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및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2023년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그중 노동개혁이 최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한 법 집행을 주문했습니다.
언론사별 엇갈린 평가…노조 때리기 VS 회계투명성 강화
윤 대통령이 ‘노조 부패’를 주장하며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자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도 일제히 관련 기사를 내고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경향신문 [사용자 책임 빼고 노조 탓만… 윤 대통령 ‘기울어진 노동관’] (12월 22일 유정인 기자), 한겨레 [사설/3대 부패 운운하며 ‘노조 때리기’ 나선 윤 대통령] (12월 22일), [대통령의 노조 혐오에 노정‧노사 관계 벼랑끝] (12월 23일 전종휘 기자) 등은 윤 대통령의 ‘기울어진 노동관’과 ‘노조 때리기’를 우려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 [박성희의 커피하우스/그래서 누가 손해를 보았는가?] (12월 23일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중앙일보 [사설/개혁 요구 앞에 선 건설노조, 회계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12월 22일), 매일경제 [사설/부패척결 한마디에 총파업 운운한 민노총, 개혁 대상 자인하나] (12월 23일) 등은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 주장에 동조하며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윤 대통령 발언을 직접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고용노동부의 채용절차법 개정 움직임을 전하며 ‘공사판 조폭’ 등 자극적 표현으로 건설노조를 칭하는 비판 기사를 12월 23일 하루에만 4건이나 내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윤 ‘노조 부패’ 주장 찬양한 매일경제 칼럼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 주장과 노동개혁 주문을 두고, 논조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인데요. 주장은 다를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틀리면 안 되겠죠. 사설과 칼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매일경제 [김명수칼럼/노동개혁 성공방정식] (12월 22일 김명수 논설실장)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김명수 논설실장은 “법치주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으로 “노동개혁이란 전쟁에서도 승리”해서 “불법파업과 조업 중단, 그리고 경영 피해와 국가경제 타격이란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노동개혁은 필수”라는 점에서 “성공하면 ‘한국병’ 하나가 사라지는 셈”, “노동개혁은 기업에 활력을 주고 궁극적으론 고용을 늘리는 경제 선순환의 특효약”이라며 윤 대통령 주장에 크게 동조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모든 개혁에 우선하는 과제로 꼽은 점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평가한 대목은 동조를 넘어서 찬양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대처의 영국병 치유가 노동개혁 성공사례?
김 논설실장은 노동개혁 성공사례로 영국과 프랑스 사례를 들었습니다. 먼저 “1980년대 노동개혁을 추진한 영국 대처 정부는 영국병을 치유하고 경제 번영의 시기를 맞는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마거릿 대처 총리가 과도한 복지, 강성 노조, 임금상승 등 ‘영국병’을 치유하겠다며 사회 경제 정책, 이른바 ‘대처리즘’을 강력 추진한 결과, 1980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1988년 5.6%까지 올라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국일보 [데스크 칼럼/‘철의 여인’ 대처의 유산] (2013년 4월 9일 박광희 국제부장)을 보면 대처리즘이 영국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8년 정점에 오른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불과 2년 뒤 0.8%로 추락”한 것은 “대처리즘이 한 순간 영국병을 치유한 듯 보였지만 근본적 치유법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대처리즘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노조를 약화시켜 영국병을 고쳤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노사 불신을 격화시키고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으며 제조업 몰락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대처리즘 부작용으로 인한 파장이 작지 않은 만큼, 대처리즘의 영향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김 논설실장이 영국 사례를 노동개혁 성공사례로 소개한 것은 대처리즘 추진에 따른 긍정적 측면만 과도하게 부풀린 것으로 지적받을 수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노동개혁 단행으로 재선 성공?
김 논설실장은 “(대통령) 당선 직후 프랑스병 치유에 나선 마크롱은 강성 노조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을 단행”한 결과 “2021년에 프랑스 실업률이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자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최근 5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덕분에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우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지난 4월 24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면서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세계경제 포커스」에 실린 [2022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과와 정책 전망] (5월 4일 윤형준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 유럽팀 연구원)을 보면, 김 논설실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기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추진 등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했다고 자평했는데요. “실제 프랑스의 실업률은 2022년 2월 기준 7.4%, 청년실업률은 16.4%로 마크롱 대통령 임기 중 꾸준히 감소”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실업률 감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이탈과 비대면경제 활성화로 인한 긱 이코노미 분야 비정규 고용 및 소규모 자영업이 늘어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참고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실업률과 청년실업률 감소를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통한 문제 해결의 결과로 보긴 어렵습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 단행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으로 정권 초반부터 지지율 급락을 겪었고, 임기 중에도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이렇게 낮은 지지율에도 대선 기간 좌우 진영 후보의 분열이 이어지며 마크롱 대통령의 우위가 지속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대결했던 르펜 후보는 “선거 막바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과거 친러시아 및 친푸틴 행보가 재조명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고요.
기업들 ESG 철학 체화하며 국민 지지 얻었다?
한편, 김 논설실장은 “우리 기업들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철학을 체화하면서 국민 지지”를 얻고 있으니 “이젠 노조 불법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철저히 손해 본 만큼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기업들의 ESG 철학 체화를 치켜세우며 노조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주문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ESG 철학 체화를 통해 국민 지지를 얻고 있는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에 의하면, 기업 중 ESG 철학을 체화한 비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생산성본부와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2021년 12월 29일 발표한 ‘ESG 확산 및 정착을 위한 기업 설문조사’ 결과, 기업 10곳 중 7곳이 ESG가 기업 경영에 있어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기업들의 ESG 경영 수준은 5점 척도 기준 2.9점으로 보통(3점) 이하로 낮았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ESG 철학을 체화하며 국민 지지를 얻고 있다는 김 논설실장 주장은 근거가 부족해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노란봉투법=불법파업조장법?
김 논설실장은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으로 불린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법을 옹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논설실장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올바른 설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파업 등을 이유로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법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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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의 유래:
과거에는 월급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 월급은 노란색 봉투에 담기곤 했다. 그래서 노란봉투는 월급을 상징했다. 특히 ‘노란봉투’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노조원을 돕기 위한 사회적 연대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쌍차 노조’는 2009년 77일간의 파업에 관해 약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2013년에 선고받았다(사측에 약 33억, 경찰에 약 14억).
이 보도를 본 한 ‘시사IN’ 독자는 편집국에 4만 7천원을 보내왔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10만 명만 모이면 쌍차가 판결받은 47억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 일화가 전해지면서 쌍차 노조를 돕기 위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등을 중심으로 하는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발전했고, 이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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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는 노란봉투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한층 높였는데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6월 2일부터 51일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뉴스타파 [200만 원 노동자에 470억 손배소…‘대우조선 사태 주범은 산업은행’] (9월 1일 홍여진‧홍주환 기자)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용우 변호사는 “(손해배상소송, 가압류가) 전형적인 노동탄압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노동3권의 행사,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이런 법적인 손해배상‧가압류에 의해서 원천 봉쇄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를 불법 옹호 행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사가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오피니언(의견)’ 지면에 실리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견과 주장도 사실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 [김명수칼럼/노동개혁 성공방정식]도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최우선 주문을 찬양하기 전에 기사 작성의 기본부터 명심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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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대상: 2022년 12월 22일~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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