰고 대본도 쓰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출판기획도 하다 망하고 그랬다. 그러다 씨네필도 망하고, 당시 창간 6~7개월쯤 되었던 씨네21에 입사했다. 4년 정도 일하다 6개월 나가 있다가, 다시 들어가 2년쯤 있다 나와서 2년간 또 다른 거 하다가, 또 재입사해서 2년쯤 일했다. 세 번 들어간 거다.

– 그렇게 나갔다 들어갔다 하면 싫어하지 않나? (웃음)

뭐, 필요하니까 받아줬겠지. (웃음) 아무튼 그 후에 KT&G가 만드는 브뤼트(Brut)라는, 만화부터 고급문학, 미술 디자인까지 모두 다루는 문화잡지의 창간부터 일했다. 수익에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괜찮은 환경이었다. 그러다 KT&G 사장 교체 후 정책이 바뀌면서 2년 후 폐간되었다. 그 후에 다시 2년 정도 프리랜서로 일하다 이 일(에이코믹스)을 하게 된 것이다.

– 원래 만화에도 관심이 많았었는지.

영화평론가로 먹고살지만,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 것이고, 미스터리 같은 장르소설, 만화, 일본문학 등 좋아서 즐기다 보니 관련된 걸 찾아보게 되고 글도 쓰게 되었다. 만화평을 처음 쓰게 된 것은 예스24의 채널24에서였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만화평을 격주로 6년 정도 썼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보고 있고 그렇다. 다양한 것들을 좋아한다.

윤태호 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에이코믹스를 만들다

– 에이코믹스의 쌍두마차로 윤태호 작가와 김봉석 편집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 두 분이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에이코믹스 이전에는 만화대상이라든가, 콘텐츠 지원 심사 같은 거 할 때 심사 자리에서 얼굴 본 거 외에는 없었다. 그 외에는 작품과 글로 서로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브뤼트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있을 때, 브뤼트에서 같이 일했던 기자(윤태호 작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를 통해서 연락이 왔었다. 만화에 대한 매체를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 해서 만났다. 2012년 4월 정도 이야기다.

윤태호 작가의 생각은 오래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뜻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모 기관에서 지원할 것처럼 얘기해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 그랬었는데, 얘기가 시작되어 구체화하려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발뺌을 하더니 결국 없었던 일이 되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계속 돈이 나올 법한 곳을 찾아보자며 여기저기 이야기했는데 쉽지 않았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술자리에선 도와주겠다던 많은 분들이 다음날이 되면 모두 자취를 감추”더란 얘기가 농담이 아니었나 (웃음)

그렇다. (웃음) 아무튼 한동안 가끔 만나며 이야기만 계속 하다 구체화를 한 것은 “미생”이 성공하고, “미생”의 출판사인 위즈덤 하우스가 초기 자금 지원과 매월 일정액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부터였다. 사실 돈을 더 만들어서 가볼까도 했는데 사실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띄우자고 하게 되었다.

최소한의 꼴을 갖출 정도로만 비용을 최소화해서 시작하기로 하고, 올해 5월부터 최대한 서둘러 준비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공식 런칭일을 8월 8일로 확정했했다. 사이트에 티저도 올라오고 있고. “만화 없는 만화 웹진” 말하자면 만화 연재가 없는, 만화에 관해 얘기하는 웹진이 모토다.

2013년 8월 8일 공식 창간 예정

– 왜 하필 윤태호 작가가 김봉석 편집장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는가

윤태호 작가
윤태호 작가(출처: 페이스북 프로필)

윤태호 작가의 생각은 그랬다. 내가 장르라는 것들, 영화,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관해 관심이 있고, 총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또 하나는, 어쨌든 지금 일이 매체를 만드는 것인데, 만화계 내부에서 이걸 사실 제대로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어쨌든 나는 브뤼트의 창간부터 폐간까지 관여해봤었고, 일간지부터 월간지까지 여러 형태의 잡지를 모두 경험해봤다. 잡지의 전문가로서의 경험이라는 것들이겠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비평과 관련된 매체는 대중의 신뢰를 잃으면 끝이다. 영화 잡지들이 그렇지 않았나. 광고성 글도 많고, 감독이나 배우 등과의 친분에 좌우되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한국의 매체들은 정부에 유착하거나 기업에 유착하면서 버텨온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매체는 업계나 산업과 너무 밀착하면 안 된다. 사실 만화가 마이너한 장르고 바닥이 좁기도 하고 해서 평론가, 교수, 업계 등 서로가 너무 밀착되어 있었다. 매체를 만든다고 하면 업계와 지나치게 친하지도 적대적이지도 않은 거리가 필요하다.

매체는 항상 관련 업계와의 유착을 경계해야

– 그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 김 편집장이라는?

그러니까 윤태호 작가의 생각이 그랬다는 거다. (웃음) 신문 방송이 기자들의 부서나 출입처를 돌리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렇게 돌리다 보면 전문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딜레마가 없는 것은 아닌데 기본적인 생각은 그렇다.

– 에이코믹스의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윤태호 작가는 공식적인 직책이 없다. 에이코믹스의 주주로서 홍보 마케팅도 하고, 상징적인 존재? (웃음) 하지만 사실 듣보잡인 내가 이런 걸 하겠다고 하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나. 이 프로젝트는 윤태호 작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역할이다.

윤태호 작가님 외에는, 만화 기획 쪽에서 오래 일하셨던 대표님과 나 그리고 기자 2명, 이렇게 5명이다. 기자 2명은 브뤼트에서 함께 일했었다. 윤태호 작가 인터뷰도 했고 만화에 관심 많고 글도 쓰고 했던 분이다.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하고 시작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작한 것이다. 일이 수월하게 잘 돌아가면 인력이 늘겠지.

아무튼, 여러모로 우리가 많은 기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인디 매체다. (웃음)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한 것이다.

만화 없는 만화 웹진, 가볍고 재미있는 콘텐츠 채워나갈 터

–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만큼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려면 외부 필자를 많이 활용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외고(외부 원고)를 받든 내부에서 소화하든 최소한의 인력은 2명이다. 사실 이 정도를 갖추고 나니 외부 필자에게 줄 고료가 없다.

기획 중인 코너 중에 “데일리 베스트 10″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내부 기자가 소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코너만 외부 필자, 만화를 좋아하고 많이 알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맡겼다. 6명이 각 요일(토,일은 1명)을 맡아 그 날 올라온 웹툰 중 베스트 10을 뽑는 것이다. 확정적인 외고는 그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내부 인력으로 나머지를 채울 것이다.

공짜로라도 써주겠다는 분도 있지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얘길 내가 먼저 할 수는 없다. 어떤 시점에서 얼마를 나중에 주겠다는 것인지 생각하는 게 더 복잡하다. 그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게 되니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매체의 중심은 대중이다. 에이코믹스를 독자들이 보고 나서, 이 만화 재미있을 거 같은데? 하며 그 만화를 보게 이끌거나, 글을 읽으면서 만화에 관심을 가지고 만화라는 것을 통해 이러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많이 얘기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1차적으로. 장기적인 목표로 좀 더 비평적인 틀도 세우고 하면 좋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에이코믹스 "데일리 베스트 10" 코너
에이코믹스 “데일리 베스트 10” 코너

– 앞으로도 만화 자체를 연재하거나 할 계획은 없나.

없다. 당장 원고료 문제도 있고, 우리가 실으면서 비평을 하기는 어렵다. 우리 매체에 만화를 실으면서 남의 매체나 포털 만화를 비평하는 것은 부담되기 때문에 윤태호 작가가 하지 말자고 했고, 동의했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신인 만화가 공모전 같은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다.

– 에이코믹스는 만화 웹진을 표방한다. 아무래도 김 편집장님의 과거 전력 때문에 씨네21이 생각나는데, 에이코믹스는 어떤 콘텐츠들이 올라가는가. 역시 캐주얼한 쪽인가?

당연히 본격 비평을 안 싣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캐주얼하고 가려고 한다. 이를테면 윤태호 작가와 기자가 함께 만화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다.(“스페셜 인터뷰”) 기자는 일반적인 질문을 하고, 윤 작가는 같은 만화가로서 그림이라든가 연출 같은 부분을 함께 얘기하는 식이다. 이런 인터뷰를 통해 한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인터뷰를 할 생각이다.

이런 심층적인 내용도 있지만, 독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으면 한다. 잡지라는 것은 100중에 20만 그 독자에게 좋다, 재밌다는 느낌을 줘도 좋다고 생각한다. 심도 있는 비평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할 생각이지만 지금 당장 놓인 상황에서 거기까지 건드리기는 힘들다.

– “데일리 베스트 10″도 그렇고, 웹툰을 주로 다루려고 하는 것인가? 이유가 있는가?

아무래도 가장 대중적인 관심사가 웹툰 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만화, 그래픽 노블 이런 것도 다 다룰 생각이다. 좋은 작품들을 내는 출판사들이 많이 있다. 세미콜론, 애니북스, 미메시스 같은. 그런데 이런 데서 내는 작품들에 대한 평이나 나왔다는 사실이 실리는 공간이 없다. 만화에 대한 지면 자체가 없다.

일본만 해도, 만화 비평 전문 매체는 없지만, 도서 관련 잡지에서 상당 분량으로 만화를 다룬다. 만화가나 작품에 대한 글이 무크지처럼 묶여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미생”,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대박이 나거나, “아키라”나 “진격의 거인”처럼 화제성이 있어야 겨우 다루는 정도다.

아무튼 우리나라든 아니든, 웹툰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좋은 만화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

– 그 밖에 어떤 코너들을 계획하고 있나. 에이코믹스의 정체성, 특색, 킬러 아이템 등등?

"스페셜 인터뷰"와 "더 룩" 코너
에이코믹스 “스페셜 인터뷰”와 “더 룩” 코너

“만화사용설명서”는 하나의 작품을 놓고 그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파고 드는 코너다. “몬스터”(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작품을 예로 들면, 인물관계도, 배경 등등을 다 정리하고 풀어놓는 식이다. 하나의 만화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리고 만화나 장르를 다양하게 다루는 기획특집도 꾸준하게 할 생각이다. “순정만화? 여성만화!”, “한국만화박물지”라든가, 이 만화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네 맘대로 OST”처럼 심심풀이로 쉽게 보는 코너도 있는 등, 다양하게 구성을 하려고 한다. 그중 아무래도 킬러 콘텐츠는 “데일리 베스트 10″과 “스페셜 인터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우리 사이트에 와서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웹툰은 사실 너무 금방 사라진다. 연재 중에는 관심 가지다가 끝나면 사라지고, 그중 책으로 나오는 것은 조금이다. 작품 자체의 댓글은 너무 소모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독자들이 오래동안 어떤 작품이나 만화에 대해서 논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웹서비스이다 보니 온라인 친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특별한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 것이 있나.

하루에 2~3개 이상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도 다 시작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모르고 그렇다고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여력은 안 되어서 고민 중이다. 홍보 등도 할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그래서 윤태호 작가님이 “미생” 연재 끝나고 인터뷰 많이 한다. 끝에 꼭 에이코믹스 언급하고. (웃음) 홍보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닌데 역시 문제는 돈이다.

– 특정 장르를 다루는 매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영화 잡지나 웹서비스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 만화 비평/평론 매체의 장기 지속을 위한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보통의 오프라인 매체들의 경우 1년 6개월 안에 그달 손익분기가 맞춰지면 성공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쉽지 않다. 말하자면 1년 6개월 이상은 들이부을 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웹 매체를 시작하면서는 더 쉽지 않다. 광고를 누가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윤태호 작가의 맨파워에 의존하고 있긴 하다. 일단은 매체의 실체를 보이면서 외부 투자 등을 받으려 하고 있고, 외부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비용을 최하로 낮추면서 매달 순익을 맞추는 게 목표다.

알고 보면 가난한 매체, 에이코믹스

– 계속 돈 얘기만 나온다. (웃음)

사실 우리는 가난하다. 윤태호 작가님도 있고 위즈덤 하우스가 지원한다고 하니 우리가 돈이 많은 줄 아는데 오해다. 강조해달라. (웃음)

– 슬로우뉴스에 비하면 많아 보인다. 사무실도 있고 명함도 있고. (웃음)

– 오늘날 한국 만화 시장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하지만 명함도 있는 매체.
하지만 명함도 있는 매체.

만화라는 게 나라별로 상황이 무척 다르다. 미국의 디씨코믹스, 마블코믹스는 대기업 소속이고 캐릭터는 회사 소유, 작가는 고용되어 있다. 영화화도 활발하다. 그런데 한국은 만화산업 자체가 수익 모델이 거의 없다. 이전에 일본 잡지 모델을 가져왔다가 하향세가 되면서 포털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거의 완전히.

전통적인 만화 출판사(학산,대원 등)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작품을 내는 만화가들은 “내가 만화산업에 종사한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네이버/다음 담당자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적을 거다. 물론 그분들도 만화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지만 그 기업이 그렇지는 않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트래픽 같은 걸로 평가받고. 그나마 요즘은 여러 상황에서 만화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체적으로는 혼란기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무언가 모색을 해야 하는데 누구도 뭐가 맞다고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파워는 네이버와 다음에 있다고 본다.

–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에이코믹스의 역할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만화라는 문화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얘기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90년대 중반만 해도 오락 정도로만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영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은 매체의 영향이 컸다. 영화를 보며 철학이나 사회, 경제 등을 연관 지어 말해도 어색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데 만화는 아니다. 구체적인 평가나 논의가 없으니 선입견으로만 판단하는 거다. 표현의 자유 문제도 그렇고. 물론 문학계에도 마광수 장정일 논란도 있었고, 영화도 범죄와 연관되기도 하지만(공공의 적, 호스텔 등), 만화는 늘 학교폭력이니 뭐니 이런 것들과 연관되는, 그 자체로 나쁜 장르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깨나가고 싶다.

"에이코믹스" 티저 사이트 (2013-08-04 현재)
“에이코믹스” 티저 사이트 (2013-08-04 현재)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 

– 가벼운 질문으로 마무리해 보자. 좋아하는 만화가는 누구인가, 웹툰 즐겨보나.

아다치 미츠루(“터치”, “H2” 등)와 다카하시 츠토무(“지뢰진”, “폭음열도” 등). 사실은 나이가 좀 들다 보니 특정한 작가를 좋아한다기보다 두루두루 아끼는 작가와 작품들이 생기더라. 이토 준지의 “우국의 라스푸틴”도 인상적이었고. 후루야 미노루(“이나중 탁구부”, “두더지” 등 작품들도 좋아한다.

사실 웹툰은 잘 안 봤다. 스크롤을 하면서 보는 것에 어색함을 많이 느꼈다. 만화책이 주는 연출감이 안 느껴져서. 적응의 측면도 있었겠지. 그래도 몇 년 전부터는 관심작들을 보고 있었고, 요즘은 더 많이 보게 되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많이 봐주시고, 후원도 해주시고. (웃음) 반복해서 말하지만, 매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다. 매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독자가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보고 즐거울 수 있는 매체를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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