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겨울 산으로 여행을 떠난 친구들. 그곳에서 만난 다른 무리와 산장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다가 각자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친구 한 명이 의문의 살인마에게 살해되었다. 밤새 내린 폭설로 경찰이 올 수도, 이들이 산장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 살인범이 누군지 알아내야만 더 이상의 연쇄살인을 막을 수 있다. 서로의 의심과 공포는 커져만 가는데…… 과연 어둠 속에서 미소 짓는 살인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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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좋아하세요? 추운 겨울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가 범인일까?’ 직접 탐정이 되어 추리해보던 기억을 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설 연휴 읽으면 좋을 추리소설을 소개합니다.
작가1: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
추리소설엔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형태를 말하는데요. 살인이 일어나고, 탐정이 살인마의 트릭을 깨기 위해 추리를 해나가는 장르입니다.
이를 이어받아, 일본에선 일명 ‘신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태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신본격 추리소설의 선봉에 서있는 작가가 바로 아야츠지 유키토입니다.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짜 건축가는 자신이 지은 건축물에 ‘ㅇㅇ관’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리고 괴짜 부호들이 구입한 이 ‘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룹니다. ‘폭풍우의 산장’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 내내 등장인물이 새롭게 등장하지 않고, 정해진 인물 내에서 살인마를 추리해내야 합니다. 총 9개의 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한국어로는 ‘깜짝관의 살인’을 제외한 8개가 번역되어있습니다.
관 시리즈 목록 - 십각관의 살인(1987) - 수차관의 살인(1988) - 미로관의 살인(1988) - 인형관의 살인(1989) - 시계관의 살인(1991) - 흑묘관의 살인(1992) - 암흑관의 살인(2004) - 깜짝관의 살인(2006) - 국내 번역본은 출간 안 됨 - 기면관의 살인(2012)
이중에선 개인적으로 가장 수작으로 생각하는 십각관과 시계관을 추천합니다. 관 시리즈는 90년대에 국내에 잠깐 소개되었다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절판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새로운 출판사(한스미디어)가 한 권을 제외하고 한국어 번역본을 모두 출간한 상태이고, 이 출판사가 가장 먼저 출간한 책 두 권이 바로 십각관과 시계관입니다.
십각관의 살인(1987)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 작품입니다. 나머지 관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시마다 기요시가 등장합니다. 탐정답게 성격이 톡특합니다. 뛰어난 종이접기 실력을 갖추고 있고, 건강 때문에 하루에 딱 한 대의 담배를 피우지만, 사건을 풀기 위해 집중할 땐 줄담배를 피우곤 합니다.
무인도에 놀러 간 추리소설 동호회 사람들이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십각관의 살인’은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계관의 살인(1991)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관 시리즈로 종종 거론되곤 하는 작품. ‘신본격 장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주듯 짜임새 있는 복선과 트릭이 백미입니다. 그리고 아야츠지 유키토는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추리 문학상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108개의 시계가 있는 시계관에 10년 전 죽은 소녀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리고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관 시리즈 외 추천작: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2006)
아야츠지 유키토는 관 시리즈 외에도 뛰어난 작품을 많이 썼는데,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그중에서도 수작으로 뽑히는 소설입니다. 진정한 ‘폭풍우의 산장’을 배경으로, 폭설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일행이 산속에서 저택을 발견, 이곳에서 또 (왜 아니겠습니까) 한 명씩 의문을 죽음을 당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2: 시마다 소지 (島田荘司)
위에서 소개한 아야츠지 유키토는 본명이 아닌 필명입니다. 이 필명을 붙여준 사람이 바로 추리소설 작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소설 ‘점성술 살인사건’을 통해 신본격 소설이라는 장르가 비로소 시작하게 되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1981)
혹시, 김전일 좋아하시나요? 그럼 2권에서 3권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였던 ‘육각촌 살인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여기에 나온 트릭은 사실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차용(이라 쓰고, 무단도용이라 읽는다)해 많은 추리소설 팬들에게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트릭을 그대로 베꼈거든요.
그래서 ‘소년 탐정 김전일’의 해당 에피소드를 읽으신 분들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만약 김전일을 안 보셨다면, 아니면 너무 오래전에 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작가3: 요코미조 세이시 (横溝正史)
‘소년탐정 김전일’의 한 에피소드가 비록 점성술 살인사건을 베꼈지만, 나머지 만화는 훌륭했고 추리소설을 좀 더 대중화시킨 공은 높이 사주고 싶습니다. 그럼 혹시, 김전일이 항상 하던 말 기억하시나요?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이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요코미조 세이시가 이 명탐정을 만들어냈는데요.
김전일 할아버지의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 耕助)입니다. 김전일은 원작인 일본어 작품에선 긴다이치 하지메(金田一 一)로 나옵니다. 하지만 성에 해당하는 긴다이치(金田一)가 한국식 이름인 ‘김전일’로 읽히기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름인 하지메(一)가 빠져버립니다. (참고로 일본어는 한자를 읽는 방식이 두 가지(훈독, 음독)이기 때문에 ‘一’를 ‘이치’로도, ‘하지메’로도 읽습니다.)
이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주로 세계 제2차대전 전후 일본의 상황을 배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에 등장합니다.
옥문도 (1947)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후, 군에서 복귀한 긴다이치 코스케가 옥문도라는 섬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범인과의 대결을 풀어나가는 작품입니다.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은 평소엔 어수룩하나 추리를 시작하게 되면 진지하면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할아버지를 그대로 닮은 모습입니다. 이런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여러 소설 중에도 수작이라고 꼽히며, 일본의 당시 시대상도 잘 그려내고 있으니 꼭 한번 읽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