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포인트] 축구는 전쟁이다. 전쟁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FC서울 서포터 ‘수호신’의 “人賤(인천)utd” 걸개. 명백한 지역 비하. 자신과 구단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었다. 반면 인천FC 서포터 ‘파랑검정’은 “어질 仁 내 川” 등 걸개로 우아하고 성숙하게 답했다. (⏳5분)
“인천유나이티드FC 구단주로서 인천시장으로서 스포츠 본질을 훼손하는 지역 비하를 좌시하지 않겠다”
박찬대(인천시장)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FC서울 서포터즈의 ‘人賤(인천)’ 걸개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권까지 FC서울 서포터들의 비행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걸개에 지역 비하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
- 5일 오후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를 1대 0으로 꺾은 직후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 좌석엔 인천을 조롱하는 걸개가 걸렸다. “전달水(수)+ 조건盜(도)=人賤(인천)utd”라고 적힌 현수막이다.
- 전달수, 조건도는 인천 구단의 전·현직 대표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었지만,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人賤’이라는 표현이었다.
- “인천 사람은 천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며 파장이 커졌다.

걸개 의미.
- 왜 “전달水(수)”인가. 양팀이 2024년 5월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맞붙었을 때, 심판 판정과 패배에 분노한 인천 팬들이 서울 선수들을 겨냥해 100개 이상의 물병(PET병)을 운동장에 투척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물 수(水)’ 자를 당시 대표였던 전달수 이름에 붙여 조롱한 것이다.
- 왜 “조건盜(도)”인가. 현 대표인 조건도는 이사회 몰래 위법하게 연봉을 인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특별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도(盜)는 ‘도둑 도’ 자다.
- 원래 인천은 ‘어질 인(仁)’과 ‘내 천(川)’ 자를 쓴다. FC서울 서포터즈는 ‘사람 인(人)’과 ‘천할 천(賤)’ 자를 썼다. 지역 비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인천유나이티드 입장.
- 인천유나이티드는 공식 성명을 내어 “‘인천’이라는 지역명 자체를 모욕적 의미로 변형한 표현은 인천이라는 도시와 그곳에 살아가는 시민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전·현직 대표이사를 특정한 표현 역시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개인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그러면서 “현재 관련 자료와 당시 경기장 및 중계 화면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행위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앞으로도 구단과 구성원, 그리고 인천이라는 연고지와 시민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구단주 박찬대 입장.
- 기업 구단인 FC서울과 달리 인천유나이티드는 시민 구단이다. 시장이 구단주다.
- 구단주 박찬대는 “해당 현수막은 축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도를 넘어 팬들과 인천 시민을 모욕한 행위”라며 “구단주로서, 인천시장으로서 우리 팬들과 인천 시민을 모욕하는 행위에 분노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인천시의회 의장 박종혁도 “자랑스러운 우리 도시 이름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변형하여 인천 시민 자부심을 짓밟고 모욕한 몰상식한 행위”라며 “도를 넘는 행동으로 인천 시민 전체를 비하한 명백한 혐오 표현이자 스포츠가 가진 순수한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 규탄 성명… “경기장 혐오표현 금지법 추진.”
-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인천광역시당은 “경기 승패와 관계없는 지역 비하와 모욕은 스포츠 본질인 경쟁과 존중,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 국민의힘 인천광역시당 대변인 이주형도 “FC서울은 이번 사태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인천유나이티드 팬과 인천 시민들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K리그 상벌 규정에 따른 책임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 조국혁신당 인천광역시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경기장 혐오표현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기장 내 지역, 출신, 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주최 단체와 홈 구단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며, 영국 사례처럼 위반자에게 경기장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원내와 함께 검토·추진하겠다”고 했다.
FC서울 측 “예의주시.”
-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FC서울 관계자는 “구단이 서포터즈나 팬들의 행동을 사실상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드러난 상황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경기장 안에서 이런 현수막을 펼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어떤 부분이 미숙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진행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앞서 연맹은 FC서울 구단 측에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상벌위가 FC서울에 벌금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성숙한 관중 문화 정착을 위한 메시지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축구 경기장 걸개 문화.
- 축구 경기장 걸개의 목적은 우리 팀을 응원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붉은악마가 내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현수막은 강렬한 인상을 뇌리에 남겼다.
- 구단에 팬들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7월 인천 팬들은 구단 수뇌부들의 전횡을 비판하며 “내부 비리 조건도는 나가라”, “쌍팔년식 경영! 조건도” 등 현수막을 걸었다.
- 상대에 대한 단순 야유 수준을 넘는 메시지가 문제다. 2014년 일본 J리그의 우라와 레즈 서포터즈가 “Japanese Only(재패니즈 온리·일본인만 출입)”라는 인종 배타성 걸개를 내걸어 문제가 됐다. J리그는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 중징계를 내렸다.
- 2015년 벨기에 리그 스탕다르 리에주 팬들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선수를 겨냥해 목이 잘린 이미지를 걸개로 내걸었다가 울트라스(Ultras·광적인 축구 서포터즈 의미) 책임자가 경기장 출입 금지 및 벌금 징계를 받았다.
- 지난해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구단 레인저스 팬들이 ‘반워크(anti-woke)’ 걸개로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Keep woke foreign ideologies out – defend Europe”라고 적힌 걸개였다. “‘깨어 있는’(woke) 외래 사상을 몰아내자. 유럽을 지키자.” UEFA는 이를 인종 차별적이라고 규정했다. 레인저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축구 클럽이며, 다양성을 갖춘 선수단, 직원, 팬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파랑검정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
- FC서울엔 서포터즈 ‘수호신’이 있다면, 인천유나이티드엔 ‘파랑검정’이 있다.
- 파랑검정은 8일 부천FC와 경기에서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 “WE LOVE OUR CITY CLUB”, “어질 仁 내 川” 등 걸개로 입장을 대신했다.
- 박찬대는 “팬 여러분이 보여주신 응원은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가장 우아한 대응이었다. 단호한 대처와 책임 규명은 구단주인 저와 구단이 앞장서 마무리 짓겠다. 그 어떠한 어려움도 팬 여러분과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다”고 호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