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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제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올해 12월까지 10만 원을 기부하면 이듬해 2월 연말 정산 때 10만 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3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도 받는다. (소득세를 내는 사람만 해당된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추석 연휴를 마무리하면서 생각해 보기 좋은 주제다.
  • 지방 정부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줄여서 지방 정부로 보낸다는 이야기다. 지역 차원에서는 3만 원 선물을 주고도 7만 원 이익이니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세수(세금 수입)를 여기서 떼서 저기로 보내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 단순히 세금을 돌려 받는다는 차원을 넘어 지역 단위의 혁신 사업에 투자하고 투자와 고용, 공동체 회복의 선순환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알아보자.

  • 10만 원까지 100%의 세액 공제를 받는다.
  • 10만 원이 넘으면 16.5%로 500만 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만 원을 내면 10만 원을 돌려 받지만 20만 원을 내면 10+1.65=11만6500원을 돌려 받는다.
  • 여기에다 기부금의 최대 30%를 포인트로 주는데 이 포인트로 답례품을 구입할 수 있다. 500만 원을 기부할 경우 90만8500원을 돌려 받고 150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답례품이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지역 상품권으로 받아서 현금처럼 쓰는 것도 가능하다.
  • 주민등록 주소지의 광역시나 도에는 기부할 수 없다. 이를 테면 주민등록 주소지가 군포시로 돼 있으면 경기도에 기부할 수 없다. 울산시 주민은 울산시에 기부할 수 없다. 대전에 사는 사람이 서울 영등포구에 기부하는 건 가능하다. 고향이 아니라도 지금 살고 있는 곳만 아니면 된다.
  •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고향사랑 기부제로 진행한 기부 건수는 10만4860건, 기부 금액은 133억 원에 이른다.
  • 답례품 금액을 보면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강원특별자치도 순으로 많았다.

이렇게 한다.

  1. 고향사랑e음에 접속해서 회원 가입을 하고,
  2. 기부할 지역을 선택한 뒤,
  3. 계좌 이체나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4. 포인트가 발급되고 답례품 몰에서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이 벤치마크 모델이다.

  • 일본은 ‘고향(ふるさと) 납세’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445만 건에 8302억 엔을 기록했다. 실제로 경제 효과는 2조8044억 엔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28조 원 규모, 이하 엔화를 원화로 환산.)
  • 한국과 일본의 차이라면 한국은 정부에 낼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이고 일본은 살고 있는 지역에 내야 할 주민세를 아예 다른 지역에 내는 방식이다. 참고로 한국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5:25인데 일본은 60:40다.

세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단순히 답례품을 골라서 받는 방식을 넘어 지방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하고 시민들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하 엔화를 원화로 환산.)
  • 인구 5264명의 산골 가네야마에서는 ‘시간 디자인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해 1200만 원을 모금했다. 가네야마에서 키운 땅콩과 고구마를 보내주고 온라인 요리 교실을 열었다.
  • 가사이에서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자는 크라우드 펀딩이 2억 원 목표를 훌쩍 넘어 7억 원에 육박했다.
  • 야마가타에서는 토란찜 행사를 하는 데 필요한 6m 크기 냄비를 새로 만드는 사업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안해 3억1000만 원을 모금했다.
  • 오키나와 나하에서는 불타서 무너진 슈리성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94억 원을 모금했다. 일반 기부까지 더하면 156억 원이다.
  • 지역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도 많다. 고령자 비율이 48%에 육박하는 진세키코겐은 동물보호 단체와 함께 ‘유기견 안락사 제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5300만 원을 모금했다. 시라누카는 해양 조사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2만 명 이상이 참여해 24억원을 모금했다. 가메오카는 친환경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3억6000만 원을 모금했다.
  • 도쿄 분쿄구는 민간 기업과 협업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해 빈곤층 아이들에게 식사 배달을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재정은 탄탄하지만 구체적으로 사업 목적을 제안하고 참여를 늘린 사례다.
  • 신승근(한국공학대 교수)과 조경희(국회도서관 조사관)은 ‘가슴 뛰는 기부 혁명: 지역을 살리는 고향사랑 기부제 교과서’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부를 받으려면 지역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입의 자율성과 지출의 책임성이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의식을 고양해 진정한 지역 경영 시대로 전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이다.

답례품이 중요하다.

  • 일본의 경험을 보면 일단 답례품이 매우 중요하다. 미나미아와지의 양파는 바닷바람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고 맵다고 한다. 몬베쓰의 가리비도 인기다. 각각 답례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몬베쓰의 유빙(빙하 얼음)도 인기가 좋다. 아이스 박스에 담아서 보내준다.
  • 도쿄 시부야구는 미야시타공원 이용권을 준다. 수공예 마을로 유명한 히가시카와는 다리 다섯 개인 의자를 보내준다.
  • 일본 미야코노조는 고향납세로 198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 지역 소고기인 미야자키규(牛)와 전통 소주를 답례품으로 준다. 고향 출신이 기부하는 경우는 10% 미만이고 답례품 때문에 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덕분에 아이 보육료와 임산부 검진 비용을 무료로, 중학생까지는 의료비도 무료로 제공한다. 기부금 덕분에 젊은 부부 전입도 늘었다. 2014년에는 5가구뿐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 211가구가 들어왔다.

홍보도 중요하다.

  • 미야코노조의 또 다른 답례품은 구로기리시마 소주다. 1000만 원을 기부하면 소주 365병을 보내준다는 이벤트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실제로 22명의 기부자가 1000만 원 이상을 기부했다.
  • 흑돼지로 유명한 이치키쿠시키노는 기부금을 받아 농예고등학교 학생들을 지원하겠다고 홍보했다. 학생들은 돼지우리를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양돈의 기초를 충실하게 배웠다. 이치키농예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흑돼지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고향 납세를 활용했다.

다르게 생각해 보자.

더 깊게 들어가 보자.

  • 고향사랑 기부제의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지방행정연구에 실린 주만수(한양대 교수)의 지적이다. (참고 문헌: 고향기부제도에 대한 비판적 평가, 일본 고향납세제도의 경험과 지방분권 원리에 기초하여.)
  • 첫째, 쏠림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 자립도가 약한 지역에 돈이 돌아가면 다행이지만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 둘째, 지방 정부의 재정 책임성을 약화시킨다.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보다는 기부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지역 주민들의 기부금에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 투자를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 셋째, 실제로 고향 사랑이 늘어나는지도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답례품을 보고 옮겨다니는 경향이 있다. 가성비 투자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 넷째, 기부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많다. 이미 세액 공제까지 해주는데 추가로 답례품을 줄 이유가 있느냐는 이야기다. 인기 있는 특산품이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재정 자립도가 높은데 이런 지역에 기부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 다섯째, 선의로 권유했는데 강요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고 부패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 주만수는 “고향사랑 기부제가 추구하는 재정력 격차 완화나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목표는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해법과 대안.

핵심은.

  • 기부금이 아니라 그 기부금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다. 거꾸로 말하면 기부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기부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처럼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거나 실제 취지와 달리 세원의 분산과 지역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
  • 자칫하면 지역 특산품 쇼핑몰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실제로 지금 상황이라면 한국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품질 낮은 특산품이 넘쳐나는 데다 특산품이 아닌 경우도 많아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 고향사랑 기부제는 단순히 소고기나 양파를 더 많이 팔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단발성 이벤트로 부족한 재원을 끌어모으는 게 목표가 돼서도 안 된다.
  • 고향사랑 기부제가 단순히 절세 혜택을 노린 특산물 판매로 변질된다면 명분도 약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 구체적으로 기금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기획과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고향사랑 기부제 기반의 지역 혁신 프로젝트와 성공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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