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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이 책 12: 이숲의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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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안타까운 뉴스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국문과 폐지, 국사 수능 선택제 인문학의 위기’라는 내용이었는데요. 2005년 대입 수능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선정된 후 2013년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12,8%였다고 합니다. 매해 선택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네요. 저는 수능을 본 지 십여 년이 더 넘었으니… 당연히 국사라는 과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었죠. 어쩌면 역사 앞에 우리가 ‘선택’ 혹은 ‘필수’라는 단어조차 가져다 붙이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선택 학생들의 통계를 거론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이렇게 만든 건 어른들의 결정이었으니… 하지만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탓하고 있기보다는 바로 잡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끊임없이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 오늘 가로수길서점에서 소개해 드릴 도서는 짐작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의 역사를 담은 책인데요. 이숲 작가의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떠한 역사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먼저, 이 책의 저자와 책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 이숲은 서울대 철학과를 거쳐 스웨덴 웁살라대학,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에서 유럽현대사 석사 과정을 수학한 후 현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작가의 또 다른 이력으로는 1997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인데요. 이 책의 배경은 유럽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저자가 한국 역사를 새롭게 보는 독자적인 눈을 기른 것부터 시작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인의 보편적 매력을 집어내어 그 테마를 바탕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선보였습니다.

실증주의 사학 전통이 강해 미셸 푸코가 쓴 박사논문도 퇴짜 놓은 적이 있던 웁살라대학교에서 이 논문을 ‘새롭고 풍성한 연구’라 평가했습니다. 이 책은 1세기 전 한국을 방문했거나 체류했던 서구인들이 남긴 기록을 분석하여 권력자나 유명한 인물이 아닌 서민들을 통해 과거 한국인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재현한 내용입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인의 긍정적인 모습에 대한 발견으로 진취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길을 찾아 나가자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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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시민의식을 품어야 할 오늘날, 한 종족의 ‘긍정성’을 끄집어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까?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인 시민상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반추가 이루어진 이후에 더 성숙해진다고 믿고 있다. 정체성은 어딘가에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누구일 것인가? 우리는 매력적인 인간이고 싶지 않은가? 우리의 정체성은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에도 유동적으로 계속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조선’은 우리의 조상이기 이전에 ‘역사의 약자’였다. 한국인의 긍정성을 조명해 보는 것은 우쭐대고 싶어서가 아니다. 역사에 묻힌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우리의 자화상에 드리웠었던 그늘을 걷어, 우리의 정체성에 유쾌한 자신감을 갖고 싶은 것이다.

Page. 65
여기에서 다시 나는 조선 사람들의 훌륭한 품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어떤 예기치 못한 일로 한 사람이 자신의 집과 가구 그리고 막대한 재산을 잃었을 때 조선 사람들은 좀처럼 재난과 비극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흔히 더 문명화된 국가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진해서 친구가 집을 다시 짓도록 도와주며 그에게 옷가지와 생활에 꼭 필요한 가사용품 등을 빌려준다. ……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 사람들은 매우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더 문명화되어 있고 더 자애롭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이 자랑할 수 없는 몇 가지 장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 이교도(한국인)의 견실한 자애와 관용은 익히 알려진 기독교의 박애보다 간혹 더 위대하기까지 한다. (랜도어)

Page. 208
신문균은 바로 이러한 ‘문명과 독립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개화파 지식인을 대변하고 있었다. 신문균에게 감정이입하기 시작한 세로셰프스키는 젊은 시절 두 번이나 유배된 전력이 있었다. 12년 간 시베리아에서 고독하고 황량한 인생을 살았을 그가 ‘인간’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세로셰프스키는 호텔에서 신문균과 헤어지면서 악수를 하는데 힘주어 쥔 손을 통해 “우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셰로세프스키도 러시아 치하의 식민지인이었다. 그는 서구의 식민지인으로서 제3세계의 식민지인에게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도 근대성과 독립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동일한 운명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세로셰프스키는 한국에 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했던 것이다.

Page. 253
그들에게 영국은 존귀하고 강대하며 의지할 곳 없이 핍박받는 자에게 은총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영국의 한마디는 자신들의 ‘불행한 조국’을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다시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복원시켜 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러한 관념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영국은 마술봉이나 요정 같은 어머니로 각인되어 있었다. …… 내가 솔직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끊어지자 그것이 마치 외세의 폭압 아래 놓은 자기 나라의 예속의 징표라도 되는 듯이 그들의 구릿빛 얼굴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중략) “당신은 영어로 글을 쓰실 거죠. 그렇죠? 우리의 불행한 조국의 현실을 알려주세요.” 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첫 기차를 되돌리고 싶었다. 그것은 감상적인 동정이나 의협심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금강산으로 가서 만물상을 등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엄숙하고 아름다운 길을 품고 있는 대지의 어머니를 묵묵히 바라보고 싶었다.

Page. 288
흥미로운 사실은, 1세기 전 한국에 와있던 외국인들도 ‘근대화 기회 박탈론’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샌즈와 매켄지, 두 사람은 모두 일본이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방해했다고 보았다. 샌즈에 의하면, 일본은 한국에서 진정한 개혁을 원치 않았다. 일본 외교관들은 샌즈가 한국을 열강의 입김 속에서 ‘중립국’으로 만들려고 시도한 모든 개혁을 사사건건 반대했다. 그들이 반대한 이유는 “한국인 스스로 하는 개혁은 영토 병합(식민지화)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매켄지가 보기에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일본의 뜻에 맞지 않았다.” 일본이 전국에 교통 통신망을 갖춘 것은 군대를 신속하게 이동하기 위함이었고, 한국을 “아시아 대륙에서 군사 활동을 위한 전략기지”로 이용하기 위한 속셈이었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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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꽃같은 님 : 뚜벅뚜벅… 가슴 벅차게 읽어 내려간 책 속의 주인공들. 그들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척박하던 이 땅의 역사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낸 나의, 우리들의 선조들이다. 타인의 눈과 심장을 통해 온전히 살아났다. 책 속의 그들은 빛이 났다. 내 깊은 곳을 흔들어댔다.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중략)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한국인이 넘쳐난다. 그리고 아름다운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수런거리고 있다. 지금도 나는 책을 읽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시대, 그 불행했던 시대, 그 불행했던 나의 선조들에 대해 이런 글들을 남긴 많은 이들이 고맙고, 또 그 글들을 정리해서 이렇게 책으로 엮어 내놓은 작가가 고마워서이다. 책을 읽다 다른 사람도 이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구절이 나오면 남편에게 소리내어 들려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윤지민 님 : 일요일 미팅과 미팅 사이 자투리 시간에 발견한 보석 같은 책, ‘내한민국’에 끌려 집어든 책의 프롤로그를 읽고 가슴이 너무 찡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 xy**i3 님 :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의미심장한 “내한민국” 이라는 단어가 눈에 먼저 보였다. 대한민국이 아닌 내한민국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스웨덴에서 유학을 했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을 결과물로 만들어낸 색다른 책이다. 스웨덴의 평등한 시선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중략) 지금 국사를 수능 과목으로 만들기 위한 서명이 펼쳐지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의 뿌리인 역사를 선택형으로 만든 곳은 없다. 우리의 역사가 재미 없다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재미를 주고 자부심을 주는 역사이야기다. 외국인 본 대한민국, 그 평가가 편협하기도 하고 관대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본성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우리 모두의 내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나무처럼 님 : 누군가는 이런 책을 썼어야했다.그것이 당시대,혹은 그 직후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들이 학교에서 역사수업을 듣고 나면,혹은 티비에서라도 듣고 나면 꼭 질문을 한다. “왜 우리는 당하고만 살아야 하며,스스로 무언가를 해보지 못한 국민이냐고?” 게다가 한마디 꼭 덧붙인다.”우리나라가 힘이 세져서 일본을 식민지화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아들의 푸념과 흥분에 역사를 공부한 나지만 같이 한숨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들의 논리와 분노를 잠재워 줄 딱히 마땅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이제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면 되겠다싶어 다행이다. (중략) 이숲은 책표지에 이 책을 쓰는 동안 우리의 정체성의 미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가슴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굴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정치인들과 정부고위관계자들에게는 걱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엘리나 태어날 때 선택해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과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역사를 의무로 배웠다. 배울 당시엔 그 많은 분량과 쉽게 이해되지 않던 당시의 관습이나 문화가 머리 아파 왜 배우냐고 투덜대면서도 시험을 위해 공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그때 억지로라도, 시험공부였지만 공부한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극도 일부러 보고, 역사소설도 찾아가면서 읽는다. 우리가 이렇게 ‘역사를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바다건너 섬나라에서는 계속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자국의 청소년들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주입식 교육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의무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미래의 모습은 어떨 것 같은지 안 봐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공부를 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봐도 공부할 수 있는 이유나 동기를 부여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애국심이나 자부심을 새삼 느끼며 뿌듯해 할 수 있는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중략) 서양의 지식인들이 본 조선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다른 동양의 나라들에 비해 우월하고 뛰어난 민족이었다. 그런 자부심에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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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가 안타까운 뉴스기사를 접했다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요. 그 기사의 마지막은 장자가 제자에게 하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 말이 너무나 와 닿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너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을 구분하지만, 너에게 쓸모 있는 땅은 지금 네발이 딛고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 이외의 땅은 쓸모가 없다. 쓸모없는 부분을 다 없애 버린다면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겠는가.” 부디 우리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빨리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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