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국세의 일종으로서 관세선을 통과하는 물품에 관해 부과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세는 물품이 외국으로부터 국내 관세 영역 내로 수입될 때 부과하는 수입세로서 국내에서 소비 또는 사용될 것을 전제로 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 원재료를 수입해 제조 가공 후 완제품으로 수출했다면?
- 수입신고 당시 실수로 물품금액을 잘못 신고해서 과다하게 관세를 납부했다면?
관세 환급, 그 조건과 절차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하다. ‘관세 환급’이란 수입화주 등 납세자가 세관에 납부한 관세를 일정한 사유로 다시 되돌려 받는 것을 말한다. 다음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 수입할 때 관세를 과다하게 납부한 사실이 확인되었을 때
- 관세를 납부하고 수입한 물품을 원상태로 다시 수출하였을 때
- 관세를 납부하고 수입한 물품을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을 때
- 계약 내용과 다르거나 불량인 물품을 수입하여 해외로 다시 반송했을 때
관세환급을 받고자 하는 납세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 해당 내용을 증명하는 서류와 함께 환급신청서를 세관에 제출
- 세관 심사 후 환급통지서와 지급지시서 통보
- 과다납부한 관세와 함께 법령 이율로 책정된 환급가산금도 함께 환급(관세 환급금에 대한 권리는 납세자가 원할 경우 제3자에게 양도도 가능)
- 더불어 환급액과 납세자가 세관에 납부하여야 하는 관세 및 기타 체납처분비가 있으면 환급액에서 충당할 수도 있음
소멸시효: 관세 환급권 5년, 징수권 10년
관세의 환급청구권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예를 들면 수입 시 과다납부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납부일로부터 5년 이내 관세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과거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었다. 하지만 관세징수권의 소멸시효는 5년임에 비하여 납세자의 관세환급 청구권 소멸시효가 상대적으로 짧아 납세자와 과세권자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5년으로 연장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환급청구기간이 5년으로 연장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5억 원 이상의 관세에 대한 징수권 소멸시효가 2015년 부로 10년으로 연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징수권의 소멸시효란 국가가 조세징수권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징수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로 형법상의 공소시효와 유사한 개념이다.
고액 체납자에 대한 징수를 철저히 하기 위한 예외규정을 신설함으로써 관세법의 기본 기능인 채권 연장을 통한 재정수입의 확보를 강화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고의적으로 탈세한 경우야 그렇다 치고 과실로 관세를 과소납부한 사실이 기업심사 등을 통해 드러나면, 납세자 입장에선 10년 치 누락한 관세를 가산세와 함께 소급해서 납부해야 되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항목이다.
수출용 원재료 환급 제도
관세법상 환급제도와 별개로 국내 제조 수출업체를 위한 수출용 원재료 환급제도가 있다. 관세법상 환급은 최초 관세 부과 요건의 취소 변경 사유로 납부했던 관세를 되돌려주는 제도임에 반해 수출용 원재료 환급은 수입원재료에 대한 관세 부담을 면제해줌으로써 수출물품의 대외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출지원제도이다.
수출에 제공한 물품에 대하여 관세를 환급하는 이론적인 배경은 관세 등이 부과된 수출용 원재료로 생산된 수출물품이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관세는 소비세로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것을 전제로 부과되는 조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용 원재료 환급특례법에서는 국내 소비에 해당하나 외화를 받고 행하는 공사 또는 판매에 대해서도 환급 대상 수출로 인정하여 관세를 환급함으로써 외화획득행위를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출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금은 WTO(세계무역기구)의 수출보조금 지급금지 규정에서 제외됐고, WCO(세계관세기구)의 교토협약에서도 관세 등 환급절차가 규정되어 있어 세계 각국은 자국의 수출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환급제도를 운용한다.
개별 환급과 간이 정액 환급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환급 방법은 개별환급과 간이 정액 환급이 있는데 수출기업은 이 두 가지 방법 중에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여 환급받을 수 있다.
개별 환급제도
먼저 개별환급제도는 수출물품 생산에 소요된 원재료별 소요량을 산출하고, 소요된 원재료를 수입하는 때에 납부한 관세를 계산하여 환급하는 제도로서 아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관세 등을 납부하고 수입한 원재료가 수출용 원재료에 해당하고,
- 수출이행기간인 2년 이내이며,
- 환급 대상 수출에 제공하여야 하고,
- 수출신고수리일로부터 2년 이내에 환급신청을 할 것.
간이 정액 환급제도
간이 정액 환급제도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환급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수출 사실만 확인되면 간이 정액 환급율표에 의해 정해진 금액을 납부세액으로 간주하여 간단하게 환급해주는 제도이다.
관세청에서 수출품목별로 간이 정액 환급액을 고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핸드백(HS 4202.29-9000)을 제조 수출하면 FOB[footnote]FOB: 매도인이 선적항에서 본선의 갑판 상에 물품을 인도하는 거래규칙. 매도인은 물품이 본선의 갑판상에 적치된 때까지 모든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며, 수출가격 또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무역계약은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라 양 당사자 간 계약 내용을 토대로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운송, 보험, 위험 부담 등 모든 조건을 계약 시마다 개별적으로 합의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실제 거래에서는 FOB, CIF 등의 정형 거래조건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출신고시 FOB 조건, 수입신고시 CIF 조건을 기준가격으로 설정한다.[/footnote] 수출금액 10,000원당 50원을 환급해주는 식으로 설정되어 있다. 소요량 계산이라는 복잡한 관리절차가 생략된 제도로써 다음 조건을 충족하면 환급할 수 있다.
- 수출물품의 생산자이고,
- 중소기업기본법 규정에 의한 중소기업자이며,
- 환급신청일이 속하는 연도의 직전 2년간 매년 환급 실적이 6억 원 이하고,
- 간이 정액 환급율표에 등재된 수출물품일 것.
간이 정액 환급은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하여 수입시 납부한 관세액과 관계없이 수출 사실만을 확인하여 환급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국산 원재료 또는 저가공 원재료를 사용하여 수출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면 원재료에 대한 실제 납부세액보다 환급액이 더 많을 것이므로 국산원재료 사용촉진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에 간이 정액 환급율표를 적용한 환급액이 개별환급방법에 의한 환급액보다 적은 경우가 발생할 경우에는 환급 기관장에게 간이 정액 비적용 신청을 하여 개별 환급 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으니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유불리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납세는 의무, 환급은 권리
참고로 전국의 일선 세관에서는 경기회복세 둔화, 환율 변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중소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잠자는 관세 환급금 찾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출실적이 있으나 관세환급제도를 잘 몰라 환급받지 못하는 업체를 전산시스템으로 선별해 환급신청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세관별로 지원팀을 편성하고, 전담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납세는 의무지만, 환급은 권리다. 권리는 찾는 자에게만 혜택으로 돌아온다. 이 글이 그동안 숨어 잠들어있던 미환급금을 뒤늦게나마 찾아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