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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오늘은 노동절(5월 1일)입니다. 여러분의 월급이 과연 공정한지 살펴봤습니다. [/box]

“당신 능력과 노력에 비춰 당신의 임금은 공정합니까?”

내 월급은 공정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세계사회조사 (International Social Survey)가 이 질문을 던졌다. 약 40개국을 상대로 2009년에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다. 지금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이야 인지상정이니만큼, 질문내용은 조금 까칠했다.

“당신의 능력과 노력에 비추어 볼 때 당신이 받는 임금은 공정 (just)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약 54%가 불공정하다고 대답했다. 과분하다고 하는 응답자도 약 4% 정도 있긴 했으나,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https://www.flickr.com/photos/ruphag/8767955537/ Runar Pedersen Holkestad, CC BY
월급? 묻지 마라, 괴롭다! (사진: Runar Pedersen Holkestad, CC BY)

임금 공정성에 관한 이런 질문은, 경제위기에 실업공포가 만연해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공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힘든 상황에서, 임금의 공정성 자체를 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그다지 신경 쓰는 문제도 아니다. 위의 설문 조사 결과도 기껏해야 주관에 기초한 인상주의적 결론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박봉으로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면?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박봉을 감내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면? 또는 허리띠 졸라매면, 결국에서는 당신의 멱살마저도 잡힌다면? 더 나아가, 내 월급봉투가 정의로와야 경제가 산다면?

이 경우 월급봉투 속의 정의는 단지 윤리적인 문제만은 아니게 된다.

세계임금보고서(2012) ‘임금과 공평한 성장’을 다루다

2012년 12월에 발간된 세계임금보고서(Global Wage Report)는 [임금과 공평한 성장](Wages and Equitable Growth)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1. 임금소득 추이

우선, 지난 몇 년간 임금소득이 어땠는지 살펴보자.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 경제는 2010년 이후 다소 회복되는 듯했는데, 올해부터 다시 나빠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블딥이 현실화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럴 위험은 적지 않다. 실업률은 계속 고공행진이다. 선진국의 실업률은 평균 8.5%를 상회한다. 경제 위기 전에는 평균 6% 미만이었다.

  • 더블딥(double dip): 일명 ‘W형 불황’. 경제가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짧은 기간의 성장을 기록한 뒤, 얼마 지나지 않고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 – 위키백과

임금 소득에 타격이 컸다.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던 2007년에 세계 실질임금 성장률이 3.0%였는데, 2012년 현재에는 약 1.2%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었다.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었던 2008년 수준(1.0%)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2. 중국을 제외한 임금 성장률은 반토막

하지만 이러한 평균도 평균일 뿐이다. 임금 증가율의 국가 간 차이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는 지난 10여 년간에 10%를 넘나드는 임금 성장률을 보여왔다. 경제 위기 이후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런 예외적인 성장률을 고려해서 중국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경제 위기 이후 임금 성장률은 반 토막 내지는 1/3에 불과하다. 2012년에는 더욱 심각해져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임금성장률은 거의 0%에 가까워진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임금은 중국에서만 성장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3. 선진국은 더 심각하다

경제 위기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선진국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제위기 직후인 2008년에 실질임금이 0.3% 감소했다가 잠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듯하더니, 2011년에는 다시 감소추세를 보였다. 0.5% 정도 줄었다. 실질임금만 보면, 선진국은 이미 더블딥에 들어섰다.

노동자, 마땅히 받을 대가 받지 못하다

임금이란 노동자가 생산에 기여한 부분에 대한 대가다. 따라서 총생산이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성장이 정체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임금 성장의 정체가 단지 생산 감소 때문인지, 또는 생산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해 왔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다소 손쉽게 살펴보려면, 임금 성장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된다. 1999년을 기준연도로 삼아서 2011년까지의 추세를 보면, 선진국의 경우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성장률보다 지속해서 높고, 그 격차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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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국면에서 다소 그 격차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2010년 이후부터 노동생산성은 급속도로 늘어나지만, 임금 증가율은 정체되면서 이 둘 간의 격차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동자 입장에서는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하면서, 임금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국가 소득분배율 감소

임금과 노동생산성 간 격차의 지속적 증가는 노동소득분배율 (labour income share)의 감소로 연결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총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데, 총소득 내지는 총생산물이 노동과 자본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종종 사용된다. 경제학에서는 흔히 기능적 소득분배(functional income distribution)로 이해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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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진국에만 한정해서 본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는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소득분배율이 감소했다. 1970년대 중반에 80%에 달했던 소득분배율은 2010년에는 약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감소추세가 특히 두드러지지만, 단체협상의 전통이 강한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가 왜 문제인가? 일단 분배의 공정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들면서, 거시경제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노동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이 감소하여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 소비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그 경제적 효과가 달라진다.

이번 세계임금보고서는 그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만일 노동소득분배율이 1% 감소했을 때, 소비에 비치는 부정적 효과를 상당히 컸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부분 국가들에서 0.4% 이상의 민간 소비 감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불균등했다. 독일과 같은 국가에서는 투자 촉진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노동자 못 받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임금소득 몫의 감소로 노동비용이 절감되었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투자를 늘린 것은 아니었다.

대신, 수출경쟁력 강화에는 큰 효과가 있었는데, 특히 중국의 경우는 그 규모가 상당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1% 줄면, 순수출은 2%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모든 효과를 다 합쳐서 보면, 대부분 국가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가 국민소득의 감소로 연결되었다. 중국만이 예외였다.

결국, 노동소득 몫의 감소는 분배 공평성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불평등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불평등 문제는 단지 규범적이거나 사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지나친 불평등은 경제의 불청객이자 적일 수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가 자신의 최신 저작인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열정적으로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불평등의 해악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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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불평등은 경제의 불청객이자 적일 수 있다고 주창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과 그의 책 [불평등의 대가](사진: 롤링스톤즈)

주류 경제학자의 믿음, 소득 분배몫은 안정적일 것

사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소득 분배몫이 안정적일 것이라 믿었다.

20세기 초반에 아서 보울리(Arthur Bowley)라는 경제학자가 당시 영국 자료를 기초로 그 가능성으로 보인 이후로 미국에서도 유사한 실증연구가 나오면서, 20세기 중반에 들어 보울리 법칙(Bowley’s Law)으로 회자하였다.

이 법칙은 그 이후 표준 거시경제 모델 (생산함수)의 핵심적 가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분배 문제를 경제분석 대상에 배제하고 싶었던 당시 경제학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케인스, 노동분배몫 안정성은 “약간의 기적”

하지만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경제학들도 더러 있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노동분배몫의 안정성을 “약간의 기적”이라 에둘러 표현하면서 마땅치 않게 생각했고, 이후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아예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케인스와 솔로는 '노동분배몫 안정성'을 의심했다.  (사진:  케인스, 솔로, 각각 위키백과 공용)
노동분배몫 안정성에 관해 케인스(1883~1946)는 “약간의 기적”이라고 말했고, 솔로(1924~현재)는 아예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사진: 케인스, 솔로, 각각 위키백과 공용)

물론 이들은 모두 케인지안 경제학자였고, 케인지안 경제학의 쇠퇴와 함께 이들의 의심도 같이 소멸했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득분배몫은 경제학 분석 대상에서 사라진다. 경제 성장은 분배에 관한 한 중립적이라는 믿음이 지배하게 되었다.

노동분배몫 하락, ‘충격적 소문’ 사실로 입증되다

하지만 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노동분배몫의 하락’이라는 ‘충격적인 루머’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IMF, 세계은행, EC, 그리고 OECD도 이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출간했다. 공교롭게 모두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발표되었다. 그동안 강고하게 자리 잡은 소득분배몫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에 위기가 왔고,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 연구 작업도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기존 거시경제학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높아질 때였다.

왜 노동분배몫은 하락하였나?

그렇다면 왜 노동분배몫이 하락하게 되었을까?

선진국의 경우 노동분배몫이 198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주목하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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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 

경제학자들이 무엇보다도 먼저 확인하고자 한 요인들은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였다.

우선, 고용구조가 노동분배몫이 높은 산업 (예컨대, 농업)에서 낮은 산업 (예컨대, 중장비 산업)으로 옮겨 가게 되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노동분배몫이 감소할 것이다. 이 경우 노동분배몫 변화는 일종의 구성효과(composition effect)로 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문제는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ILO나 OECD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구성 효과는 미미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이동이 아니라 산업 내부에서 일어난 노동분배몫의 하락이 훨씬 더 큰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구조 변화는 기실 20세기 내내 있어 온 항구적인 일인데, 유독 1980년대 이후부터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는 힘들다.

기술 변화를 노동분배몫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견해도 많다. 기술변화가 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어나다 보니, 자본에 모두 유리한 방식으로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이다.

1) 숙련 편향적인 경향: 기존 숙련 해체하고 고숙련 창출한다

게다가 이런 류의 기술 변화는 기존 숙련을 해체하고 새로운 고숙련을 창출하는, 이른바 “숙련 편향적인” (skill-biased)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노동자들도 고숙련과 저숙련으로 양분화되고, 기존의 중간 숙련층은 고용 기회를 잃거나 노동소득 손실을 볼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돌봄 노동과 같은 서비스 노동처럼 자본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중간 숙련층의 붕괴로 추가 노동력이 도입됨에 따라 고용과 임금 조건이 악화한다.

2) 기술 변화 동인에 대한 이견

대부분의 실증연구는 이와 같은 기술변화의 역할을 확인해 주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OECD를 비롯한 세계금융기구들은 기술변화의 역할을 50% 이상으로 보지만, ILO 세계임금보고서에서는 약 10% 남짓인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산업구조 변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숙련 편향적인’ 기술 변화가 꼭 1980년대 이후에만 나타난 현상인지도 의문이다. 이런 류의 변화가 노동분배몫이 안정적이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연구는 대체로 선진국만을 분석했는데, ILO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을 따로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놀랍게도 기술변화는 노동분배몫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많은 실증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3) 불평등 문제를 ‘자연법칙’으로 보려는 정치 세력들

노동분배몫 저하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기술 변화나 산업구조 변화의 상대적 중요성은 단순한 실증 문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때로는 미묘한 방식으로, 정치적 차이와 정책적 차이를 만들어 낸다.

만일 소득분배의 악화가 기술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부분 기인한 것이라고 하면, 불평등 문제는 일종의 ‘자연법칙’으로 인위적 정책 개입으로 해소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불평등 해소 정책에 비판적인 정치세력들은 기술변화를 불평등 증가의 핵심으로 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WisconsinJobsNow, CC BY NC https://www.flickr.com/photos/wisconsinjobsnow/7692211858
WisconsinJobsNow, CC BY NC

2. 세계화

세계화의 역할도 주목 대상이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가 강력하게 진행되면서 찬반양론이 끊임없이 있었고, 특히 반세계화론이 세계화의 불평등 심화 효과를 강조해 온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실증연구에서 세계화는 다소 제한적으로 분석된다. 주로 국민총생산에서 총교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세계화의 지표로 삼는다.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세계화 방식이 노동비용 절감을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와 경쟁력 낮은 산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에 두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 임금에 대한 압박은 자연스레 늘게 된다.

이런 세계화 요인은 대부분  연구에서 확인되는데, 이번 세계임금보고서는 노동분배 몫 하락의 약 19%가 세계화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3. 금융화

네 번째 요인은 이른바 금융화 (financialization)이다.

이 요인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주요한 분석 대상으로 떠올랐다.

  • 금융화: 금융시장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 산업이 확대되고 일반 기업의 운영에서 금융의 비중과 금융의 논리가 증가해 온 현상

특히 금융화의 핵심은 자본의 전 세계적 이동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금융적 세계화가 문제가 된다. 금융화가 노동분배몫에 영향을 주는 방식은 다양하다.

금융화로 인해 주주와 금융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총수익 중 이들이 가져가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심지어 총수익 중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남은 이익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가 역전되어 ‘적정’ 배당을 먼저 한 뒤 잔여 수익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위협 효과, 정리해고 발표하면 주식 오히려 폭등한다!

또한, 예전에는 노동자 정리해고가 발표되면 주식이 폭락했지만, 오늘날에는 외려 주식은 폭등한다. 이런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영향력과 수입은 늘어나지만, 노동자의 처지는 더 궁색해진다. 겁먹을 일도 늘어난다. 예전처럼 목소리 높여서 월급 인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위협 효과 (threat effect)가 있다. 금융화의 영향이 이렇듯 복합적이면서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 실제 효과도 큰 것으로 추정되었다. 세계임금보고서에는 금융화가 노동분배몫의 약 46%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설명력이 가장 큰 요인이다.

4. 노동시장과 복지정책의 약화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노동시장 및 복지정책의 약화다.

역시 1980년대 이후로 세계화, 금융화와 더불어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전개되었다. 그중에서도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가 두드러진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의 힘은 현저히 약화하었다. 조직률도 줄고 단체협약 적용률도 줄어드는 추세다.

실업보험을 비롯한 노동시장과 직접 연계된 사회보장 정책도 더러 후퇴했다. 모두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서 고용을 늘린다는 목표하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의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용 성과는 미미하고, 비정규직 증가와 이로 인한 노동시간 분단화는 더 악화되었다.

또한 이런 변화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을 약화한다. 노동분배몫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ILO 연구에 따르면, 분배몫 변화의 1/4의 일이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 있다.

2011년 9월 19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참가자 (사진: david_shankbone, CC BY) https://www.flickr.com/photos/shankbone/6164464278/
2011년 9월 19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참가자의 모습 (사진: david_shankbone, CC BY)

배후 세력은 ‘1%’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의 실패’

노동분배몫의 하락 원인을 정확히 수치화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각 요인이 서로 얽혀 있어서 이들은 완전히 분리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세계화, 금융화, 노동시장 규제 완화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추정치는 앞으로 연구에서 다소 변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동분배몫 변화가 기술 변화와 같은 어떤 ‘초월적’인 힘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의 실패이고, 이 시장의 실패를 교정해야 할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실패를 악화시켰다.

이러한 정책 실패의 이면에는, ‘1%’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의 실패’가 있다. 그런 면에서 노동분배몫이 19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게 많다.

불평등 증가국은 경제성장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히도 정책 인식의 틀은, 더디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IMF는 이미 2011년경에 불평등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IMF 총재였던 스트로스-칸(Strauss-Kahn)은 단언했다.

“궁극적으로, 고용과 공평성(equity)은 경제 안정성뿐만 아니라 정치 안정성과 평화의 주춧돌이다. 따라서 이것이 IMF 임무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스트로스-칸)

이 발언 이후 그는 개인적으로 수치스러운 일로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잘못된 사생활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의 ‘정책 혁명’까지 같이 묻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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