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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5월 LG전자의 채용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었다. 경찰은 LG전자의 전·현직 임직원 12명에 대해 채용비리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세계일보에서 ‘LG 취업 청탁 리스트’를 입수하면서 다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보도량은 현저하게 낮아 주요 언론사가 채용비리에 무감각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LG 취업청탁 리스트를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 (2021. 7. 20.)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719514097
LG 취업청탁 리스트를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 (2021. 7. 20.)

최근 3년 동안 언론은 청년 취업과 관련된 문제가 터질 때마다 특히 ‘공정’에 예민한 청년 세대를 이야기하며 청년들의 분노’만’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제 ‘청년’과 ‘공정’은 하나의 세트가 됐고, 청년의 공정은 ‘내 일자리’ 정도의 논의가 됐다. 언론은 청년들이 말하는 불공정한 사회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은 했는지, 그들의 분노를 이용만 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2020년 5월 15일~2021년 7월 22일 동안 “Lg 채용비리”로 검색했을 때 총 86건의 기사가 존재한다. 그중 관련 없는 기사 16건을 제외하면 약 70건이다. 그마저도 경찰의 1, 2차 압수수색 기사가 절반(38건)을 차지하며 수사, 기소, 입건 등 재판 진행을 다룬 기사(7건)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채용비리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취재 및 기획보도를 한 언론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일보의 LG 취업 청탁 리스트 입수 관련 기사(3건)가 전부였다.

한국의 취업 시장은 굳게 닫힌지 오래다. IMF 경제위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청년들의 취업 호황기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이후 취업시장으로 첫 진입을 시도하는 청년들에게는 취업의 문을 열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준비생은 약 86만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조사 결과 구직 단념자의 절반은 2, 30대(27만 3,000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인 LG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LG는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기업 중 하나다. LG에 입사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는 동안, 회사 내에서는 관리 대상 리스트를 만들고 채용 청탁 프로세스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와 과정을 통해 합격한 이들이 100명에 달하고,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가 탈락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젖과 꿀이 흐르는 금수저, 금수저는 LG에서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명단화되었는가.
젖과 꿀이 흐르는 금수저, 금수저는 LG에서 어떻게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관리되고 보호되는가. 

그러나 이번 LG 채용비리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는 상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고, 자세히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LG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능력주의도 결국 수저론 앞에서는 무너진다’는 우리 사회의 슬픈 사실을 언론이 파헤치고 집중 보도해야 할 때다.

최근 언론은 청년들에게 어떤 해결책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박탈감에만 집중하며 분노에 불만 지펴왔다. 언론이 청년들의 분노를 이용하고 공정 이슈를 선택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LG 채용비리 사건을 깊이 파헤쳐 보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언론은 우리 사회에 공공연하게 퍼져있을지 모를 채용 비리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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