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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이미지, 권력: 미우미우, 오롤라, 배스킨라빈스

2015년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는 S/S 콜렉션의 광고 이미지로 아래와 같은 사진을 선보였다. 그리고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았는데 그 이유는 광고의 이미지가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애호, 즉 롤리타 콤플렉스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miu

이런 반응에 대해 미우미우 측은 이렇게 반박했다:

“광고 모델인 미아 고스는 촬영 당시 21세로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가슴이 파인 의상도 아니고 화장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아동처럼 모델을 꾸몄을 것이라 생각하는 독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우미우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광고기준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심의하면서 해당 광고를 금지했다:

“해당 이미지는 아동이 어른 옷을 입고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는 듯 보인다. 화장도 하지 않았고, 신체 사이즈에 비해 큰 성인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미성년자로 판단할 수 있다. 침대에 누운 모델을 살 짤 열린 문틈으로 훔쳐보는 듯한 것이 아동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굳이 광고기준위원회의 발언이 아니라도 미아 고스의 전작을 보면 쉽게 납득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미아 고스는 이 영화에서 어린 나이에 성적 호기심이 강한 역할을 맡았고, 영화 내용을 보더라도 미아 고스의 이미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섹슈얼리티와 따로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우미우의 광고는 2014년에 촬영되었는데 님포매니악의 개봉시기는 2013년이기 때문에 미아 고스의 영화적 이미지를 잠재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그러니 이 광고는 광고기준위원회의 의견처럼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맞다고 볼 수 있다.

님포마니악 (2013, 라스 폰 트리에)

님포마니악 (2013, 라스 폰 트리에)

 

 

 

반대 경우도 있다.

2011년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인 ‘오롤라’(OH, LOLA) 광고는 아예 대놓고 섹슈얼리티를 지향했다. 당시 17세였던 다코다 패닝이 소녀 취향의 원피스를 입고 다리 사이에 향수를 놓고 찍은 광고는 “17살 치고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광고를 금지당했다. 그냥 보면 분홍색의 시크해보이는 광고지만, 그 안에 담긴 기호적 의미를 보자면 다분히 성적인 광고가 맞다.

다코다 패닝

 

 

최근 배스킨라빈스의 광고 이미지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이유는 광고 모델인 초등학생을 성인처럼 꾸며 그 대상을 성적인 은유를 섞어 놓았기 때문이다.

배스킨 라빈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요즘 애들도 화장 다 하고 또래의 아이돌들 비슷한데 뭐~’하며 넘어갈 것이고, 조금이라도 민감한 사람은 ‘저거 위험한데? 롤리타 컨셉이잖아?’라며 불편해할 거다.

이 광고가 문제 되는 이유는 이미지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그리고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광고 이미지란 단지 모델이나 제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와 미장센1, 소품 등을 통해 그 제품(상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잠재적 상상까지 연쇄반응으로 구축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번 배스라빈스에 기용된 키즈 모델인 엘라 그로스는 천진난만하고 아이다운 이미지로 유명해진 아이가 아니라 어리지만 성인 같은, 어리지만 신비롭고 섹시한 이미지로 유명해진 모델이다. 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입술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배스킨라빈스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결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아이는 무조건 천진난만해야 하고, 아이는 무조건 화장을 하면 안 되고, 아이니까 유치해야 하고, 아이니까 아이답게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델인 엘라 그로스는 다른 콘텐츠에도 여러 번 출연했고, 패션모델로도 많이 서기 때문에 모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델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성적 대상화가 그 바탕에 깔려있고, 소비자가 불편을 느꼈다면 분명 그 의도는 잘못된 것이다.

아이들은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반대로 늙어 보이려고 애쓰는 어른은 없다. 그러니 어려보이는 모델 예뻐 보이는 모델이 광고에 등장하고, 소비자 반응도 훨씬 좋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를 조장하면 결국 우리사회가 병든다. 미의 지향점은 어느 시대나 나이 들어 보이는 것에 기준을 두지 않았다. 언제나 어려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취향은 여성의 능동적 반응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 어린 소녀 취향은 사회-문화적인 길들임과 권력 관계에 기반한다는 걸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보기 좋은 것과 어려 보이는 것.
보기 좋은 것과 섹시해 보이는 것.
어려 보이는 것과 섹시해 보이는 것.

이제는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미지다. 


  1. 미장센(Mise-en-Scene)은 무대예술인 영화와 연극, 오페라,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연출상 디자인 측면을 표현한다(출처: 위키백과 ‘미장센’). 즉, 미장센은 인물과 소품 배치 그리고 공간 구성을 통해 의미(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 기법을 의미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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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광혁(Jake Kim)
초대필자. 디자이너. 평론가

디자이너이자 평론가, 문화재청 산하의 국립무형문화원에서 디자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권 이상의 단행본 및 책자의 편집 디자인 작업을 했고, 국립문화재연구소, 서울시청, 해양박물관 등의 국가기관 및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미래에셋, 대한적십자, 한국은행, 서울대학교, 한국마사회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역사를 다룬 '글자를 위한 글(아레나옴므매거진)'을 연재했고 만화 규장각을 통해 서브컬처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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