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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은 바야흐로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가 다시 울려퍼질 것 같은 21세기 유신 보수사회주의 시대.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잘 살게 해주신다니까, 어머니 수령님을 믿고 잘 살 기대나 합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죠. 우린 스스로의 몸을 최대한 가꾸고 보전하여, 불감훼손(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의 정신에 맞게 자식의 도리를 다 해야겠어요.

게다가 마침 새해! 새해를 맞으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신 분들 많으시죠? 그 계획 중에 건강 아이템 하나씩은 들어 있잖아요. 살을 뺀다거나 담배를 끊는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신유신 보수사회주의 가모장사회 개막을 기념하여, 또 새해 맞이 선물로, 독자 여러분의 수명을 뱀혀처럼 죽죽 늘려드리겠습니다. 네가 무슨 화타냐? 아니죠. 그럼 네가 무슨 정의의 사도냐? 남들은 그런지 몰라도, 슬로우뉴스 필자는 그런 판타스틱한 판타지는 가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수명은 오로지 과학과 연구에 의해서 쭉쭉 늘어납니다.

그럼 우리도 운동부터 시작해 봅시다. 달리기를 할까요? 그냥 달리기만 규칙적으로 해도 오래 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죽어라 할 필요도 없어요. 일주일에 한두 시간, 천천히 달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보통 속도나 그 이하로 천천히 달릴 때 수명 연장 효과가 가장 크다네요. 시간은 일주일에 1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였구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30분 이상만 천천히 뛰면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수명이 술술 늘어납니다. 남성은 6.2년, 여성은 5.6년입니다. 평균 해서 대략 6년을 버셨습니다. (+6년)

달리기의 일상화. (사진: flickr.com, loop_oh, CC BY)
달리기의 일상화. (사진: flickr.com, loop_oh, CC BY)

먹는 것도 중요하죠. 뭘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적게 먹는 게 더 중요합니다. 여러 동물 실험을 해 본 결과, 식사량을 40%까지 줄이면 수명이 무려 20~30% 늘어납니다. 인간으로 치면 20년 정도에 해당합니다. 오래 살기 위한 가장 손쉬운(혹은 가장 어려운) 방법은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인 모양이에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굶기만 해서는 안 돼요. 적당한 운동과 병행할 때 그런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런 연구는 물론 여전히 기아에 시달리는 저개발국 국민들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 사람들, 필요한 양보다 좀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입 속에 뭔가 넣고 싶은 욕구를 그냥 줄이기가 힘들다면, 멋진 이유를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의 소중한 대통령 후보가 나치스 같은 상대 후보를 이기고 승리하기를 염원하며 단식을 한다든가. (+20년)

이 글을 보는 당신, 지금 어딘가에 앉아 계시는 거죠? 수명이 막 줄고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사망률이 늘어나니까요. 하루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시간이 4시간 미만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4~8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2% 늘어납니다. 별로 안 되네요? 하지만 8시간이 넘으면 15%로 확 높아지고요, 11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사망률이 40%나 더 높아집니다. 하루 10여 시간이 무척 긴 것 같지만, 당신이 하루 얼마나 앉아있나 한번 계산해 보세요. 가만히 따져 보면, 자는 시간과 오가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두 앉아서 생활하는 게 요즘 삶이잖아요. 일도 앉아서 하고 놀이도 앉아서 하고 술도 앉아서 마시고.

자해하는 끔찍한 장면. (사진: flickr.com, JoshSemans, CC BY)
자해하는 끔찍한 장면. (사진: flickr.com, JoshSemans, CC BY)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세 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면 수명이 2년 늘어납니다. 하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좀 어려운 주문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하루 2시간 미만으로 줄여도 1.38년 늘어납니다. 이상한 사람이 사장이 되어 떡주무르고 있는 방송을 보지 않는다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어 수명이 더욱 늘어날 것 같네요. 굳이 보려면 서서 보십시오. 멀대 장성처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도, 일찍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2년)

자꾸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면 성질을 버럭 내세요. 뚜껑이 열리면 가끔은 여는 것, 울음보가 차면 가끔은 터뜨리는 것도 좋습니다. 부정적인 감정, 혹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억누르고 사는 사람은 암과 고혈압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크거든요. 그런 질병 아니더라도 홧병이라도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욱’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욱해서 칼 들고 휘둘러야 건강에 좋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에 쌓인 말들은 종종 상대에게 털어내고 살아야 정신 건강뿐 아니라 육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건 수명을 얼마나 늘려주는지 수량화되어 있지 않은데, 한국인 4대 중증 질환과 관련 있는 병들을 대폭 줄여준다니,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고 보수사회주의 국가의 복지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어요. (+a년)

어때요, 참 쉽죠?

이제부터는 좀 고난도에 들어갑니다: 결혼을 하세요…

솔로는 죽음입니다.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니까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결혼한 사람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 유럽 7개 나라 국민을 조사해 봤더니, 결혼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전체 평균보다 10~15% 줄어들었어요. 어떻게 표현하든, 결혼이 수명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숱하게 쌓여 있습니다.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요? 누구나 결혼만 하면 남성은 17년, 여성은 15년이나 수명이 늘어난답니다. 사실 여기 링크한 기사에 인용된 연구에는 그렇게 딱 부러지게 17년, 15년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수명이 늘어난다는데 출처 따위가 중요하냐! 어쨌든 여러 연구를 보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비혼자의 사망률이 기혼자보다 많게는 40%대까지 올라가니까요.

또다른 연구에 보면, 결혼이 수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담배를 끊는 것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담배를 풀풀 피워대는 것보다 더 몸에 해롭다는 것이에요. 결혼하지도 않고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은 진정한 용자라고 할 수 있죠. (+16년)

20세기 초의 사진이지만 아직 살아 계실 수도... (사진: flickr.com, whatsthatpicture, CC BY)
20세기 초의 사진이지만 아직 살아 계실 수도… (사진: flickr.com, whatsthatpicture, CC BY)

동거는 어떨까? 우리에겐 흔하지 않지만, 서양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사람도 많죠. 거의 부부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효과도 비슷하겠죠? 동거를 하는 사람들도 홀로 사는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믿을 만한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게 중요하군요. 그런데 결혼만큼 큰 효과는 없네요. 사망률로 보면 ‘솔로 > 동거 > 결혼’의 순서로 나타나니까요. 상대가 언제든 휙 떠나버릴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일까요. 하지만 인종에 따라 결혼과 동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난 결혼만으론 만족 못하겠다! 더욱 오래 살고 싶으세요? 결혼을 자주 해서 배우자를 여럿 가지면 안 되나? 그건 제도적으로도 곤란하고요, 중혼을 하면 남녀 모두 수명이 다시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꼼수가 없을 수는 없죠. 남성분들에게만 드리는 말씀이지만, 자기보다 훨씬 어린 여자를 선택하세요. 수명이 또 쭉쭉 늘어납니다. 아내가 어리면 어릴수록 남편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아내와 7~9세 차이가 나는 남편들은 동갑내기 부부의 남편들보다 사망률이 11%나 적다구요. 그러니 말처럼 힝힝거리며 대들기나 하는 주변 동기녀들에서 배우자를 찾지 말고 시야를 넓히십시오. 또 누나하고 사는 남편들은 더 빨리 죽어요. 그러니 연상에 환상 갖지도 마시고요. 아, 이것은 오로지 ‘잘(오래) 살아 보세’의 기준에서만 말씀드리는 거에요.

여성들은 어쩌라구? 애석하게도, 어린 남편을 만나면 수명이 더 늘어나는지는 연구마다 다르게 나와서 아직 답이 없습니다. 예전엔 여자도 배우자랑 나이 차이가 날수록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다른 결과를 보이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어서요. 그러니 아쉽지만 더 바라진 마세요. 결혼에 따라오는 보너스에만 만족하시기를요. 남녀 평균 16년이 어디에요? 그런데 이 기간이 배우자를 부양하거나 뒤치닥거리 하는 데 쓰인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하시는 게 좋죠.

사실 기혼자와 비혼자의 수명을 비교하는 연구는 최근에 크게 활발해진 주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나이 차면 누구나 짝짓기를 하는 것이 디폴트로 되어 있어서, 비교하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 10~20년 동안에 솔로족이 대폭 늘어나면서 드디어 유의미한 비교 연구가 가능해졌다는 거죠. 이거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네요.

조금만 더 들어가 볼까요? 외국 데이터이긴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황을 고려하여 역산해 보면, 남자의 최적 혼인 나이는 25세 이후, 여자는 19~25세였다고 합니다.

남성 독자: “25세 이전은 취업 준비하기도 바쁜데 결혼은 꿈이나 꾸겠나요?” 네네, 맞습니다. 그저 사고치지 마시라구요…
여성 독자: “그럼 전 이미 루저인가요?” 아뇨,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자, 이렇게 해서 당신의 수명은 44년 이상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이미 해오신 분들은 증가폭이 훨씬 작을 테구요. 이렇게 수명은 대폭 늘어났지만, 꼭 기억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개인의 수명은 최종적으로 죽을 때 결정된다는 것이에요. 크고작은 노력을 통해 아무리 기대 수명을 늘려놨어도, 실제로 그렇게 끝까지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죠.

여러 모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새해에는 운동하고 결혼하면서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살아봅시다. 재개표 같은 거 물고늘어지지 말고, 생에 대한 의지를 물고늘어지잔 말이에요. 혹시 알아요?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줄줄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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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1. 효과가 중첩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는 독립적인 게 아니니까요.
    2. 상관관계가 즉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어린 여자랑 결혼하는 남성은 부유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돈도 없으면서 괜시리 어린 여자랑 결혼한다고 수명이 늘어나는 건 아닐 수도 있단 겁니다.

  2. 1. 물론 효과가 겹칠 수도 있겠죠? 여기서는 각각의 항목을 독립으로 놓고 생각했어요. 서로 별로 간섭할 것 같지 않아서요. 제가 한 연구가 아니라서 다중공선성 같은 건 물론 체크해 볼 수 없어요. 만일 ‘결혼을 한 사람은 밥을 더 적게 먹는다’라든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자주 표현한다’는 식으로 상관관계가 규명된 데이터가 있다면 ‘겹친다!’로 확증할 수 있겠네요. ‘모든 요소가 독립적이 아니다’라는 엄청난 말씀은 좀…

    2. 말씀대로 단순한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위의 연구들은 대부분 각각의 변수와 사망률(혹은 생존률)을 관계지어 분석한 것들이고, 다른 변수들을 통제해 본 뒤 각각의 변수들을 요인(독립변수)로, 즉 인과관계로 해석하고 있어요. 인간이 살고 죽는 것을 놓고 실험을 해볼 수는 없으니까, 인과관계를 추론하려면 이런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나온 게 예컨대, 의자에 오래 앉는 것 → 높은 사망률, 결혼 → 장수. 밥을 적게 먹으라는 것은 동물 실험에서 나온 인과관계를 사람에게 빗대어 표현한 것이고요. 말씀하신 ‘어린 신부’는 어떠냐. 이건 말씀하신 경제력(사회경제 수준)을 통제하고 분석해 보면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문제의 데이터가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다만 이 연구에서는 왜 그런 관계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1) 어린 아내와 결혼하는 남자들은 이미 건강할 가능성(통제변수), 2) 부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린 배우자가 늙은 남편에게 심리적,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쳐서 오래 살게 만들 가능성(인과관계) 따위를 추정해 보고, 어쨌든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왜 그런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합니다.

  3.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평소에도 앉아 있는 시간이 적거나, 결혼한 사람은 감정을 분출할 기회가 많은 식으로 효과가 겹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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