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칼럼 33화] 브라질의 세차 작전의 변질과 룰라의 부활, 우리나라 사법부와 민주주의 퇴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우리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리 사법부는 신뢰할 만한가?

낮은 법원 신뢰도

2021년에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법원과 사법 시스템’을 신뢰한다는 한국인은 49.1%로 OECD 평균 56.9%보다 7.8% 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20개국에서 한국은 15위에 그쳤다. 사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민주주의 퇴행 (democracy backsliding)’을 가속할 수 있다.

요즘처럼 다수 언론과 많은 국민이 법원의 판결에 귀 기울일 때도 그리 흔치 않다. 지난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 민의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1심 판결이 유죄로 나자,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기본적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11월 25일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 인생 위기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1심 무죄 판결에, 여야는 또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아쉬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빛과 그늘, 행정부 견제 vs. 사법 정치화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그리고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 등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여럿 남아있는 만큼 여야와 그 지지자들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대치 정국이 계속될 것이며, 이는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질 것이다.

사법의 정치화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일 뿐 아니라,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제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신생민주주의 국가는 그 원인 중 하나로 민주주의 이행기에 포괄적인 헌법 개정이라는 개혁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데서 찾는다. 민주화 과정을 겪은 대다수 국가는 헌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헌법을 도입하면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다당제 선거를 도입하고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도 보장했다.

그런데도,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생민주주의 국가는 권위주의 체제에 내재했던 매우 강력한 행정부의 권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 결과, 민주화 이후에도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정부 조직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이들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압도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하여 합법적 국가기관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었다.

한편 민주화 이후 개정 헌법이 포함하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대행정부 견제 제도화는 시민사회와 정치인들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항하기 위하여 법에 의지할 기회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법원을 통해 정부의 정책 수행이 합법적인지 혹은 헌법에 일치하는지 물을 수 있었다. 심지어, 부정 선거 여부를 법원이 판결하고 재선거를 결정하는 사례도 종종 관찰된다. 이처럼 민주주의에서 사법부가 행정부나 입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에 대하여 정당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법부는 국민에게 지지를 얻고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할 수 있다.

브라질 ‘세차 작전’의 변질

브라질의 ‘세차 작전’과 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애칭 ‘룰라’) 대통령의 2022년 재선은 공정과 법치를 내세운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고, 독립적인 사법부의 판결이 정치적 반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브라질의 ‘세차 작전'(Lava Jato, 2014~2019)세차장이나 주유소 등을 활용한 암환전상 수사에서 명명됐다. 이 작전은 국영회사들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뇌물을 건넨 부패 스캔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다.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 관행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세차 작전이 진행됨에 따라 진보적 성향의 집권 여당으로만 향하고, 부패가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진 기존 야당의 보수 정치인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선택적’ 수사로 변질됐다. 그 결과, 여당인 노동자당의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룰라는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더불어 2018년 대선에서 극우 후보인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세차 작전 담당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2019년 8월 대반전, 룰라 석방과 정치적 부활

2019년 8월 반전이 이루어졌다. 세차 작전 때 연방판사 모루와 검사들이 증거 등을 놓고 재판 결과를 모의한 통화 내역이 폭로됐다. 연방판사 모루가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의 승리를 막기 위해 검사들에게 조언과 수사 단서, 내부 정보를 흘렸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법원은 세차 작전을 수사한 검찰이 “사법제도를 더럽혔다”고 지적하고 룰라의 석방을 결정했다. 석방된 룰라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의 체포를 “브라질 사법사상 중대한 실수 중 하나”라며 세차 작전 관련 증거를 모두 무효로 했다. 이처럼 법치를 내세운 검찰의 수사뿐 아니라, 법원의 판결도 단기적으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권위주의 국가로 추락한 한국

올해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에서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크게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 하락세 수준이 너무 뚜렷해, 한국이 ‘권위주의화(Autocratization)’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받아 179개 국가 중 47위(2022년 0.73점, 28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폐쇄적인 독재국가’, 1에 가까울수록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이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강압적인 조처를 하고, 성평등을 공격함에 따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 인사를 처벌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 감사원 등 국가 사정기관을 동원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입법을 통해서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이용해서든 여러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법을 ‘합법적인’ 도구로 이용하여 민주적 제도들의 수평적 책무성과 수직적 책무성 기능을 약화하려 해왔다. 강력한 행정부의 교묘한 시도가 겉으로 보기에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시민사회나 야당 세력은 이러한 시도의 불법성을 밝혀내기 어렵다. 이처럼 강력한 행정부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법부의 제도화 및 올바른 역할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가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핵심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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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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