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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개인정보보호 포기하나

문재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일까?

지난 4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보호’라는 이름을 빼는 것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의 발언을 좀 더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보호’라는 이름을 빼는 것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하겠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 쪽으로도 비중을 옮겨가야 한다고 본다.”

“데이터의 분석·가공 등 활용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산업적 활용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주시면 개인정보 활용에도 속도가 붙을 것.”

– 유명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19년 4월 4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질문에 답하면서

“개인정보의 보호가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고 있다”는 유 장관의 인식은 경악스럽다.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할 장관이 법이 정한 원칙을 부정하고, 기업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정보인권을 헌신짝 버리듯 한 것이다.

유영민 장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https://www.msit.go.kr/web/msipContents/contents.do?mId=MTYw

유영민 장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을 주관하고 있는데 이런 초법적 발상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는 개인정보보호 운운하면서 뒤로는 전 국민의 정보인권을 특정 사기업들의 상업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내가 몸담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정보인권 10대 정책과제’를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제안한 정책과제의 상당 부분을 공약에 반영했다(참고: 정보인권 10대 정책과제, 이제 문재인 정부가 행동할 때).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약속과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유영민 장관의 발언이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방향인지 밝혀야 한다. 이제는 진실을 말할 때다.

점점 더 막장으로 가는 개인정보

유 장관의 인식과 달리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기생한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로 국민들은 괴롭다. 초연결사회로 나아간다는데 국민의 프라이버시, 인권 따위는 예전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이러니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국민들이 믿고 맡긴 정보를 팔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 전국 약국과 병원에서 환자 4천4백만 명의 처방전 51억 건이 미국 빅데이터 업체에 팔렸다(링크).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년 간 민간보험사들에 보험료 ‘연구’를 위해 환자데이터셋 6천만 명 분을 팔아넘겼다(링크).
  • 박근혜 정부는 몇가지 비식별조치를 취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해 주겠다는 황당한 정책을 추진했고, 공공기관이 나서 기업들의 고객정보를 결합해 주었다.
심평원까지 국민의 민감한 의료정보팔이에 나선 지경. 그야말로 막장이 따로 없다.

심평원까지 국민의 의료정보를 보험사의 상품개발 자료로 팔아먹었다. 그야말로 막장이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가 직면한 위험이다. 내 정보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때로는 나의 의사에 반해서 전 세계에 팔려나간다. 이런 정보 장사에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까지 비식별조치 기업들과 공공기관을 무혐의로 처리하였다(링크). 이제 인공지능의 불투명한 개인정보 처리로 대출, 보험, 구직 등 일상생활에서 차별받는 미래가 바로 눈앞에 와있다. 국민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국민에게 정보 통제권이 있는가 

정부와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가 늘어나고 자동화될수록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그래서 1980년 유엔의 [전산처리된 개인정보 파일의 규제지침]을 비롯한 여러 국제 규범은 개인정보 감독기구1의 설치를 지지해 왔다. 정보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준수를 ‘감독’하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정부와 기업처럼 힘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들을 제대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구의 독립성과 강력한 권한이 요구된다. 그래서 유럽사법재판소는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일컬어 ‘기본권의 수호자’라 칭하기도 하였다.

우리 시민사회도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독립적이고 강력한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설치를 지지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명시된 대로, 모든 사람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개헌안 제22조 (*개정이 아닌 ‘신설’ 조항)

①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

③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터져나온 개인정보유출 사건 (출처: SBS, MBC, 연합뉴스)

끊임없이 터져나온 개인정보유출 사건 (출처: SBS, MBC, 연합뉴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가 개인정보보호의 유일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유영민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바로 이 유일한 안전판마저 제거하려는 신호탄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최소한의 의지도 없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개인정보보호 포기하나? 

‘개인정보위원회’로 바꾸겠다는 유영민 장관의 발상은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본질에 대한 완전한 왜곡이다. 정부 여당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이 단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봉사하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박근혜 정부때부터 추진해온 개인정보 규제완화 정책과 다를 바 없는 개인정보보호법안과 신용정보보호법안에 대해 한마디 못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 법안들은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판매와 공유를 허용하고 정보주체의 알 권리와 동의권을 박탈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전의 어느 정부도 이 정도까지 드러내놓고 개인정보보호를 거추장스러워하지 않았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무분별한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제재 강화’를 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이기에 그 실망이 더욱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허울 좋은 4차 산업혁명을 빌미기업들의 이익과 자기 부처 먹거리만 찾아 기웃대는가. 다른 모든 정부부처와 청와대도 국민을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스스로 발의한 개헌안조차 부정하려는 것인가. 인권의 정부가 되기를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포기한 정부로 기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그런데 개인정보는 빼고? (출처: @knuepck) https://twitter.com/knuepck/status/816546973452935168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는 빼고? (출처: @knuep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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