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인간에겐 ‘인지능력’이 있다. 고양이 사진을 보고 ‘고양이’라고 인식하는 능력이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컴퓨터는 이런 능력이 없다. 컴퓨터가 인식하는 사진(이미지 파일)이란 가로 몇 픽셀, 세로 몇 픽셀의 크기에 어떤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나타내주는 디지털 신호에 불과하다. 그래서 컴퓨터에게 고양이 사진을 고양이 사진이라고 가르쳐주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양이와 노트북

메타데이터

고양이 사진을 고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컴퓨터를 위해 메타데이터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 사진이 고양이를 찍은 사진이라고 뒷단에 정보를 입력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정보 외에도 사진을 찍은 장소,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모두 메타데이터라고 부른다. (여기를 보면 메타데이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용자는 사진을 찍고 메타데이터까지 꼼꼼히 기록하지 않는다. 기록할 방법 또한 마땅치 않다. 사진을 찍고 소셜 서비스로 공유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검색엔진은 위치를 포함한 각종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형태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으므로 사진을 찾아줄 수 있다. ‘고양이’라고만 검색해도 고양이 사진을 쉽게 찾아준다.

하지만 내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중에서 고양이 사진을 찾으려면 어떨까. 메타데이터를 입력해두지 않았다면? 불가능에 가깝다.

구글의 이미지 처리

구글은 꽤 오래전부터 이런 검색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머신 러닝)을 이용하여 사진을 구분하기도 하고,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지금은 사라진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준다든지, 사진을 찍으면 어떤 사진인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다 2013년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획기적인 기능을 발표한다. 바로 구글플러스 포토.

[box type=”info”]
※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1시간 36분 35초부터 보면 된다.

YouTube 동영상

[/box]

자동으로 사진을 백업해주고, 그 백업해준 사진들에 대해 알아서 정보를 찾아 사진을 분류해준다. 개 사진, 고양이 사진 등을 구별하고 사람이 웃는 모습, 혹은 초점이 잘 맞은 사진 등을 선별해주기도 하고, 배경에 불필요한 이미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거까지 해줬다.

단, 무제한 무료로 사진을 저장하려면 가로세로 중 긴쪽이 2,048픽셀(최대 약 400만 화소)을 넘지 않아야 했다. 그것보다 큰 사진은 15GB까지 무료로 저장 공간을 제공했다.

구글 포토

이랬던 구글이 2015년 5월 28일 “구글 I/O 2015” 행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구글 포토를 발표했다.

구글 포토

사진과 동영상을 무제한, 무료로 클라우드 공간에 백업해주는 서비스다. 놀라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글플러스 서비스에 있던 사진 관련 기능을 별도 서비스로 분리한 것이다. 웹, 아이폰,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고, 구글 계정을 통해 각각의 환경은 동기화된다. (안드로이드는 기본 사진 앱을 업데이트 하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iOS는 별도의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웹에서는 photos.google.com로 접속하면 된다.)

[box type=”info”]
※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50분 58초부터 보면 된다.
https://youtu.be/vvwkPXnb0ic?t=50m58s
[/box]

달라진 점은 이전보다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화질 한도가 커진 것이다. 이전보다 커진 한도는 사진 1,600만 화소, 동영상 1080p다. 그 이하 화질이라면 다 원본 그대로 저장해준다 하니,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저장하는 대부분 일반적인 사용자에게는 한도가 없는 무제한 무료 서비스나 마찬가지겠다.

이미지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영문)
이미지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영문)

구글 포토의 기능들

구글 포토로 분리되면서 기본적인 사용성도 향상되었다. 두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하여 4단계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의 스크롤 바를 사용하면 날짜를 확인하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공유 기능도 강화되어 페이스북, 트위터, 메시지 메일 등으로 사진과 사진’들’을 공유할 수 있다. 구글플러스 앱에서는 구글플러스에만 공유할 수 있었다.

검색 기능도 강화되었다. 검색 버튼을 누르면 장소별, 사물별로 자동 분류된 것을 볼 수 있다. 내 경우는 식품, 포스터, 자동차, 꽃, 결혼식, 공원, 하늘 등으로 분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인물별로도 분류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구글플러스 앱에서도 있었던 기능이지만 사진을 보정하고 엮어주는 기능들도 특이하다.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해 주거나, 연속으로 찍은 사진들을 움직이는 사진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들을 모아서 “스토리”로 만들어 주거나, 사진과 동영상을 엮어서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스토리의 예는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YouTube 동영상

동영상 기능도 참 멋지다.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을 골라 다양한 효과(화면 필터, 배경음악 등)를 추가해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가족끼리 찍은 사진으로 함께 볼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매우 쉽게 만들 수 있다.

YouTube 동영상

구글 포토는 이런 기능(스토리, 동영상, 애니메이션, 콜라주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여러 컨텐츠를 만들어 준다. 물론 이용자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만들 수도 있다. 구글 포토를 쓰게 된다면 이 기능들을 꼭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사용상 주의(?)사항

물론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 사진이 많은 경우는 당연히 백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과거 사진부터 백업이 진행되고, 사진이 모두 백업된 후에 동영상이 과거 촬영분부터 백업된다는 걸 알아두자.

[box type=”info” head=”원하는 사진 먼저 올리기 팁”]
만약 아직 백업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빨리 구글 포토로 올리고 싶다면? 공유하면 된다.

공유 버튼(위쪽으로 화살표가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공유하기 전에 해당 사진부터 먼저 업로드를 해준다. 실제로 공유할 필요도 없다. 공유 버튼을 누르고 ‘링크를 클립보드로 복사’를 선택하면 공유를 위해 사진이 우선 업로드되고 실제 공유는 이루어지지 않으니 팁으로 알아두자.
[/box]

내 경우 아이폰에서 구글 포토 앱을 이용하던 중 이미 구글플러스 앱을 쓰면서 백업이 되었던 과거 사진을 다시 백업하는 일이 발생했다. 확인해 보니 용량 최적화 때문에 섬네일(작은 이미지)만 남아 있던 사진이었다.

[box type=”note”]참고로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은 애플의 클라우드 사진 백업 서비스다. 용량 최적화 기능을 쓰면 장치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으로 자주 쓰지 않는 일부 사진들은 섬네일만 남기고 원본을 삭제한다. 물론 필요할 때 다시 다운로드한다.[/box]

아마도 구글 포토는 섬네일만 남은 사진이라 백업이 안 된 것으로 판단하고 백업을 시도했을 것이다. 사진에 뭔가 접근하니 iOS는 이거 원본 있다면서 아이클라우드에서 받아다 줬을 것이고, 구글 포토는 그걸 업로드한 게 아닐까 싶다. 신기한 건 일시적으로 같은 사진이 2장 보이다가 금방 하나가 사라진다. 중복된 사진이라 정리한 것 같다.

정확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공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추정이 맞는다면,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과 용량 최적화 기능을 쓰는 사용자들은 구글 포토로 백업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

역시 아이폰의 구글 포토 앱을 이용해 “사진 보기”에서 “기타 아이콘”(세로로 점 3개 모양)을 눌렀을 때 앱이 얼어버리는 증상도 있었다. 몇 초쯤 지나거나 홈 버튼을 눌러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면 풀리는 증상이다. 그래서 기타 아이콘을 누르면 나오는 “앨범에 추가”, “기기 사본 삭제” 기능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기존에 구글플러스에 있던 기능을 떼어낸 것이라 해도 초기 버전인 만큼 일부 버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겠다.

결론

몇 가지 주의할 점과 버그는 있더라도,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아주 편리한 앱이다. 스마트폰 외에 외장 하드나 다른 곳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까지도 올려서 관리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구글이 내 사진을 자사 서비스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이용한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론은, 빅 브라더 구글이 싫다거나 자신의 사진이 음지(?)에서 이용되는 게 싫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서비스다. 편리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다.

아, 하나 더. 과연 구글플러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관련 글

4 댓글

  1. 아이클라우드 사진 용량(29g) 보다 아이폰 용량(16g)이 작으신 분들은 구글 포토로 백업 시도 하지 마세요….
    뭔짓을 하는지 백업은 세월아내월아.. 업로드 사진갯수는 변동이 별로 없고..
    결국 아이폰 용량이 꽉찹니다… OTL

  2. 제 메모리는 변하지 않던데요? 혹시 setting에서 자동으로 my drive 에 저장하는 옵션이 체크되어있는건 아닌가요?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