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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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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내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시절이 있었던가?” 혹은 “나도 얼른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들인데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의 서울 동네를 배경으로 차분한 동심과 따뜻한 호기심을 떠올릴만한 멋진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인기만화작가인 강풀의 그림동화 “안녕, 친구야”를 가져왔는데요,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시는 부모님들께 이 그림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볼까말까 이 책. 먼저, 이 책의 날개에 적혀 있는 책 소개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 강풀은 2002년 개인 홈페이지 강풀닷컴에 작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가로 데뷔하였습니다. 그림 공부를 하거나 누구에게 사사 받은 적도 없는 그는 대학 시절 박재동 화백의 만평을 보고 대자보, 만장 등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만화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일상적인 경험부터 사회적인 쟁점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만화에 담아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연극,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순정만화>,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26년> 등이 있습니다. <안녕, 친구야>는 그의 첫 그림책으로 첫 아이 은총이(태명)에게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SNS상에 남겨놓은 책 속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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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는 깜깜한 밤, 한 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혼자 자다 잠이 깬 아이는 안방으로 가려다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었습니다. 아무리 크게 울어도 엄마 아빠는 깨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약이 올라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만 울어.”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누군가 말했습니다. (중략) 고양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울면 이 근처에 고양이가 올 수 없잖아.”

아이는 고양이를 따라 걷다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집을 잃었어?” “놀다 보니까 너무 멀리 나와 버렸어. 그런데 다시 집을 찾아가려니까 못 찾겠어.”

아이가 생쥐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서 이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본 적 있니?” 생쥐는 깜작 놀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지금 쥐한테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묻는 거야?” 생쥐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습니다. 내 주변에 고양이는 없어. 고양이가 있었다면 난 벌써 다른 곳으로 도망갔지.” “왜?” “고양이가 날 보면 잡아먹으려고 할 테니까.” “고양이가 널 물었어?” 아이의 질문에 생쥐는 멍해졌습니다. “아니, 그런 적은 없었어. 그냥 그럴 것 같으니까…….”

고양이와 아이는 서로 마주 보았습니다. 고양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어. 개와 쥐 심지어 다른 고양이랑 이야기한 건 처음이야.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혼자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는 창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창문을 넘다가 창문턱에 또 발가락을 찧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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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스 님 : 우리 아가를 위해 유아 동요 CD와 함께 구입한 그림동화책. 얼마전 결혼 6년만에 득녀한 강풀이 아내의 뱃속 아기 은총이를 위해 그린 그림동화책. 우리 동네 주민(강동구민. ^^) 강풀님의 득녀를 축하하며 나의 뱃속 아가도 건강하게 잘 자라길… ^^ 어젯밤 자기 전에 아가에게 읽어주었다. 그림도 동글동글 귀엽고…내용도 좋았다. 아이, 작은 고양이, 커다란 개, 작은 생쥐, 검은 고양이 등 다섯 등장인물을 연기하기가 힘들었지만…아가를 위해 열심히 구연.ㅎㅎ
  • sopoo 님 강풀 ‘안녕,친구야’ – 그림은 눈덮인 추운 겨울이 배경이지만, 이야기는 손난로처럼 따뜻하고 동심에 가득차보이는 등장인물은 포근하다. 곧 세상과 마주할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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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727  : 강풀의 첫 만화, 아니 그림책이다. 만화 같은 그림이 만화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림책을 보는 것인지 혼동하게 만들지만 그의 만화전반에 나타나는 따뜻함은 어린이의 시각으로 그려낸 만화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그의 모든 만화 속에서 인간과 관계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곤 하는데 이 그림책 속에서도 보여준다. 특히 아기가 어린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의 부모를 찾아가고 다시 홀로 돌아오는 속에서 적대적 관계였던 이들과의 담을 헐고 또 그들이 집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모습 속에서 관계의 치유를 보여준다. 홀로서기와 함께 함의 공존을 그렸다고 할까?
  • 책방꽃방 님 :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감동적인 만화가 영화로까지 상영되어 유명해진 강풀 만화가가 자신의 아이 은총이를 위한 그림책을 그렸다고 해서 과연 어떤 그림책일까 참 궁금했어요. 어른을 위한 감동적인 만화에 이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그림책까지 정말 멋지네요. (중략) 좀 뭉툭한것 같지만 세심하고 생생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볼수록 정이 가구요. 책을 읽는 내내 눈송이가 날려서 진짜 눈내리는 그림책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손을 내밀거나 말을 걸어야 하고 그것이 홀로서기에 용기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멋진 그림책이에요.
  • heliosinn 님 : 나는 강풀이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기사가 참 좋았다. “뭘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돼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성공해라’, ‘넌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는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한다. 성공 못 할 수도 있고, 꼭 억지로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  자라나는 아이들이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무한 긍정과 응원을 줄 수는 없을까?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지친 밥벌이와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싫은 대선 결과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충분히 위로 받은 것 같다. 100여 년전에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우리 모두가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지” <안녕, 친구야>는 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강풀이 결혼 8년만에 딸이 생겼는데,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1년간 구상해서 낸 그림책이 <안녕, 친구야>. 게다가 책 출간일(1월 14일)과 딸이 태어난 날짜가 정확히 일치하는 기막힌 우연까지! 강풀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것 같다. 딸(이름 ‘소리’라고 함)의 성장과 함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강풀 그림책이 꾸준히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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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익숙한 강풀 작가의 만화를 어린이 그림책으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작가가 단순히 그림책을 만든 것이 아닌 오랜 시간 기다려온 딸과의 소중한 만남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강풀 작가님의 딸 소리가 아빠의 그림책을 읽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이 책의 그림 중에 아이와 아기 고양이가 나란히 가게 앞에 앉아있는 장면이 있는데요. 가게 이름이 ‘은총상회’였어요. 아마 강풀 작가님의 딸 태명이 ‘은총’인 것 같은데요. “깨알 같은 우리 딸 태명 은총이”라고 직접 트윗을 남겨주셨 더라고요. 아빠의 사랑을 아마도 소리가 알 것 같습니다.

[box type=”info”]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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