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포인트] “존재하지도 않았던 규제를 사후 입법으로 만들어, 누가 창업하겠나”… 김윤, “비대면 진료 플랫폼, 혁신의 명분 될 수 없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닥터나우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약사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닥터나우 같이 화상 진료를 연결해주는 비대면 진료 앱이 약을 유통하는 도매업을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앱이 진료 중개와 약 유통을 동시에 틀어쥐면 불공정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의사 출신 김윤(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김윤과 같은 당인 이소영은 20일 표결 전 반대 토론에 나섰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닥터나우 금지법은 ‘타다 금지법’을 떠오르게 한다.
- 타다 금지법은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영업 방식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후 입법 형태다.
- 이소영은 “국민에게 자유롭게 창업해 보라던 대한민국 국회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규제를 사후 입법으로 만들어 언제든 그 사업을 폐지한다면 누가 인생을 걸고 창업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 반면, 김윤은 “현행법에서는 이미 의료기관도, 약국도 모두 도매업을 겸영할 수 없다”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됐으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닥터나우 영업 방식.
- 김윤을 포함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불공정 행위를 우려한다.
-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도매업까지 함께 하면, 특정 약국을 우대하는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있고, 특정 의약품의 대체 조제를 유도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약국을 종속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닥터나우는 2024년 ‘비진약품’이라는 의약품 유통(도매)업체를 만들었다. 이후 제휴 약국을 모집했는데, 이 도매상을 통해 전문약 100만 원어치를 패키지로 사가는 약국에 ‘NOW약국’ 지위를 붙여줬다. NOW약국은 닥터나우 앱 지도에서 ‘나우조제확실’ 배지를 달고 더 눈에 띄게 노출됐다.
- 환자가 처방약을 어디서 받을지 고를 때, 이 약국들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그곳으로 몰릴수록 닥터나우 도매상의 거래량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다.

“‘우려’만으로 규제? 창업과 투자 저해.”
- 이소영은 세 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 첫째, 아직 발생하지 않은 ‘우려’만으로 서비스를 원천 금지하려 한다. 이런 방식의 도매업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고 경쟁 제한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 이소영은 “구체적 불법 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얼마든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거래위원회도 “현 시점에서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사후 제재를 통해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면 금지할 경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위축시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사후 규제 입법 부작용.
- 둘째, 사후 입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금지하는 흑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 이소영은 “입법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한민국이 역동적 창업 국가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국민에게 자유롭게 창업해 보라던 대한민국 국회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규제를 사후 입법으로 만들어 언제든 그 사업을 폐지한다면 누가 인생을 걸고 창업을 하겠느냐? 누가 대한민국 벤처기업에 큰 투자를 할까?”
- “우리 국회가 이런 사후적 규제 입법을 만드는 것에 더 신중하고 더 엄격해지지 않으면 국민을 도전하게 만들 수 없다.”
“순대볶음도 얼만지 바로 아는데, 왜 약은…”
- 셋째, 국민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줄기 때문이다.
-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고도 처방약을 직접 약국에 가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약이 어느 약국에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 이소영은 “휴대폰만 가지면 어느 식당에서 순대 볶음 메뉴를 얼마에 파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아픈 환자들은 어려운 처방약 이름을 들고 일일이 약국에 전화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가격도 제각각이지만 비교하고 따지기 어렵다. 수십 년째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혹시 우리가 지금까지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위축시키면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결 호소했지만 통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혁신의 명분 될 수 없다.”
- 이소영은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이 문제를 해결해 보면 좋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선의 조정안을 만드는 절제와 치열함을 국회가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법안을 부결해 주신다면 원점에서 제3의 길을 다시 모색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 그러나 재석 의원 178명 중 찬성 95명, 반대 34명, 기권 49명으로 법안은 가결됐다.
- 가결 직후 김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단순 중개를 넘어 의약품 판매·유통의 이해 관계까지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종 리베이트를 막자는 것”이라며 “만약 이를 그대로 열어뒀다가 시장에서 폐해가 발생하고 국민 건강이 위협받게 된다면, 그때 가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의 특성상,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는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특정 기업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은 희생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어떻게 혁신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 이소영은 지난 7월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표결에도 기권하며 소신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