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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139억 원의 과징금, 그러나 소비자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한범석 /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소비자분과장)

“LTE보다 20배 빠르다”던 5G 광고, 법원에서도 ‘거짓·과장’이라 판단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가 KT에 부과한 139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며, KT의 5G 광고가 일반 소비자를 속인 광고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화려한 약속을 믿고 요금제와 단말기를 선택한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돌아온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나 환급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한범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지닌 의미를 짚는 동시에,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해 소비자 피해 구제는 요원하게 만들어 온 법원 판단의 한계를 비판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기술의 약속과 소비자의 권리

서울고등법원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KT에 대한 공정위의 약 139억 3,100만 원 과징금 처분을 유지했다. 법원은 KT의 5G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 및 기만광고라고 판단했다. 5G 과장광고 사건의 판결들은 이동통신 3사가 내세운 “LTE보다 20배 빠른 5G”라는 광고가 단순한 홍보적 수사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성능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부당광고였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이동통신사의 광고 위법성을 확인하면서도, 과장광고로 요금제와 단말기를 선택한 소비자에게 어떤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직접 해결하지 못했다. 사업자의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인정됐는데, 왜 그 광고를 믿고 가입한 소비자에게는 환급이나 손해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판결의 법리뿐 아니라, 참여연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통신시장 구조와 소비자 피해구제의 문제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광고가 과장되었는가”가 아니라, 과장된 광고로 형성된 소비자의 기대와 그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해를 누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있다.

법원이 확인한 이동통신 광고의 위법성 

공정위와 법원이 인정한 위법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KT는 5G 기술 표준상 목표치인 20Gbps가 엄격한 조건에서만 가능한 최대지원속도이고 특정 측정환경에서 얻은 속도 결과를 일반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성능인 것처럼 “LTE보다 20배 빠르다”라거나 “자사 5G가 가장 빠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광고하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당시 KT의 실제 5G 속도는 광고 수치의 약 3% 수준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를 거짓·과장광고, 기만광고 및 부당한 비교광고로 판단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2023.5.24.(수) 공정거래위원회(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G 속도를 거짓·과장,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자료사진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KT 홈페이지에 게재된 최고속도 20Gbps 광고행위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법원의 판단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소비자의 관점이다. 통신 속도는 전문 지식과 장비 없이는 검증하기 어렵고, 5G 상용화 당시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의 성능을 사업자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광고를 본 일반 소비자가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너무나 타당하다.

사업자가 기술 표준과 측정 조건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면,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할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KT는 소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숫자만 전면에 내세우고, 그 숫자가 실현되기 위한 조건은 사실상 배경으로 밀어냈다. 소비자는 실제 서비스의 성능을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KT의 책임 영역으로 보았다.

통신시장 구조와 규제기관의 책임

이동통신서비스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재화임에도 이동통신 3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G 상용화 당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사실상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형성됐다. 소비자가 통신사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광고정보를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참여연대가 5G 원가자료 공개를 요구해 법원에서 54개 세부정보 중 40개를 공개하도록 한 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참여연대는 이를 근거로 5G 요금과 인가심의 과정에 대한 공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장광고 사건과 원가자료 공개 사건은 서로 다른 소송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이동통신서비스의 가격과 성능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사업자와 정부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선택이 되기 어렵다.

규제기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통신 3사가 실제 이용환경과 동떨어진 수치를 광고하는 동안, 관련 기관이 이를 신속히 차단하거나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사후적으로 이동통신사들에게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먼저 검증하는 제도가 먼저 작동했어야 한다.

KBS충북 방송 갈무리.

소비자 피해구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과 시장 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더군다나 과징금은 국가에 귀속되는 행정상 제재일 뿐, 광고를 믿고 가입한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과징금이 부과되었다고 해서 소비자 피해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위법행위의 사회적 규모에 비해 제재가 작고, 그 제재가 피해 소비자에게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과장광고의 기대이익이 제재 위험보다 클 수 있다.  

5G 가입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는 소비자 측 청구가 기각(2026. 5. 27. 선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 재판장 이정재 2021가합564354)됐다. 서울중앙지법은 5G 초기의 기술적·물리적 제약이 있었지만 이를 통신 3사의 의도적인 기망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문제의 광고를 보고 가입했다는 인과관계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결론은 법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일반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을 판단하지만, 민사소송은 특정 소비자의 손해를 판단한다. 따라서 광고의 위법성이 인정됐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5G 가입자의 손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는 이 구별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작동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동통신사는 명백히 위법한 광고를 대규모로 반복하여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였다. 소비자는 가입 당시 광고물을 보관하거나 가입결정의 심리과정을 기록해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개별 광고 노출과 가입 동기를 완벽히 입증하라고 요구하면, 사업자의 집단적 광고행위로 발생한 집단적 피해를 소비자 개인에게 지나치게 전가하게 된다. 광고의 사회적 영향은 집단적으로 인정하면서, 피해 입증만 개인 단위로 요구하는 현재 구조는 소비자를 위한 피해구제에 적합하지 않다.

이번 항소심 판결의 가장 큰 한계는 광고의 위법성을 확인하고도, 그 결과를 소비자 피해구제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징금은 행정질서 회복을 위한 수단이고,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을 위한 수단이다. 두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양자가 완전히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동일한 광고행위에 대해 행정기관이 소비자 오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 적어도 민사소송에서는 광고기간 중 가입한 소비자에게 광고 영향의 사실상 추정하고 이동통신사가 해당 광고가 가입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전환되어야 하며, 집단적 광고행위에 대해서는 개별 손해의 완벽한 증명보다 합리적·통계적 손해산정을 허용하고 정확한 손해액이 어려우면 법원이 상당한 금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입증 완화는 법원의 해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표시광고법상 집단적 손해배상이나 소비자단체소송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행정제재와 피해회복을 연계하는 입법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이번 판결이 단순히 이동통신사의 광고가 과장됐다는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징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 통신원가와 품질정보의 비대칭, 통신 3사의 시장지배력, 규제기관의 사후적 대응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장광고였다”라는 사후적 확인만이 아니라, 과장된 약속에 상응하는 실질적 배상과 요금 인하다. 

이번 판결은 이동통신사에 정확한 광고의무를, 공정위에는 정밀한 제재의무를, 법원에는 소비자 피해구제와 입증책임의 균형을, 정부에는 통신서비스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사전감독을 요구한다.

2019.3.21.(목) 시청역 인근, 당시 참여연대 활동가와 회원, 시민들로 구성된 ‘5G요금내리는시민행동’은 중저가 요금제 데이터는 늘리고 5G 요금은 내리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참여연대.

👨‍⚖️ 광장에 나온 판결: 322번째 이야기


KT의 5G 속도 과장광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판결

서울고등법원 권순형(재판장), 김경애, 최다은 2026. 7. 16. 선고 2023누54671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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