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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한지 곧 있으면 두 달이다.

개봉 성적은 전 세계 역대 4위,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넘었다. 엄청난 제작비 탓에 첫주 성적은 다소 우려스러웠으나 2009년 [아바타] 때와 마찬가지로 이미 본 사람들이 반복해서 관람하는 현상을 통해 점점 흥행에 가속을 받더니, 결국 역대 박스오피스 4위권 중 제임스 카메론 혼자 세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바로 전에 20억불을 넘었던 영화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0억달러 돌파에 5일, 20억달러 돌파까지 단 11일이 걸렸고, [물의 길]은 10억에 14일, 20억에 (무려) 40일이 걸렸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에게도 다시 갈증을 일으켜 극장을 찾게 만드는 영화라는 걸 방증하는 기록이다.

나 역시 극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압도적인 경험을 조금이라도 많이 간직하기 위해 반복 관람했다. 한 마디로 극장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바타: 물의 길(2022)

‘물의 길’, 카메론의 이례적인 필모그래피

솔직히 이 영화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완벽’이라는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보다는 영화의 팬으로서 영화 속 ‘디테일’에 숨겨진 정보를 전하고, 속편에 관한 수다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아바타]의 속편 계획의 특이한 점은, 이미 4편+5편의 추가 제작이 확정되기 이전에 2편+3편으로 끝나더라도 내용적인 완결성을 가지게 끔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2편에 해당하는 [물의 길]은 카메론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례적으로 이야기의 완결성이 다소 부족한 영화가 되었다(3편과 이어져야 내러티브의 완결성이 충족되니까).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3편을 위해 남겨놓은 떡밥과 개인적인 궁금증들을 한번 짚어보려고 한다. 3편의 전개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올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

몇 가지 설정

[아바타: 물의 길]에는 바닷가 마을과 ‘맷카이나’ 부족이 등장한다. 1편에서도 제이크는 토루크 막토로서 여러 부족들을 만나고 같이 싸운 적이 있지만, 이들은 전혀 다른 생활 양식과 진화 양상을 보이는데, 물에서 살기 좋게 진화하여 오랫동안 잠수가 가능하고 팔과 꼬리가 헤엄치기 유리한 지느러미 모양으로 발달했으며 양서류와 비슷한 제3의 눈꺼풀을 가지고 있다. ‘일루’라고 부르는 생물을 주로 타고 이동하며 전투용인 ‘스킴윙’은 하늘을 날 수도 있다.

맷카이나 부족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가진 ‘툴쿤’이라는 고래처럼 생긴 거대 해양 생명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종족’으로 여겨진다. 매우 지능이 뛰어나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나비족과 인간처럼 감정적인 교감을 나눈다. 항상 무리지어 생활하는 툴쿤은 폭력의 악순환을 겪은 과거의 역사적 체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행하지 않는다는 집단의 규칙을 가지게 됐고, 이를 어겨 추방당한 툴쿤이 이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파야칸’이다. 사냥꾼들은 툴쿤의 뇌에서 인간의 노화를 막아주는 물질(‘암리타’)을 추출해 지구에 팔고 있다.

설리 가족은 제이크와 네이티리 외에 4명의 아이들이 있다.

첫째 네테이얌은 책임감이 강하고 정의롭다. 동생의 잘못을 자신이 대신 떠안으려 하는 상냥함을 가졌다. 둘째 로아크는 반항적이지만, 정의롭다. 네이티리가 낳은 자식 중 혼자만 나비형이 아닌 아바타형 신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손가락 5개, 눈썹 등). 막내 투크티리(애칭 ‘투크’)는 아직 어리지만, 용감하다. 입양딸 키리는 죽은 그레이스의 아바타에서 태어난 사생아이고 아빠가 누군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키리 역시 로아크와 마찬가지로 아바타형 신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에이와를 가까이 느낀다. 여느 나비족에선 발견할 수 없는 남다른 능력을 ‘운명적으로’ 각성하는 중이다.

추가로 사남매 아이들의 절친인 스파이더는 너무 어려서 캡슐에 태워 보낼 수 없었던 쿼리치의 아들이다. 가족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애들하고 같이 어울리며 컸고, (사실상) 고아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키리와 각별하다.

앞서 간단히 살펴본 인물에 관한 설명을 참고하면서 주요 캐릭터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나아가 후속편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짐작해 보기로 한다.

줄거리

전편으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시점,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부족의 지도자가 되어 4명의 자식들과 가족을 꾸려 살고 있었다. 인간들이 ‘다시’ 돌아오던 날 판도라의 삼림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고, 나비족은 인간을 내쫓기 위해 제이크의 지휘 아래 1년 동안 게릴라전을 펼치던 어느날, 스파이더가 부활한 쿼리치 일당에게 붙잡힌다.

설리는 스파이더에 의해 자신의 부족 마을이 쿼리치 일당에게 알려질 것을 염려한다. 결국, 쿼리치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라면서 설리 가족은 스스로 터전을 떠나 먼 바닷가 마을로 이주한다. 한편 쿼리치는 스파이더를 앞세워 나비에 대한 지식을 하나씩 습득해 가며 집요하게 설리 가족을 추적해 나간다.

결국, 쿼리치 일당은 제이크의 자녀들을 인질로 붙잡는데 성공하고, 제이크까지 붙잡으려는 찰나 파야칸의 도움으로 전세가 역전된다. 하지만 동생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첫째 아들인 네테이얌이 죽고 만다. 쿼리치와 제이크는 동귀어진(상대방과 함께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의 싸움을 벌이고, 전함이 전복되어 네이티리와 투크까지 수장될 위기에 몰린다. 그런데 이 때 로아크와 키리가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부모를 구출해낸다. 네테이얌의 장례를 치른 제이크는 더는 도망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한 가족의 성장드라마다. 설리 가족은 아들이 죽는 슬픔을 겪고, 부모와 자녀들은 서로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지켜나가는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꽤 감정적인’ 영화이다. 1편인 ‘아바타’가 인간 제이크에서 나비 제이크로 변신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2편 ‘물의 길’에서 제이크의 성장 공식을 이어받은 인물은 로아크와 키리 그리고 스파이더다.

몇 가지 가설들: 3편에서 주요 인물의 운명은?

이하 영화 속 주요 인물의 특성과 이 인물들이 3편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지 예상해보자.

로아크

로아크는 영화 전편에 걸쳐 반항적인 사고뭉치로 묘사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도전과 편견을 하나씩 극복하더니 영화 막판에 와서는 삶을 거의 포기한 제이크를 침착하게 이끌며 구해내는 ‘성숙함’마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친구 툴쿤’ 파야칸까지 힘을 보태 로아크는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

로아크는 ‘아바타’ 1편의 제이크와 성격도 가장 비슷한데다가 특히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outcast)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고전적인 영웅 서사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로아크와 파야칸의 만남도 ‘미래전쟁의 리더 존 코너’가 마치 (친구로서의, 운명의 안내자로서의) 터미네이터를 만나는 것처럼, 앞으로 나비족과 인간의 싸움에서 부여받을 ‘중요한 역할’을 암시하는 ‘복선’처럼 보인다. 참고로 제임스 카메론이 3편의 주인공은 로아크라고 직접 밝혔다.

키리

키리는 다른 나비족은 물론 설리의 자녀들과도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 초자연적인 능력은 맷카이나족의 아오눙과 로토조차 처음 보는 ‘신기한 능력’인데, 키리는 그 초능력을 사용해 침몰한 배에서 네이티리와 투크를 찾아내 안전하게 구출한다. 키리는 남과 다른 ‘별종’, ‘괴물'(freak)이라고 놀림받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키리는 특히 스파이더에게 애착을 느끼는데, 스파이더를 ‘멍키 보이’라고 부르며 놀린다(그만큼 격없이 친하다는 설정). 재밌는 건 1편에서는 판도라 주둔 기지 총책임자 역할을 맡는 극 중 파커 셀프리지가 나비를 ‘블루 멍키’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원작 출처: 마스다 코우스케,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스파이더

인간이면서 하필 쿼리치의 아들인 스파이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비족’이라고 느끼고, 그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와선 자신을 (네이티리로부터) 살려준 쿼리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해준다. 자신의 아버지(엄밀하게 말하면 아버지의 클론)이자 자신을 납치한 ‘나비족의 적’인 쿼리치를 구하는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행동은 당연히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구한 행위처럼 보이긴 하지만, 악당 아버지의 원죄로 인해 이 ‘구원’은 오히려 비극적인 운명으로 치닫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모순적인 이중의 정체성을 겸유하는 스파이더야 말로 아바타 시리즈 중 가장 복잡한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가령, 쿼리치를 구해준 사실을 설리 가족이 알게 되다면 전처럼 함께 ‘가족처럼’ 지낼 수 있을까? 없을 거로 생각한다. 특히 이미 스파이더의 출신 성분(인간)에 편견을 가지고, 스파이더를 ‘인간의 아들’이라고 여기며 적대하기까지 하는(쿼리치와의 ‘눈에는 눈’ 대치 장면) 네이티리는 절대로 ‘아들의 원수’를 구해준 스파이더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네이티리

네이티리는 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물의 길’에서 해소되기는커녕 ‘사신 모드’로 발동하고 말았다. 원래도 인간들을 냉대하거나 오래전부터 스파이더에게 배타적인 모습(스파이더와 나비인 자신의 자녀들이 아니라 인간과 어울려야 한다고 직접 설리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였고, 물론 쿼리치의 아들이라서 더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네테이얌이 죽고 키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파이더를 거의 죽일뻔 했다. 스파이더의 겁에 질린 표정을 통해 둘의 관계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이크

‘물의 길’ 내내 도망치는 것만이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하며 위험할 만한 모든 행동을 피해다니는 처량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장남 네테이얌을 잃고 나서 도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자각에 이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투쟁’을 다짐하는 모습은 3편에서도 나비족 투쟁과 저항의 지도자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3편의 주인공은 로아크라고 한다.

쿼리치

전편의 쿼리치 대령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고, 심지어 몇몇 장면과 대사들은 1편의 제이크와 2편의 쿼리치를 동일한 궤적에 위치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편에서도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간이 쫓겨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는데, 2편에서도 쿼리치는 모든 임무에서 실패한다. 전투에서는 지고, 상당수 부하를 잃었으며, 포로(스파이더)까지 놓쳐버린다.

게다가 아바타 개체는 많이 비싸다. 1편에서 제이크가 죽은 형 토미를 대신해 판도라에 오게 된 것도 토미의 비싼 아바타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죽은 쿼리치의 부하들이 죄다 아바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쿼리치는 복귀 후 큰 처벌을 면할 수 없고, 따로 설명하겠지만, 실험체로 쓰이다 폐기처분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이, 개인적으로는, 쿼리치가 3편에서 ‘버림받는 자'(outcast) 캐릭터로 발전할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스파이더와 함께 부자가 버림받는다면 이들 부자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몇몇 소소한 것들 

그밖에 소소하게 신경쓰이는 점들도 마저 정리하고 넘어가보자.

삼각관계? 

로아크와 치레이야는 확실한 커플이니까 제껴두고, 로토(Rotxo)는 분명 키리를 좋아한다. 확실하다. 처음 바다에 들어갔다가 설리 애들이 잠수 못하는걸 보고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도 키리가 어디있는지 혼자만 물어봤고 키리가 영혼의 나무에서 경련을 일으켰을때도 괜찮은지 혼자만 계속 물어봤다. 그 후에도 틈만 나면 옆자리에 붙어있었고, 신호 작살에 맞은 파야칸을 돕고 나서 도망칠때도 줄곧 키리와 같이 있었다.

하지만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는 없는 듯 그냥 주변을 맴돌며 혼자 희망회로를 돌리는 중이지만 우리의 멍키보이는 키리와 가깝다못해 영화 안에서 둘만의 ‘타이타닉’을 찍었다. 로토가 아무리 어필해도 지금은 2순위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스파이더가 인간이라는 점 그리고 쿼리치를 살려준 이유로 조만간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점. 하지만 나비가 되어 돌아온다면…?

판도라 면역체계

판도라는 외부의 물체, 가령 비행체가 신성한 곳에 접근하면 저절로 생태계가 반응하여 너나 없이 공격하기 때문에 장시간 머무를 수 없었다. 하지만 쿼리치 팀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면역반응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따라서 3편에서도 아바타를 이용한 작전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스파이더의 마스크와 나비의 신체

1편에 등장했던 마스크는 필터 기능만 하는 마스크였는데 2편에서 스파이더가 쓰는 마스크는 공기 마스크다. 들숨 때 쉬익 소리가 나며 물에서도 스쿠버 장비로 사용이 가능하다. 쿼리치를 끌고 올라오는 장면에서 바로 떠오르는 듯 했으나 설리 가족이 모두 배에서 탈출하고 일식이 끝난 후에야 수면에 도달한다. 여기서 감압에 관한 조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판도라는 중력이 낮고 공기 밀도가 높기 때문에 바다물의 염도가 지나치게 높지만 않다면 수심에 따른 압력 증가는 지구보다 덜 할 것이다. 바닷물 성분이나 마스크의 정확한 기능은 모르겠지만, 카메론 감독 본인이 5천시간 이상의 다이빙 경험이 있는 다이브마스터인 만큼 계산 상으로 이상 없었겠지 싶다. [물의 길]에서 익사할 뻔한 캐릭터는 로아크, 제이크, 키리, 쿼리치 4명이나 되는데 키리의 경우 산소 부족으로 인한 손상이 없다고 했고 나머지들도 멀쩡한거 보면 나비 혹은 아바타는 익사하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리는 것 같다.

로날의 능력

로날은 간단한 의식을 통해 경련을 일으킨 후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키리를 돌아오게 했다. 어떻게 한 걸까? 키리의 증상은 뇌전증 같은 게 아니라 영혼의 나무와의 링크가 강제종료되는 바람에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게 옳다.

나무와 접속할 때도 나왔고, 아바타와 접속할 때에도 나왔던 소용돌이 애니메이션은 의식이 옮겨감을 의미한다. 1편에서 쿼리치가 제이크의 접속을 강제종료할 때 위험하다며 노엄이 말리려고 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한지 이번에 키리가 보여준 것 같다. 정상적인 접속 종료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키리의 의식은 아직 영혼의 나무 안에 있는 상태였고, 로날의 기도 중 “에이와”라는 단어를 반복해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영혼의 나무가 의식을 키리에게 반환하도록 에이와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영혼의 나무

영화 마지막에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손잡고 영혼의 나무에 링크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은 제이크의 기억 속에서 어린 네테이얌을 만나 행복해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안의 네테이얌은 제이크가 왜 우는지 물어보기까지 한다. 간단히 말하면 영혼의 나무는 개인화된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고, 제이크는 네이티리를 자신의 채널에 게스트로 초대한 셈이다. 놀랍게도 영화에는 이러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하나 더 나온다.

툴쿤

단순한 해양동물이라기엔 너무나 특별한 툴쿤은 몸 밖에도 사헤일루를 위한 촉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입 속에도 별도의 포트가 있었다. 로아크가 이를 통해 파야칸의 기억을 볼 수 있었는데 어쩌면 툴쿤은 이동식 메타버스 플랫폼, 혹은 이동식 영혼의 나무일지도 모른다.

로아크와 우정을 나누는 툴쿤 종족의 이단아(?) ‘파야칸’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이 가설은 툴쿤이 물에 살면서 어떻게 높은 지능과 복잡한 언어를 갖도록 진화하였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비족이 언어를 발전시키고 문명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영혼의 나무 덕분이다. 이 세계에서 영혼의 나무는 선조들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아카식 레코드와 같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손발도 없고 불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중 환경에서 툴쿤들이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영혼의 나무와 같으면 된다.

툴쿤은 맷카이나와 영혼의 형제·자매라는 관계를 맺는다. 또한, 맷카이나처럼 툴쿤도 문신이 있는데, 있으면 둘다 있고 없으면 둘다 없다. 처음엔 영혼의 관계가 성립되면 생기나 했는데 치레이야를 보면 툴쿤과 영혼의 짝을 맺었어도 문신이 없는 것으로 봐서 성인이 되어야 문신을 가질 수 있는 듯 하다. 3편에서는 멋진 문신을 한 로아크와 파야칸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쿼리치의 정체와 인류의 이주계획

쿼리치가 어떻게 다시 나올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우선 2편의 쿼리치는 본인도 인정했듯이 1편의 그놈이 아니고 아바타도 아니다. 아바타는 인간이 조종한다. 아바타라면 본체가 있어야 하고, 1편에서 봤듯이 본체와 아바타 둘 중 하나만 깨어있으며 그동안 나머지 하나는 의식이 끊어지는 유체이탈과 같은 매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편의 쿼리치는 진짜 쿼리치의 백업된 기억과 인격을 이용해 돌아다닌다. 백업본의 아바타로서 돌아다니는건지 아니면 백업 데이터를 바디 어딘가에 직접 주입한건지 명쾌한 설명은 없지만, 파커가 영상 기록에서 “임프린트”(imprint)한다고 말했으니 어쩌면 아바타의 뇌를 재구성 했을 수도 있다.

현재도 오픈웜(openworm)이라고 하는,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디지털로 비슷하게 모방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22세기 미래의 기술로 디지털 백업을 생물에 다시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바타가 아닌 ‘백업의 복원체’라고 불러야 맞을 거다.

쿼리치의 부활 과정을 되짚어 보면, 1편의 쿼리치 백업 시점에서 지구로 전송된 데이터는 판도라로 오는 동안 새로운 몸에 임프린트되어 판도라 도착 시점에 눈을 뜨고, 자신이 죽었음을 알게 됨과 동시에 복수라는 임무를 과거의 자신에게 부여받는 식인데 왠지 그렇게 하기로 전부터 준비가 된 그림이다. 1편 이후 인류가 일단 철수했다고 해도 새로운 사람을 보내지 않고, 이미 실패한 쿼리치를 새로 몸까지 만들어서 또 보내는 데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아바타 바디는 비용도 많이 든다. 단지 유능한 군인이어서 꼭 쿼리치를 백업 혹은 복원해야 했을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드모어 장군이 말했듯 인류는 이주를 준비 중이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거대 규모의 폐쇄된 거주지를 만들 수도 있지만 판도라는 삼성계인데다가 중력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주변 위성들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환경이라서 테라포밍을 하는 게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을거다. 어쩌면 판도라의 환경은 인간이 적응하고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류는 이주 후에 아바타의 몸으로 살아갈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자원한 실험체가 쿼리치와 그 부하들(혹은 군인/용병들)이었다면 2편에 다시 등장할 정치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었을 거다. 지구가 완전히 회생 불가의 행성이 되어 이주 계획을 실행했고, 1편에서 쿼리치의 성패와는 무관하게 진행할 계획이었다면 말이다. 이주 계획을 세운 자들은 암리타를 이용해 생존하면서 쿼리치같은 군인들로 환경 적응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

또한, 이번에 등장한 쿼리치가 유일한 복원체가 아닐 수도 있다. 가슴의 PROJ PHNX(아마도 project phoenix)라는 글씨를 통해 죽어도 또 부활시킬 수 있는 소모품임을 알 수 있다. 쿼리치 vs 쿼리치의 전개를 기대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쿼리치-2가 에이와의 도움으로 쿼리치-3한테 이겨서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데이빗처럼 인류에 대적하는 존재가 된다든지, [터미네이터2]처럼 두 쿼리치가 스파이더를 사이에 두고 ‘내가 진짜 니 아빠다’를 시전할 수도…

에이리언: 커버넌트 (위), 터미네이터 2(아래)

키리의 정체

키리는 종종 땅에 누워서 의식을 잃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때 주변의 식물들이 키리와 공명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스스로 에이와의 심장박동을 ‘마이티’하게 느낀다고 말했고 다른 해양식물 개체들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맷카이나 부족도 처음보는 능력을 발현했다.

위의 근거로 인해 키리의 ‘아버지’는 에이와라고 생각한다. 전편에서도 나비 끼리의(또는 나비-아바타 간의) 사헤일루는 짝짓기할때만 나오고 성기는 보여준 적이 없었다. 어쩌면 짝짓기 행위는 촉수를 맞대는게 전부일 수도 있다. 그레이스는 죽기 전 영혼의 나무를 통해 에이와를 만났고, 따라서 아바타 바디의 입장에서 보면 잉태를 위한 조건은 성립된다.

그레이스의 성격상 누군가와 진짜 짝짓기를 했을거 같진 않고, 무엇보다 인류가 이번 편에서 제대로 보여준 전력은 거의 없었으며, 겨우 쿼리치 패거리와 툴쿤 사냥꾼하고만 싸웠다. 단지 우주선의 도착만으로도 그 일대가 쑥대밭이 될 정도의 전력으로, 채굴이 아닌 정착이 목적인 상대가 진심으로 나온다면 에이와 정도가 아니면 대적 못한다. 그래서 에이와는 그레이스를 통해 자신의 분신을 낳게 한거다. 그래서 제이크가 완전히 신체를 갈아탄 지금도 영화 제목이 여전히 [아바타: 물의 길]인 거다! 

안녕, 엄마?!

그런데 내 생각에 키리는 그레이스의 딸인 동시에 그레이스다. 키리는 그레이스의 아바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인과적으로 딸이라고 부를 수는 있다. 그 아바타는 원래 그레이스가 옮겨가려고 했던 몸이었고, 다만 온전히 백업되기 전에 죽어버렸을 뿐 그레이스의 일부는 에이와로 업로드 되었음을 모앗이 말해줬다. 키리는 그레이스의 살고자 했던 염원과 판도라를 사랑하는 마음, 판도라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에이와의 힘이 합쳐진 결과물일 수 있다. 어쩌면 그레이스의 신체 이주는 실패가 아니라 키리 쪽으로 완성된 것일 수 있다.

앞서 영혼의 나무가 개인화된 기억으로 구성된 메타버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키리가 영혼의 나무 속에서 본 것도 ‘자신의 기억’이지 않을까? 그런데 키리는 그레이스가 죽은 뒤에 태어났으므로 그레이스를 본 적이 없어야 된다. 아빠가 누구냐고 물어볼 때 접속이 끊어지는데 이 부분의 디테일에 힌트가 있다. 1편에서 그레이스의 메모리는 백업되다 말았기 때문에 불완전했고 키리의 질문에 답이 될 정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접속이 끊어질 때의 장면은 마치 다운받다 끊어진 동영상처럼 표현상의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레이스는 처음으로 판도라와 나비를 이해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주장했던, 인간과 판도라의 중재자 역할이었으므로 인간과 에이와를 동시에 품을 그릇으로는 상징성으로 봐도 적절하다. 게다가 시고니 위버의 딸 역할을 위해 같은 배우를 굳이 캐스팅한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절반은 아빠를 닮게 되어있으므로 아무나 캐스팅해도 그만일텐데 시고니 위버를 굳이 캐스팅한 이유는 키리가 그레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레이스의 인격과 에이와의 능력을 지닌, ‘나는 내 엄마이고 내 아빠’인 삼위일체다! 

그렇다면 결론은? 키리는 ‘그레이스와 에이와의 아바타’이다. 계속해서 영화제목은 [아바타: 어쩌구]일 것이고, 키리가 최종 주인공일 것이다!!! 

하나가 둘이고, 둘이 셋이며, 이 모두가 하나다. 삼위일체를 묘사한 자크 그랜섬 2세의 그림(Jacques Granthomme II , 1550-1622)

여기부터는 상당히 소설(앞엔 아니었단 말인가?!)

아바타 3편에 관한 정보는 아직까지 공개된 것이 많지 않다. 루머에 따르면 ‘재의 부족’이 등장하고 그들은 폭력적이며 우나 채플린이 리더 역을 맡을 것이라 한다. 카메론이 그동안 강한 여자 캐릭터를 많이 창조하긴 했지만, 강한 여자 악당은 처음인 듯 하다. ‘재’라고 했을 때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은 뜨거워서 못 살지만, 재는 어느 정도 적응하고 살 수 있고 숯을 이용해 고기도 궈먹을 수 있을테니까.

맷카이나족처럼 환경에 맞춰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 부족일 것 같다. 판도라는 3성계인데다 주변 위성들이 수시로 일식을 일으키는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화산활동도 활발해야 하고 기조력으로 인한 거친 파도가 생성되는게 정상이다. 2편에서는 마을 외곽에 파도를 막아주는 디테일이 있었다.

재의 마을도 화산활동과 뜨거운 열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하생활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나비는 기본적으로 생체 발광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니 발광하는 광물질까지 있으면 땅 속이 의외로 살만한 환경일 수도 있다. 그들의 신체는 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단단한 각질로 둘러쌓인 무시무시한 외골격에, 위급시 땅파기 좋게 삽처럼 생긴 꼬리를 가졌을 수 있다. 땅 속에 사는김에 언옵타늄을 좀더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부족이면 어떨까. 언옵타늄으로 만든 옷을 입고 공중을 날아다니거나 장거리 택배도 손쉽게 보낸다든지.

3편에서 나비와 인간의 선악구도를 뒤집어 엎는다는 말까지 나왔으므로 이들은 에이와를 믿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이들이 에이와를 믿는다면, 3편에도 영혼의 나무는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고 지하나 산 속에 거대한 동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드워프의 요새처럼. 영혼의 나무와 주변에 떠있는 돌들과 빛나는 광맥이 어우려진 배경 속에서 키리가 무쌍을 찍는 엄청난 전투장면을 봤으면 좋겠지만, 역시나 에이와를 믿는 악당은 좀 어색하긴 하다.

새로운 동물

1편의 이크란은 자신의 라이더를 평생 오직 한명 선택하는 동물이었다. 2편의 툴쿤도 ”난 툴쿤에게 선택받은 숲 소년을 봤어”라는 치레이야의 대사로 미루어 영혼의 자매/형제를 자신이 선택하는 것 같다. 3편에서도 오직 한명의 라이더를 직접 선택하는 동물이 등장할 수 있다. 두더쥐나 뱀 같은… 토루크일 수도 있고.

싸움의 양상

재의 부족이 폭력적이라고 하니 왠지 이들과도 싸울 것 같지만 주된 싸움은 인류와의 전쟁이 될 것이고 생각보다 아주 피튀기는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로아크는 스파이더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총으로 쐈다. 키리는 말미잘로 잠수정을 무력화 시킨 후 탈출하는 사람까지 처단했다. 미묘하지만 무언가의 계기처럼 의도된 느낌이 있었다. 자신들의 행동이 큰 움직임의 일부로써 간접적으로 야기한 누군가의 죽음이 아닌, 능동적이고 자의적인 살인의 장면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죽이지 않으면 죽을 상황에서 저지른 행위였지만, 네테이얌의 희생과 합쳐져 살인이 주는 심리적 장벽을 극복할 동기로 삼을 생각이었다면 3편은 처절한 살육의 대전쟁이 펼쳐질 것이고, 그 최전선에 로아크와 키리가 서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이야기가 완결된 최후에는 어떤 주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각성한 키리의 능력은 인간의 전력을 상대할 수 있을까?

키리가 각성하기 전까지는 사실 엄청 불리할거다. 각성한 키리의 능력은 판도라의 모든 생물을 접속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응용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즉시 알 수 있고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일이 일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의 길]에서 보여주는 해산물 조종 능력은 사헤일루의 발전형으로 볼 수 있다. 쭈꾸미 정도는 접속이 없어도 충분히 명령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능력이 나중에 나비족과 아바타에게까지 미친다면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영화 초반의 “우리는 에이와 안에 살고 에이와는 우리 안에 산다”는 내레이션으로 짐작컨대 키리는 판도라 자체가 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만약 판도라 전체를 관통하는 식물 네트워크의 공진을 통해 지진/해일을 일으킨다거나 번개를 떨구는 일이 가능하다면 인간과 대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어있는 그레이스의 아바타도 활용할 수 있다. 직접 조종하거나 이미 죽은 과거의 선조들을 넣어서 선 넘는 짓 예토전생(만화 ‘나루토’에서 유래한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금지된 인술)까지도 가능할지 몰라.

추신. 

기억에 남는 장면 1: 후반부에 등장하는 맷카이나의 유일한 전투 장면 직전에 토노와리는 뜨개질하고 있었다(ㅋㅋ).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자 사냥꾼들을 꼬치에 꽂아버린다.

기억에 남는 장면2: 네테이얌이 죽기 전에 남긴 말 “집에 가고 싶어요” 가 계속 맴돈다. 줄곧 같은 마음이었을텐데 애써 강한 척 했었구나(…ㅜㅜ).

알림. 

이 글에 쓰인 이미지 출처는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모두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 202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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