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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정치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 특위 구성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진선미, 김현 의원(민주당)이 특위 위원 자리를 스스로 내려놨다(2013년 7월 17일). 이 두 의원의 사퇴를 통해 개인과 조직, 국회의원과 정당, 더 나아가 역사와 정치, 그리고 본능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사퇴를 발표하는 진선미 김현 의원 (민주당)  2013년 7월 17일, 국회
사퇴를 발표하는 진선미 김현 의원 (민주당)
2013년 7월 17일, 국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어떤 일들은 혼자서 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것은 혼자서 하는 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글이나 그림 등도 여럿이 모여 분업화시키는 형식으로 결과물을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일 대부분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게 되고, 그 조직이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사람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이때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할 때와는 달리 필연적으로 부수적인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을 계획하고,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역할을 분배하고, 일의 진행을 관리 감독하며,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들이 그런 부수적인 일들이다. 거기에 조직 구성원 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간적인 문제들까지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조직 관리’가 원래 해야 하는 일보다 더 커지고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조직 구성원은 이 조직이 과연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혼자 할 수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고,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직’은 필수불가결한 구성물이 되긴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항상 정확히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언제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조직보다는 그 안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스타들에게 더 주목하게 되기 마련이고, 마치 그들이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진선미, 김현 의원의 경우

진선미
진선미 의원
@트위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되기까지 이 두 의원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었다. 사실상 이 두 의원이 국정조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해도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일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딴지라디오에서 제공하는 [딴지 이너뷰] 코너에서 진선미 의원을 직접 초대해서 자세히 들어보기도 했었다. 해당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과연 민주당의 “조직”이 진선미 의원의 활약을 얼마나 지원을 해 줬는지 궁금했었고, 실제로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참조: 딴지 이너뷰 – 진선미 국회의원: ’18대 대통령 선거의 내막!! 원세훈 국정원장과 가카’, 2013년 3월 28일)

물론 제1야당에 속한 의원의 신분으로 당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없었고 혼자 다 했다는 답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당내 다른 선배 의원(진선미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라는 점을 참작하자)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명확하게 얘기했다.

진선미 의원실에서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의 도움도 엄청난 힘이 되었겠지만, 당내 각 의원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진선미 의원은 민주당의 당내 역량을 모아 외부로 표출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일 수도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두 명의 간판스타가 역할을 떠맡고 나서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형식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그 결과 국정조사가 시작되었고, 진선미, 김현 두 의원의 활약상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새누리당 측에서는 국정조사위원 직에서 두 의원을 배제해야 위원회 활동에 임하겠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두 의원은 스스로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를 한 상태였다. 제1당의 횡포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더 중요한 문제로 인해 스스로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는 희생이었다는 점도 기억해 줄 필요가 있겠다.

지지자들의 분노

사건이 이렇게 진행이 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끓어 올랐다. 매사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민주당에 비해 진선미, 김현 두 의원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던 상황이었고,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하던 많은 지지자들은 왜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나서서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겨우 비례대표 초선에 불과한 진선미 의원 같은 이들만 나서서 고생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국정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 http://blog.naver.com/smjingogo/60192982310 진선미 의원 블로그, smjin.com  2013년 5월 8일(수),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국정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
진선미 의원 블로그, smjin.com
2013년 5월 8일(수),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거기에 겨우겨우 국정조사를 성사시켜 놨더니 정작 간판스타 둘을 조사위원회에서 배제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요구가 나오고, 그 요구를 또 민주당이 들어주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하긴 하는 거냐, 새누리당과 무슨 이면 계약이라도 한 거냐, 여태껏 모든 것을 다 추진해온 일 잘하는 두 사람을 빼놓고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거냐, 온갖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당연한 분노였으며, 필요한 분노이기도 하다. 특히나 여당을 상대하면서 각을 세울 줄 모르고 언제나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김한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대해 고깝게 생각하던 수많은 열혈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형국 자체가 못마땅할 수도 있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런 정황을 모두 이해하면서도, 이 부분에서 과연 진선미, 김현 두 의원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조사하는 국정조사에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것인가, 어떤 일을 처리하는 조직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상황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레터 33호: 국정원 국정조사를 시작하며(2013년 7월 5일) 김현 의원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669082039772681&set=a.475674209113466.126336.472239522790268&type=1
뉴스레터 33호: 국정원 국정조사를 시작하며(2013년 7월 5일)
김현 의원실 (페이스북)

일은 조직이 하는 것이다. 만약 두 의원이 여태껏 확보한 독자적인 정보가 있다면 민주당 내에서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와 자료를 활용해서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은 최소한 야당의원의 자격으로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어야 하는 일일 뿐이다.

일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각개 의원들 모두의 능력이 그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다. 그런 함량 미달의 의원들이 야당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고, 그런 엉성한 조직이 제1야당의 역할을 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민주당 내에 그런 함량 미달의 의원들이 전혀 없지는 않고, 곳곳에서 눈에 띄기도 한다. 그래서 조직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하면서도 무척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것이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민주당이라는 조직이 활성화해야 하고, 당이라는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원론이 맞다고 얘기하고 싶다.

국회의원이라는 것, 정당이라는 것

국회의원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독자적인 입법기관으로서 헌법기구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총선이라는 절차를 거쳐 국민들, 유권자들 모두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직책을 떠맡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이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정당을 결성하고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하나의 정당이라는 조직은 이 사회가 굴러가기는 데 필요한 조직 중에서 가장 상층부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집단이 된다.

그런 집단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한두 사람의 역량이 조직 전체의 역량보다 더 많은 결과를 내고, 그 결과 한두 사람이 유권자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게 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국회의원, 특히 지역구 의원들은 재선을 위해 사회적인 인지도, 쉽게 말해 스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당보다 우선 자신의 명성을 더 높이고 싶어하게 되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고 나무라서도 안 된다. 그게 진짜 문제라면 지역구 선거제도를 없애고 전폭적인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될 일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유권자, 지지자들이 특정 의원의 활동에 열광하고 그에게 더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기를 원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수록 자신이 바라는 정치적 가치가 사회에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항상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300개 금배지 중에 한 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정당이라는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사회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두 명의 의원이 일을 못 하게 되는 것, 물론 이 상황도 안 좋은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정당이 일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더 심각한 문제이며, 이 정당이라는 조직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일을 못 하면 그 사람이 맡은 일만 망가지겠지만, 한 조직이 일을 못 하게 되면 한 사람이 맡은 일과는 비교가 안 되게 큰일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그 조직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조직이라면 사회 전체에 재앙이 불어 닥치게 된다.

이렇게 언제나 내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어떤 규모의 문제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본능인가

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시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인 조직의 문제를 지켜보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자연인 한 사람의 행동거지에 더 쏠리기 마련이다.

비슷한 일들이 하도 많아서 어떤 예를 들어야 할지도 망설여진다.

쉽게 표현하자면,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기 집권세력의 정치적 정체성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민주당은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연인 문재인의 덕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권력을 잡게 되었을 때, 어떤 사람들이 이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우리 사회의 가동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 전체를 어떤 식으로 이끌고 나가게 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재인 개인에게 열광하고,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집착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안철수 지지자들에게서도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 물론 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몇 배 이상 강하게 나타난다. 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심지어 박근혜조차도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하자면 별 차이 없는 정치인들일 뿐이다. 그런 정치인들 개인에게 집착하는 일들은 참 허무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었고, 더 과거로 돌아가 박정희 지지자와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승만 지지자들은 뭐 안 그랬을까?

이렇게 돌이켜 보면 오히려 지금 얘기하고 있는 주제, 개인에게 집착하지 말고 조직을 살펴보고 구조를 살펴보자는 주장이 오히려 공허한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인간의 본능은 조직이나 정당 같은 추상적인 존재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자연인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도 명색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유권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도 그런 인간의 본능에 지배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본능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는 본능과의 싸움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본능에 맞서 이성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당연히 인간이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권리 중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비중을 본능에 맡겨 두고 또 어느 정도의 권한을 이성에게 위임하는가를 결정할 필요는 있다. 백 퍼센트 이성적인 행동만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문명사회라면 최소한 그 비중을 이성 쪽에 조금이라도 더 주고자 하는 고뇌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집권세력에 분노한 나머지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 관심을 동력 삼아 이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사람들이 또 다른 본능에 지배를 받으며 집단보다는 개인, 정당이라는 조직 보다는 그 안의 스타 의원 개인들에게 집착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아가자는 소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는 팬클럽 활동이 아니다. 물론 팬클럽 활동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재미에 빠져서 큰 그림을 망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다만 1%라도,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본능보다는 이성에게 우선권을 주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행동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들인지 잘 알면서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런 행동을 잘 못하면서도 남들에게 권하자니 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필 재수 없게 이런 글을 읽게 된 당신이 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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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이성 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다 중년 백수 구공탄아!
    맨날 꽁짜술자리 찾아댕기구 구라나 까며 소일하는 잉여주제에…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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