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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같은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경상수지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쌍둥이 적자; twin deficit)는 나라는 통상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쌍둥이 적자가 치명적인 것은 대외와의 거래와 국가재정 모두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윤석열 정부 아래의 대한민국이 쌍둥이 적자에 봉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상수지가 위태롭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가 3월(2억 7천만 달러)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한 것은 본원소득수지, 그중에서도 배당소득 수지의 대규모 흑자 덕분으로 나타났다. 3월 배당소득 수지는 31억 5천만 달러 흑자로 전년 동월 대비 흑자 폭이 무려 28억 6천만 달러 확대됐다.

문제는 경상수지의 양대 기둥이라 할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3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66억 9천만 달러 감소하면서 11억 3천만 달러 적자 전환했다. 또한 지난 3월 서비스수지는 19억 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1억 7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20억 8천만 달러 감소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상품수지는 6개월째, 서비스수지는 11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3월 경상수지는 소폭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 1월(-42억 1천만 달러)과 2월(-5억 2천 만 달러) 적자로 인해 1분기 전체로는 44억 6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1분기(-12억 9천만 달러)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 추세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5월 초순까지 대한민국 무역적자 규모는 무려 3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서도 개선될 징후가 없다. 특히 수출 감소율이 수입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의 수출격감이, 국가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각각 주목된다. 참고로 대한민국이 14개월 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최초다.

주지하다시피 1997년은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맞아 구제금융을 받은 해다. 개방형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에 무역수지 적자는 이렇게 무섭다. 물론 당장은 배당금 수입 등을 통한 본원소득수지 흑자로 경상수지 적자가 두드러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방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재정수지 적자, 눈덩이처럼

경상수지만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재정수지 적자는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2월 현재까지 발표된 기재부의 재정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3.7조 적자였고,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3.8조 적자였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수준인지는 윤석열 정부가 나라 곳간을 탕진했다며 입만 열면 비난하는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재난 사태를 맞아 대규모 재정지출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2020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기록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9.9조 원이고,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는 147.9조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기록한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록한 재정적자 규모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과소하다. 이쯤 되면 나라 곳간을 누가 더 잘 지켰는지 말하기가 입이 아플 지경이다.

윤 정부 들어 재정수지 적자가 폭증하는 데에는 세수 결손 탓이 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제라도 윤 정부는 감세 기조를 철회하는 게 맞다. 하지만 윤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자칫 경제위기 희생양 될 수도

세간에는 흔들리는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경제 규모가 있고 금리가 낮은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경제 규모가 있고 금리가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타이밍에 쌍둥이적자의 엄습은 정말 위협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변하는 대외정세를 예의주시하며 국익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윤석열 정부에겐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시시비비 칼럼:

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시시비비’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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