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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퇴직공무원 친목단체’를 지원한다고?

지난 20대 국회가 임기를 마치기 직전에 소리소문 없이 통과시킨 지자체 ‘퇴직 공무원 친목모임 지원법’ 때문에 행안부가 전전긍긍이다.

“일반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리고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우리가 입법하는 이유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하는 건데 퇴직 공무원들의 행복을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직 퇴직공무원들의 친목단체에 예산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지방행정동우회법’이 제정되면서 여러 해에 걸쳐 법적 근거 없이는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던 노력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태옥 전 의원, ‘이부망천’과 함께 남긴 것 

시작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행정동우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발의자 13명 중 12명은 자유한국당 소속이었고, 민주당 의원 중에선 오제세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방행정동우회는 정년퇴직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친목단체다. 지자체별로 지부가 있고 전체 회원은 6만여 명이다.

사실 지방행정동우회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기사를 썼다. 그때가 2006년이었다. 2007년에 좀 더 방대한 조사를 통해 후속 기사를 썼다. 그 뒤 이러저러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행정동우회는 기사로 쓸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더니 법을 만들어버리다니. 정태옥의 배포에 경의를 표한다.

정태옥은 이 법의 제정 이유를 “전직 지방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이용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고 지방행정동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려 함”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은퇴한 지방공무원들이 모여 “친목도모를 위한 사업, 회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하는 “친목단체”에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인 셈이다.

법안 통과 과정

이 법안이 손쉽게 통과된 것은 아니다. 당장 국회 검토보고서는 퇴직공무원 간 친목 도모가 주 목적인 단체로 가입 강제성이 없고, 동우회 활동이 국민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과 구체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 그리고 제정안 내용은 동우회 회칙이나 정관으로 충분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수석전문위원 조의섭은 “입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라고 직설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시 행안부 차관(지금은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었던 윤종인 역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여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김한정은 “야당 위원님들도 고집을 하지 않으신다면 좀 더 검토를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방행정동우회법안에 반대를 표한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윤종인과 민주당 김한정 의원

지방행정동우회법안에 반대를 표한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윤종인과 민주당 김한정 의원

결국, 국회는 지난 3월 20일 이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내용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먼저 1조는 “이 법은 지방행정동우회를 설립하여 회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국가 발전과 사회 공익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회원자격과 조직, 의사결정구조 등에 대한 간략한 조항이 있고, 14조에 문제의 보조금 지급 근거를 명시했다.

지방행정동우회법1

제1조(목적)

이 법은 지방행정동우회를 설립하여 회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국가 발전과 사회 공익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4조(재정)

① 동우회의 재정은 회원의 회비, 그 밖에 정관으로 정하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6조제2호 및 제3호의 사업실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당초 제정안에는 “동우회 운영과 사업에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당과 행안부가 반대하면서 ‘동우회 운영’ 문구는 빠졌다. 하지만 ‘지방행정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주민을 위한 공익 봉사 활동’에 한해 “사업 실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법은 일부 문구를 삭제했지만, 통과됐다.

20대 국회는 법의 일부 문구를 삭제했지만, 통과시켰다.

왜 퇴직공무원 친목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나? 

법률 자체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행정 현장에선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행안부는 7월 각 지자체에 배부하는 ‘2021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그전까지 들어있던 ‘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편성 금지’를 삭제했다. 그전까진 지방행정동우회에 보조금을 지급할 근거가 따로 없었지만, 법 제정으로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사실 지방행정동우회에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오래 전부터 제동이 걸려 있었다. 이미 대법원은 2013년 6월에 행안부가 제기했던 ‘서울시시우회 등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 행안부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퇴직 공무원 단체인 서울시시우회와 전직 시의원 친목단체인 의정회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대법원은 이미 2013년 서울시시우회 등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시 퇴직공무원 단체와 전직 시의원 친목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행안부는 2014년 7월 지방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 편성 금지와 지원 규정 삭제 혹은 개정을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2015년 10월 권고사항(의안번호 제2015-358호, 퇴직 공직자단체 등의 보조금 지원 및 집행 투명성 제고방안)을 통해 “위법한 보조금 지원예산 편성 및 집행 금지에 대한 이행관리 강화”와 “보조금 규정 정비 지원”을 행안부에 권고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도 지자체마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조례가 있기 때문에 사업을 신청해서 인정을 받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방행정동우회법은 결국 공모방식을 통한 지원이 아니라 사업 보조를 받기 위한 법률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까지는 보조금 지원을 요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자체마다 여력도 없어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부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광역지자체에서 일하는 한 현직 공무원은 “공무원 이전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납득이 안 된다”면서 “퇴직공무원 친목단체에 예산지원하는 법률을 이해해주는 국민이 한명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장 정창수는 “총선을 눈앞에 두고 관심이 선거에 쏠려 있는 틈에 발생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 “국가예산을 특정단체를 지원하는데 쓰도록 하는 악법을 21대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퇴직공무원 친목단체에 나랏돈 세금을 보조금으로 주겠다고?

퇴직공무원 친목단체에 나랏돈 세금을 보조금으로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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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행 2020. 3. 31., 법률 제17168호, 2020. 3. 31.,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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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문기자를 꿈꾸는 기자 겸 박사 겸 블로거( http://www.betulo.co.kr )입니다. 시민단체 공동신문 '시민의신문'을 거쳐 현재 서울신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와 저널리즘학연구소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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