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 바람직한가···‘단물만 빼먹고 먹튀’ 홈플러스 사태 재발 막으려면? ‘스튜어드십 코드’ 서둘러 도입해야. (원종현 /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4분)
사모펀드란 무엇인가
사모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투자할 때, 전문 운용사가 대신 투자 운용을 맡는 집합투자기구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상 ‘사모(私募)’란 새로 발행되는 증권의 취득을 권유하는 방식 중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 규제가 비교적 완화되어 있으며, 주로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보면 국채나 예금만으로 충분한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모펀드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 투자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투자 대상을 통해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된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바이아웃, 턴어라운드, 벤처캐피탈, 그로스캐피탈, 세컨더리, 메자닌 투자 전략 외에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기업뿐만 아니라 대형 자산에 폭넓게 투자한다.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 수익률 성공적
사모펀드는 본래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의 자본시장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높이고, 리스크 분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도 가능하다.
또한 사모펀드는 초기 단계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해왔다. 경영이 어려운 한계기업을 우량기업으로 전환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며, 국가 공공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잠재력 있는 신생 기업을 발굴해 유망 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투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모펀드는 간접투자 중심의 공모시장보다 오히려 직접 투자에 가까운 특성을 지니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의 투자 전략과 부합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투자에도 집중했다. 그 결과 사모펀드가 대체투자 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 되었다.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국민연금의 사모투자 규모는 약 65조 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대체투자 자산군 중 35%가 넘는 비중이다. 2023년에는 사모 부문에서 8.6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과거 10년 평균 수익률도 14.52%에 달해 타 자산군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MBK, 책임 피하며 인수기업에 과도한 부담 지워
하지만 사모투자는 기업이나 실물자산을 직접적으로 거래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자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경우에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전통적인 자산인 채권이나 주식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발전의 일환으로 2021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정비했다. 당시 개정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수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행위는 여전히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투자자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이로 인해 일부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에 과도한 금융 부담을 지우고, 실질적인 가치를 착취한 후 기업을 방치하는 ‘약탈적 투자’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MBK는 약 7조 2천억 원의 인수대금 중 5조 원 이상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차입해 조달했으며, 그 부채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에 전가되었다. 이후 알짜 매장을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연 8%의 임대료까지 부담시켰고, 결국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 매각을 통해 초기 차입금 4조 3천억 원을 2021년 기준 약 9400억 원 수준까지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사모펀드가 법적 책임을 피하면서도 인수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사모펀드는 단기 투자를 목표로 높은 대출금을 끌어다 투자하기에 피인수 기업에 대한 성장이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사모투자에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기금 수익률에 리스크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 공공 연기금이 국내 산업기반을 위축시키는 행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책임 문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부 사모펀드의 일탈 사례가 사모펀드 자체의 존재나 투자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의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별도의 강력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사모펀드는 무죄, MBK ‘홈플’ 먹튀는 유죄
문제는 사모펀드 자체가 아니라 이를 왜곡되게 운용하여 약탈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일탈행위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투자 환경이 이러한 약탈적인 사모펀드의 행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규율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펀드의 수익성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그 펀드가 실제로 수행하는 투자 행위의 부작용이나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개별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유럽연합은 사모펀드 규제 지침(AIFMD, Alternative Investment Fund Managers Directive)을 통해 기업 인수 이후 24개월 동안 자산의 과도한 매각이나 과도한 배당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사모펀드 투자자의 투자 지침이 얼마나 공정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운용 과정에서 일탈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이 계획 중인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을 뜻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국민연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국내 투자자에게도 적용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