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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금 광고 배너
2016 세계 식량의 날 캠페인으로 한 NGO가 진행 중인 배너 광고 이미지.

한 온라인 언론사 페이지에서 국내 한 대형 NGO가 ‘10.16 세계 식량의 날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모금 광고 배너를 봤습니다.

그런데 좋은 목적으로 진행하는 광고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평소에도 늘 생각해 오던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고민 끝에 제 문제의식과 의견을 나누고, 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1. 한 명의 아동이 가진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

사람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사진 배너에서 확인이 필요한 것은 아동의 사진이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본인 또는 부모님에게 이와 같은 형태와 내용의 모금을 위해 사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전제했을 때 아동과 부모님이 이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면 과연 식량난으로 인해 기아에 시달리는 아동들을 돕기 위한 모금 광고라는 선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의 사진이 이렇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을까요?

한 아동의 인격과 권리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더 많은 아동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NGO의 모금 홍보가 어제, 오늘 처음 시작된 일이 아니며 분명히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 사진인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진의 촬영 단계에서부터 초상권자 또는 보호자에게 사전 안내를 통해 사용 목적에 대한 동의를 받고 아동 인권보호 또는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따른 원칙과 절차를 지켜 촬영을 진행한 후 사진을 사용할 시에는 촬영 일시, 장소, 동의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밝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를 위해서 실무자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이에 관해선 아래 ‘NGO 일문일답’ 참조. 편집자) 

2. 모금 광고가 만들어 내는 보이지 않는 편견

한국의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 노출되는 언론사 웹페이지 광고에서 나타나는 겁에 질린 흑인 아동(사람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국가 출신 아동이라고 생각하는) 사진이 반복적으로 보일 때,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많은 사람은 아프리카 대륙 아동 대부분이 사진과 같이 기아로 굶주리고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이미지가 반복될 때 아프리카 지역에 관한 부정적인 일반화와 편견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사람들이 돕고자 하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아프리카를 ‘항상 도움이 필요한 무능력한 곳’으로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기아 상태 또는 지원의 필요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식량이 부족한 지역의 객관적인 데이터(예를 들어 필요한 식량의 양과 공급되고 있는 양의 차이)를 표시해주거나, 식량 부족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땅이나 곡식의 상태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등 다른 이미지 또는 대안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후원을 요청하는 자극적인 방식

힘들어하는 아동의 사진과 함께 하단에 표기된 “오늘 [점심 포기]를 약속합니다”라는 문구는 이 광고를 보는 일반인, 잠재 후원자의 측은한 마음을 이용하여 포기(기부)를 감정적으로 강요하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이것은 마치 내가 한 끼를 포기하지 않으면 그 대가로 아동들이 굶게 되고 그것이 내 책임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을 위해서 내가 꼭 무엇을 포기해야만, 즉 내가 포기 한 것을 사용해서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오늘 관심/기부/나눔을 약속합니다”와 같이 좀 더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발성에 기초해 참여할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4. 빈곤과 기아에 대한 단편적인 접근

“일상 속 기아체험”이라는 문구는, 복합적인 원인이 모인 결과로서 오랫동안 굶주리며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기아’에 대한 인식을 식량이 풍족한 나라에서 한 끼를 먹지 않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배고픔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체험으로 기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 기반한 지속적인 실천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즉, 아픔에 대한 진정한 공감대 확산과 동참이 아닌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 참여에 그치기 쉽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 일상에서 피상적 ‘체험’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는 서로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안타깝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로 느껴져 무관심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한국에서 기아를 체험한다는 표현이나 접근 방식보다는, 굶주림과 기아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여러 환경과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 글은 특정 NGO나 그 광고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의 글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사실 무척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또 제가 너무 예민하거나 잘못 이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 선배 NGO 실무자, 활동가분들께서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곳에서 사람을 살리고 돕는 귀한 일을 해왔는지 알고, 앞서서 이 일을 해오신 분들의 노력과 헌신에 늘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런 귀한 일이 더 발전하고 지속하여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모금 광고 중 일부는 실적과 모금액을 높여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원칙이나 핵심 가치와 어긋나거나 모순되는 점이 있더라도 목적에 의해 쉽게 정당화되고 합리화됩니다. 더 자극적인 내용을 통해 경쟁하듯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금 방식이 사람들을 점차 감정적으로 지치게 하고,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빈곤과 기아를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염려합니다.

그럼 누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변화의 주체는 결국 현재 여러 NGO에서 일하고 계시는 홍보, 모금 담당자와 의사 결정자분들, 그리고 각 NGO를 후원하는 후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문제 단계에 맞게 해법을 모아갈 때 모금을 위한 광고의 방식이 개선되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일이 너무 중요한 것은 정말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실존하고, 모금을 통한 도움은 그런 약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안이 급하지만, 사람 살리는 중요한 일이기에 과정 과정마다 더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더 제대로, 오랫동안 이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해 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끝으로 제 부족한 생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언짢은 분이 계신다면 양해를 구하고,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관련된 내용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 논평을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신 다양한 분들께서 제가 적은 글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하고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이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눔을 실천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욱 건강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모금을 진행하고, 후원에 동참하는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합 공동체 사람 손 단결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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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일문일답 

위 배너 광고를 사용한 캠페인을 진행 중인 NGO에 슬로우뉴스가 문의했습니다. 해당 NGO은 아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초상권, 저작권 문제. 

아동 이미지는 촬영 전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습니다. 현지 사업장의 직원에게 촬영 목적을 설명하도록 하고, 현지 직원이 직접 아동의 부모 혹은 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하도록 합니다. 글로벌 아동보호 정책에서 제시한 기준이 있는데요. 이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아동 입장에서 생각하면 폭력적이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저희로서는 현지 사정, 현지의 심각성을 후원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아동 이미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글로벌 아동보호 정책의 기준에 의거해 아동이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알몸을 드러내거나 몸에 난 상처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거나 이런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동의 입장에서 걱정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알고, 이해합니다. 저희도 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일문일답 진행: 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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