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1개월 일하고 평생 연금? 자극적인 논란에 가려버린 이주민의 ‘노년’. 노인 이주민의 건강과 돌봄에 관하여. (⏳4분)
외국인 국민연금 수급에 대한 왜곡된 시선
최근에 ‘1개월 가입 후 119개월 추납’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국내에서 단 1개월만 일하며 국민연금에 가입한 외국인이 과거 미가입 기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는 추후납부제도를 이용하여 평생 연금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출입국 기록 등을 포함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와 같은 사례는 단 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실제로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119개월의 추납 대상 기간 내내 국내에서 거주해 온 재외동포 1명뿐이었으며, 현재 연금을 받지 않고 있는 나머지 2명도 추납 대상 기간 대부분을 국내에서 실거주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외국인 추납 요건 중 하나인 “국내 거주기간”을 외국인 등록 및 체류 자격 유지 기간이 아닌 “국내 실거주 기간”으로 강화하도록 국민연금공단 지침을 개정하고, 2026년 8월 31일부터 시행하였다.
이 사태의 문제는 단순히 일부의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마치 외국인 전체가 국민연금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도록 하였다는 것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왜 우리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이주민이 나이가 든 후 자격에 따라 연금을 받는 일을 예외적인 일로 여기며,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무관심한 고령 이주민의 건강과 돌봄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약 169만 2천 명이었고, 이들 중 89.8%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였으며, 체류 기간은 5년 이상 체류자가 23.8%, 10년 이상 체류자는 32.7%에 달하였다. 이주민들의 한국 생활이 단기 체류를 넘어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주민 관련 정책은 출입국정책이나 외국인력정책의 견지에서, 입국, 취업, 체류, 출신국으로의 귀환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이주민은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북한이탈주민, 난민, 화교, 1세대 혼혈인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난민 등은 각각 외국인처우법, 외국인 고용법, 재외 동포법, 난민법의 적용을 받는 등 체류 자격에 따라 법적 지위에도 차이가 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주민을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 아닌 ‘잠시 일한 뒤 돌아갈 사람’으로 전제하며, 이주민의 삶과 정착, 가족 형성, 중년, 질병, 은퇴, 돌봄에 대하여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주민에게도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이주민도 나이가 든다. 2025년 기준으로 국내에 91일 이상 체류하는 상주 외국인 가운데 60세 이상은 약 22만 5천 명으로, 전체 상주 외국인의 13.3%를 차지하고, 60세 이상 취업자는 9만 8천 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8.9%, 60세 이상 외국인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주 고령자는 제도를 악용하여 급여만 받으려는 집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정당한 자격에 의해 사회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이다.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고령 이주민의 복합적인 어려움과 삶의 위기
단순히 ‘고령 이주민에게 연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주민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의 노후에는 소득, 의료, 만성질환 관리, 안정적인 주거, 가족이나 지역사회와의 관계, 일상생활 지원, 생애 말기, 그리고 사망과 이후의 장례, 유해 처리까지 수많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다. 복지 확대의 논쟁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웃의 생애 후반기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을 통한 경제활동을 목적으로 이주한 이주민의 경우, 청장년기에는 건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간 누적된 고강도 육체노동, 열악한 주거·영양 환경,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이 악화되기 쉽다. 고령의 이주민은 국내 보호자의 부재, 해외 가족과 연락·왕래의 어려움,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 중풍·치매 등 노인성 질환 발생 이후 의사소통 장애, 의료‧복지 서비스 접근을 위한 정보와 수단의 결핍 등을 경험하면서 비이주 노인보다 힘겨운 노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주민의 나이 듦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를 넘어 ‘누가 이들을 돌보고, 노년기를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인 이주민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2026년 3월「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법에 따라 외국인과 외국국적동포도 서비스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미등록 이주민이 아닌 이상 이주민이라고 해서 통합돌봄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외국 국적을 가진 이주민이 통합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개별 서비스의 국적, 체류 자격, 보험 가입 요건으로 인해 서비스 연계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주민의 특성인 언어, 문화, 종교, 출신국과의 인적‧물적 관계를 고려한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주민이 우리 사회 안에서 우리와 다름없이 돌봄을 받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리 사회는 이주민이 어디서, 얼마나,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주민이 어디에서 어떻게 늙어갈지에 대하여는 물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통계는 이주민의 노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고령의 이주민을 ‘본국으로 돌아갈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살던 곳’에서 함께 살아갈 주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별도의 제도를 서둘러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통합돌봄과 같은 노년기 삶을 지원하는 체계 안에서 통역 지원, 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을 반영한 서비스 제공 방식 도입 등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포괄하는 ‘주민’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가족센터나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이주민 의료 지원 기관 등을 통합돌봄의 협력기관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우리는 이주민의 나이 듦을 생소하고, 배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멈춰야 한다. 젊고 건강한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해왔듯, 사회는 이제 늙고 쇠약해진 고령 이주민을 돌봐야 한다. 이주민이 ‘살던 곳’인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들기를 선택한다면, 이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