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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뉴스보기 5: 외신에 기대기

자기 환경에 적합하게 개발해내고 사회적으로 합의하여 만든 평가척도가 부족한 분야라면 어디든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 바로 신뢰의 위기다. 그리고 그런 위기를 극복하는 정석이라면 그런 척도를 만들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훨씬 손쉬운 방법은 외부의 잣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저널리즘의 경우 그것은 바로 외신의 한국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곤 한다. 한국 또는 한국인에게 일어나는 사안에 대해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관점과 해석이 필요한 경우, 신뢰성을 얻는 방책으로 외국 언론이 뭐라고 했다더라라고 적시하는 방식 말이다.

남의 눈을 통해 자기 것에 대한 객관성을 주장하는 패턴에 대해 떠올릴법한 내재화된 식민성이니 사대주의니 하는 개념들은 잠시 접어놓더라도, 구체적 문제점은 충분히 극명하다. 바로 언론매체가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재단하면서 더 객관적인 척 가장하기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외신도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이것은 우리의 주관적 견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심어 넣는 트릭이다. 이 트릭이 특히 절묘한 것이, 자신들이 독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점을 오히려 역이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이쪽이 워낙 못미덥기 때문에, “외신”은 그보다 더 신뢰할만하다는 착시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외신이라는 속성을 이용해서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사건 당시 외국보도를 “인용”함으로써 다른 나라는 줄기세포연구를 막 진전시키는데 한국은 도덕놀음에 빠져 뒤처진다는 식으로 포장했던 보수 참칭 언론재벌들의 보도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 않은가. 여러모로, 외신을 활용하는 것은 남는 장사다.

한국의 사안에 대해서 외신을 인용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을 경우 제대로 탐지하고 걸러서 읽는 것은 중요하다. 필요한 스킬 그 첫째는, 어떤 외신인가 따지는 것이다. 우선 소스를 그냥 ‘외신’, 또는 ‘미국 언론’ 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의도적 사기다. 기억하자: 외신이라는 단일한 브랜드의 신문 따위는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매체인지 적시할 경우, 그 소스가 제대로 된 언론인지 아닌지,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국내 일등신문을 자부한다는 동네들에서 어니언지의 풍자기사나 위클리월드뉴스의 괴담을 팩트로 진지하게 인용하는 코미디가 낯설지 않다. FOX뉴스나 산케이는 노골적인 극우성향이니 정치색 필터를 장착하는 것이 필수.

둘째, 그 외신의 소스는 무엇인가. 한국 상주기자를 두고 있고 그 기자의 취재 분야가 딱 맞아떨어지는 소수 사안을 제외하고는, 외신의 보도 소스는 많은 경우 한국 언론에서 나온다. 따라서 그들의 소스가 애초에 정확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다행히도 인용할 가치가 있는 품질의 외신이라면 자기 정보의 소스도 밝혀놓으니, 조금만 품을 팔면 그것을 인용한 국내보도가 최악의 경우 순환인용인가 정도는 알 수 있다.

셋째, 애초에 외신이 더 잘 판단해줄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한 것인가, 전문성의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선진외국이라 생각하며 외신을 뽑아오는 그런 동네들은, 우리가 흔히 ‘자뻑’하는 만큼 한국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학 전공자, 한국사회 전문가 그런 것 별로 키우지 않는다. 특히 사안의 세부 맥락, 관계자의 공개행사 이외의 발언 같은 세부 디테일과 팩트의 경우는 한국 언론에서 훨씬 많이 발굴해낸다. 다만 세계 유수의 몇몇 언론사는 그런 팩트들을 모은 후 맥락을 제대로 정리하고 여러 견해들을 세심하게 제시해내는 심층보도에 능한데, 그런 것 말고 거의 단신에 가까운 기사들까지도 외신이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권위를 부여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외신을 인용하는 국내 기사가 있다면, 안전하게 사기로 간주해도 된다. 그런 언론사, 그런 기자의 뉴스라면 이번에 사기를 쳤으니, 다음에도 더욱 신뢰도를 낮게 잡고 취사선택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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