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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08년 방송위원회를 개편하여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통합하며 출범했다. 방통위 전신 중 하나인 방송위원회는 1980년 언론통폐합과 함께 「언론기본법」에 의해 구성되었다. 당시 정치 상황을 반영한다면 방송 독립성보다는 방송 규제, 감독 기관으로서 방송위가 자리매김한 것이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 사진은 언론통폐합으로 없어질 언론사 명패를 선별하는 모습.

시작부터 잘못된 방송통신위원회


전두환 정권에서 언론정책은 한마디로 ‘어용 언론’과 9시에 땡 하면 뉴스앵커가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이라는 멘트로 알려진 대통령 근황 소식을 전달하는 ‘땡전 뉴스’로 알려질 만큼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에 방송위의 역할은 제한되었고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조직에 불과했다.

민주화 이후 언론 독립성이 강화되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 방송에 통신서비스를 포함한 방통위가 출범했다. 방송과 통신 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출범 초기부터 문제 소지가 커 시민단체와 학계의 비판을 받았다.

기존 방송위원회는 입법, 사법, 행정으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존재하여 나름대로 자율성을 가진 조직으로 안정화되었지만, 방통위는 대통령 소속기관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대통령실 소속인 관계로 행정기관일 수밖에 없고 방송·통신의 독립적 정책 마련이나 심의가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방통위 인적 구성이다. 방통위는 1명의 위원장과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 국회, 정당 등 추천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정부 여당 추천위원 3인(위원장 포함)과 야당 추천위원 2인으로 구성된다.

여·야당 정치적 타협이 만든 방통위와 방심위


무엇보다 방통위는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기 ‘타협’의 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한나라당(현재 국민의힘 전신)과 대선에 패배한 대통합민주신당(현재 더불어민주당 전신)은 방통위를 출범하면서 정치권 역학 관계를 반영했다. 여당과 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구조에 합의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2008년 출범할 때부터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 사실상 방송 영향력을 통한 여론관리 성격이 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은 당연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위원 추천을 함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여당) 교섭단체가 1명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야당)가 2명을 추천한다. 여기에 대통령 소속기관이란 점에서 방통위는 태생적으로 중립적인 조직이 아닌 정치 조직화할 소지가 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 방송위원회 시절 심의 분야와 (구)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흡수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하 「방통위법」) 제5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설립 근거를 마련하였다. 방심위의 구성 역시 정치권의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방통위법」 제18조(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등)에 따라 심의위원회 위원(이하 “심의위원”이라 한다)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3인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한 사람을 위촉하고, 3인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위촉한다고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이라는 정치적 구도 속에서 위원을 추천한다.

▲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 구조도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치적 후견주의 따르는 방송·통신 규제기관


결국 한국의 방송과 통신 정책을 관리, 감독하고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송사 인허가권, 방송 심의 통신 내용규제 등을 결정할 막강한 권력이 방통위와 방심위에 몰렸다. 두 조직의 구성은 정부와 정당 추천으로 결정된다.

방통위는 「방통위법」에 따라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지상파방송 및 종편·보도 PP에 대한 방송 정책, 방송·통신사업자의 금지 행위 위반 시 조사·제재,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시행,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광고, 방송프로그램 편성 및 평가정책 수립·시행, 미디어다양성 정책 등을 담당한다.

방통위 소관 업무 중 쟁점이 되는 것은 바로 한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이사 추천 및 감사 임명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사장·이사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이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방통위 의결에 따라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역시 여당과 야당추천 이사라는 정치 논리가 그대로 작동한다.

방심위는 「방송법」에 규정된 사항의 제재조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과 통신윤리에 필요한 상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실질적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내용규제를 담당한다. 방심위는 방송과 통신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후 내용규제를 통해 방송은 재허가 등에 감점을 부여할 수 있고 통신은 게시글 삭제 조치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방통위·방심위 제도 개혁은 시대적 요구


지난 15년 동안 방통위와 방심위는 어느 정권에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정치권 추천 인사들은 국민을 위한, 이용자를 위한 방송·통신 정책을 고려하기보다는 정부와 정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정책 방향에 따라가기 바빴다. 심지어 현재는 공모 방식으로 일부 개선되었지만, 놀랍게도 일부 정당은 지명으로 방통위원이나 방심위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정치권 추천 인사도 항상 논란거리가 되었다. 방송과 통신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정치인 출신, 또는 선거캠프 경력 인사들이 추천되어 정작 방통위와 방심위 전문성은 약화하였다. 대부분 정치적 배경, 방송 또는 신문사 출신 인사, 시민단체 관계자, 법조인 등이 추천되었고 인터넷 통신 정책이나 통신 심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는 추천받지 못했다. 결국, 제도 자체도 문제이지만 추천 시스템에서 정치권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방통위와 방심위의 전문적 역량을 가진 인재가 추천되기는 어렵다.

3가지 선택지… 언론계, 시민사회의 노력 필요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방송·통신 정책 주무조직을 언제까지 정치적 소용돌이에 두어야 할까? 이제는 정치권과의 결탁 고리를 끊어야 한다. 좀 더 개방적이고 중립적인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소한 통신과 방송의 전문적 영역에서 중립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심의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언론 시민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학계에서도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이 되어도 차관급 2자리라는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방통위 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많다.

  1. 첫째, 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천 방식을 좀 더 개방적이고 학계와 기자협회 등 언론 유관단체, 시민사회의 참여를 늘리는 방법.
  2. 둘째, 단순 다수결 방식의 의결이 아닌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66.6%(2/3) 이상의 의결이 필요한 제도 보완.
  3. 셋째, 방통위 구성을 신문과 잡지까지 포함하고 정치권 추천 인사가 다수가 될 수 없는 입법부(국회) 산하 “미디어 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방법.

세 가지 선택지 외에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방통위와 방심위의 객관성을 강화하고 공정한 미디어 정책을 제시할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파행적인 방식의 이사장, 이사, 사장의 교체를 막고 방송·통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


민언련 특별칼럼

윤석열 정권이 노골적 공영방송 탄압에 이어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빌미로 ‘가짜뉴스 근절’이란 명분 아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네 번째로 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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