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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인천공항 노숙인, 퇴거 또는 방치하면 사라질까? 장기화·만성화된 거리노숙 문제…복지·의료·주거 잇는 다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임덕영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7분)

얼마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객터미널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퇴거를 명령한 것을 계기로 노숙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은 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인에 대한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를 비판하고, 퇴거보다 임시주거와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인천국제공항.

폭염 피하고 화장실 찾아서…인천공항 만성 노숙인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1∼7월 노숙인 관련 민원이 24건 접수됐고 2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사람도 16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공항 이용객의 불편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이용을 심각하게 방해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에는 이를 중지시키기 위한 대응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논란을 단지 노숙인 점유가 불편하니 퇴거시켜야 한다고 단순 논리로 해결하려는 관점에는 놓치는 부분이 많다. 인천공항의 노숙은 이번에 처음 알려진 문제가 아니라 이미 파악돼 온  문제로 그 배경에는 장기화·만성화된 거리노숙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사회서비스원이 수행한 ‘인천 노숙인 실태조사’에서는 2021년 9월 28일~29일 두 차례 일시집계조사를 실시했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평균 22.0명이 집계되었다. 2021년부터 실시된 중앙정부의 전국 실태조사와 인천시 조사에서도 인천공항이 거리노숙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노숙인들은 왜 공항에 모일까? 내가 2024년 직접 실시한 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이 현재 장소를 선택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화장실 등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하고 냉난방이 되며 화장실과 식수에 접근할 수 있는 공항은 이런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이다. 특히 폭염기에는 그 의미가 더 크다. 

게티이미지.

외견상 거리 노숙인 수는 줄었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거리 노숙인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거리 노숙인과 노숙인 이용시설(1박을 제공, 최장 보통 20일 제공하는 시설) 이용자는 2021년 1,595명에서 2024년 1,349명으로 줄었다. 

그 이유로 첫째는 주거지원의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주거지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이다. 거리 노숙인에게 쪽방이나 고시원과 같은 저렴한 거처에 머물만한 비용을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 의료, 일자리 등을 연결해 일단 거리생활을 벗어나게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3년 기준 636명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행했고 실제 거리노숙 감소로 성과가 이어졌다. 다만 임시주거는 주로 쪽방이나 고시원 등을 일정 기간 지원하는 방식이라, 적정한 거처 지원이라 보기 어렵다. 이후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주거 상향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거리생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는 노숙이 가능했던 공공의 공간 자체가 줄면서 노숙인이 눈에 덜 띄게 됐을 가능성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노숙인이 몰렸던 공원, 역사, 지하도 등에서는 노숙을 제한하거나 장시간 머물기 어렵게 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서울역에서는 2011년부터 역사 내 야간취침이 금지됐고 벤치의 손잡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기존 노숙 거점이 해체, 분산되어서 노숙인이 확인되기 어려운 곳으로 이동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거리 노숙인 40인 이상 거점은 2021년 12개 거점에서 2024년 1개로 줄어든 반면, 1∼2명 발견된 소규모 거점은 74개에서 245개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지금 공공 공간에 남아 있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오래, 더 복합적 어려움을 안은 채 거리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연출된 사진으로 본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

더욱 취약해진 만성 거리 노숙인

실제로 만성 거리노숙은 이미 오래전부터 별도로 다뤄야 할 문제로 인식돼 왔다. 정부도 이를 독자적인 정책과제로 삼아왔다. 제2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서는 ‘만성 거리 노숙인 비율’을 성과지표로 설정했다. 만성 거리 노숙인은 최근 1년 이상 노숙생활을 지속하거나 반복하는 거리 노숙인과 이용시설 이용자 가운데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 등 심리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말한다. 2021년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노숙인의 30.0%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을 지원하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임시주거비 지원이나 한 두 차례의 상담으로 생활이 안정되기 어렵다. 반복적으로 현장에서 만나야 하고 정신건강과 의료서비스도 연결해야 한다. 주거를 마련한 뒤에도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2024년 9월 26일 홈리스행동이 홈리스 밀어내는 서울시 포위의 날 권리 광장 선포 행동을 열고 있다. 노숙인들이 ‘노숙은 범죄가 아니다’, ‘홈리스의 공공장소 이용 권리보장 하라!’ 라고 주장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시설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여기에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거리나 공항에서 생활하지 말고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시설이 필요한 경우는 분명 있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상담과 서비스 연계를 담당하는 종합지원센터, 일시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 자활·재활·요양시설 등이 운영된다. 시설을 통해 생활을 안정시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시설이 대안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첫째,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 지역마다 시설 여건이 크게 다른데,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은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없다.

둘째, 생활시설 가운데 재활 요양시설은 지나친 장기간 거주가 문제로 지적된다. 재활시설은 62.8%, 요양시설은 70.0%가 10년 이상 생활자다. 이런 시설화는 자칫 외부의 삶을 체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어, 오랫동안 개인적 생활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환경일 수 있다. 그 결과 실태조사에서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이라는 응답36.8%에 이르렀다. 시설 입소를 거부했다고 해서 지원 자체를 거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 규정에 따라 노숙인 퇴거 가능할까

인천공항 논란에는 법적 문제도 있다. 현행 ‘공항시설법 시행령’ 제50조는 공항시설의 금지행위 가운데 하나로 ‘노숙하는 행위’를 명시한다. 폭언, 고성방가, 시설 훼손·오염 등도 별도의 금지행위로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공항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범칙금 규정도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모호하다. 공항에서는 여행객도 잠을 잔다.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밤을 보내고, 환승이나 결항으로 의자에서 장시간 잠을 자기도 한다. 몇 시간부터 노숙으로 볼 지, 며칠 이상 머물러야 노숙으로 볼 지 현행 법령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시행령은 그저 ‘노숙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때 옷차림이나 짐의 양, 직원들이 이미 노숙인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판단기준이 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동일한 취침을 누구에게는 여행객의 대기로, 누구에게는 금지된 노숙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백한 문제행위는 다르다. 폭행, 절도, 고성방가, 시설 훼손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항시설법령도 노숙과 이런 행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잠을 자고, 씻고, 짐을 가지고 생활하는 행위는 경계가 모호하다. 이런 행위를 리스트화하여 세세하게 규제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덕적 비난과 법률상 범죄화를 동일시 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노숙 자체를 이유로 특정 사람을 골라내 일률적으로 공항에서 배제하거나 처벌하는 문제는 현재 법체계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행위가 실제 공항 이용을 방해하는지, 어느 수준의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 중 한 장면. 프랑스 드골공항 환승구역에서 18년을 살았던 메르한 나세리의 사례를 모티브로 한 영화. 하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낭만적이거나 따뜻하진 않다. The Terminal (2004)

인천광역시, 더 늦기전에 대응체계 수립해야

인천광역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인천공항의 노숙은 정책당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인천광역시는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2차 노숙인 종합계획에서는 거리 노숙인이 40인 이상인 광역자치단체에 대해 거리 노숙인에 대한 필수 역할을 강조하는데, 거리 노숙인 40인 이상 광역자치단체 중 거리 노숙인 지원 시설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충남과 인천 뿐이다. 공항을 포함한 주요 거리노숙 거점에 정기적으로 접근하고, 장기노숙인에게는 정신건강전문인력이 함께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설 입소만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주거와 적정한 주택, 주거 유지 지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역의 부족한 대응역량을 재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종합계획을 세우고 지자체 성과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리 아웃리치(복지 인력이 시설이 아니라 거리로 직접 찾아가 노숙인을 상담·지원하는 활동), 정신건강전문인력, 일시보호, 임시주거, 주거상향과 주거유지지원 등 핵심 서비스에는 일정한 전국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에 미달하거나 거리노숙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에는 중앙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퇴거 또는 방치를 넘어…장기적 대응 필요

인천공항에서 실제 피해를 주는 행동에는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노숙인’을 단순히 공항 밖으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번 불거진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반복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무엇을 노숙행위로 볼 것인지부터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고, 이미 만성화된 노숙은 한 번의 퇴거로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예방이 중요하다. 주거와 소득을 잃어 거리로 나오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거리노숙이 시작됐다면 장기화되기 전에 주거와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 수년간 거리생활이 이어지고 정신건강, 알코올, 신체질환 등이 중첩된 뒤에 대응하려면  훨씬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이미 만성화된 사람에게는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아웃리치와 정신건강·의료지원, 소득보장, 안정적인 주거와 주거유지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를 한 번에 제거하기보다 이런 지원을 축적하면서 조금씩 줄여갈 수밖에 없다. 쉽지 않지만 서울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험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요컨대, 인천공항 노숙인 문제를 단순히 ‘퇴거냐 방치냐’라는 선택으로 좁히지 않아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항이 협력해 노숙이 만성화되기 전에 예방하고 이미 만성화된 사람에게는 복지·의료·주거를 결합한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작년 9월 서울역 인근 홈리스에 대해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홈리스 당사자, 정신장애 당사자, 그리고 지원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항의하고 있다. 홈리스 문제는 예방적 차원에서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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