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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탁구는 미국과 중국의 끊어진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른바 ‘핑퐁 외교’다. 1980년 초반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업자는, 지상파 대비 상대적으로 뛰어난 화질을 홍보했지만,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ESPN은 탁구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것은 화질이 아니라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이후 ESPN은 전미 대학경기협회(NCAA)로부터 미식축구 및 농구 중계권을 따내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탁구는 미국사회의 꽉 막힌 상황을 두 번 돌파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리전 매거진 표지 (핑퐁 외교)
출처: Wallpaper it

ESPN의 교훈: 화질보다는 매력적인 컨텐츠

구글의 유튜브는 ESPN의 성장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냈다.

유튜브는 2005년 개인 이용자가 제작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역사에 등장했다. 2006년 구글에 인수된 이후 유튜브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장악해 갔다.

유튜브의 성장에서 결정적 사건은 2011년 3월 7일 유튜브가 발표한 ‘넥스트 뉴 네트워크'(Next New Networks)의 매입이다. ‘넥스트 뉴 네트워크’는 2007년부터 코미디 프로그램 ‘Barely Political’과 자동차 뉴스 프로그램 ‘Fast Lane Daily’ 등을 유튜브에 제공한 프로그램 제작자 연합이다.

뉴욕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넥스트 뉴 네트워크’는 구글에 인수된 이후 유튜브의 ‘시청자 개발 그룹'(Audience Development Group)으로 진화한다. ‘시청자 개발 그룹’은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Youtube Network) 또는 유튜브 멀티채널 네트워크 사업자(Multi Channel Network, MCN) 탄생의 필요조건을 만들어 낸다.

ESPN 방송 장면
출처: 히스토리 랫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라 함은, 두 개 이상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 및 생산자의 연합체로서 프로그램의 상업화를 책임지며 유튜브로부터 멀티채널 네트워크 사업자(MCN)로서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은 사업자를 말한다.

이들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케이블) 방송사업자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북미 및 유럽 이용자가 TV를 떠나 유튜브로 이동할 동기를 제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1980년대 ESPN과 유사하게 프로그램 화질보다는 차별적이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시장을 형성하는 힘임을 입증하고 있다.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월 순방문자 변화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월 순방문자 변화. 단위는 1,000 (출처: 컴스코어 인사이트)

복수 채널 사업자의 연합체 성격을 가지는 유튜브 네트워크 중 대표적인 사업자는 아래 표와 같다.

복수 채널 사업자 연합체 성격의 유튜브 네트워크들
출처: 컴스코어, 소셜블레이드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도달률 증대, 수익 사업, 영상 제작, 기타 지원 등 크게 네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box type=”info” head=”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역할”]

  • 도달률 증대: 복수의 채널 운영자의 크로스 프로모션, 채널 최적화, 채널 운영자 교육, 댓글 관리 등을 통해 개별 채널의 도달률 증대를 도모한다. 이른바 ‘시청자 개발(Audience Development)’ 기능이다.
  • 수익 사업: 네트워크 사업자는 소속된 채널을 집단으로 대표한다. 개별 채널에 맞는 광고 파트너를 찾아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있어 효율적이다. 또한,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배너 광고 이외에도 제품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머천다이징 등의 수익 사업을 담당한다.
  • 영상 제작: 채널 운영자의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해 (배경)음악, 효과 음향, 이미지, 그래픽 등의 제작 및 라이센스 계약을 네트워크 사업자가 담당한다. 영상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및 시나리오 작가 제공은 기본이다.
  • 기타 지원: 운영자의 SNS 지원, 팬 미팅, 언론홍보 등을 네트워크 사업자는 지원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홈페이지 및 앱을 제작하고, 행사 지원 등 전통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의 기능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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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수익모델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수익모델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수익모델

유튜브 채널 운영자 또는 유튜버(Youtuber)에게 수익 흐름은 크게 네 가지다.

[box type=”info” head=”유튜버 수익 흐름”]

  1. 광고주-유튜브-유튜버의 관계다. 중간 사업자인 유튜브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의 전체 광고수입 중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55%가 유튜버에게 돌아간다.
  2.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가 유튜브의 사업 대행을 맞는 형식이다. 이때 채널 광고수입 중 최대 39%가 유튜버에게 돌아간다.
  3. 유튜브는 일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광고서버를 직접 운영할 권한을 준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사업자는 직접 광고주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때 네트워크 사업자는 유튜브에게 최대 45%를 지불해야 한다.
  4. 제품 간접광고, 또는 채널 동영상을 다른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다. 이때 채널 운영자 또는 유튜버는 전체 수입 중 약 50%를 받는다. 제품 간접광고(PPL) 수입에 구글/유튜브는 관여하지 않는다. 제품 간접광고는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영역이다.

자료 출처: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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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간접광고를 제외한다면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는 광고수입의 최대 16%가 유튜브 네트워크의 몫이다. 16%에 만족할 사업자는 많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파트너로서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아닌 고용인으로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선호한다. 다시 말해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 생산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 채널 관리를 자동화하여 최소한의 인력 및 비용으로 다수의 채널을 관리하고 사업화한다.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 또는 이른바 유튜브 스타(YouTube Celebrities)를 직접 육성하여 유튜브의 경계를 넘어 다양하게 사업화한다.

대형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유튜브 스타 키우기에 뛰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뉴욕 지하철 광고에 등장에 유튜브 스타들
뉴욕 지하철 광고에 등장에 유튜브 스타들

유튜브 경쟁자: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IPTV 사업자

2013년 초반까지 유튜브의 임원으로 일했던 헌터 워크(Hunter Walk)는 2009년 아래와 같이 유튜브의 성격을 정의한다.

유튜브는 미디어 콘텐츠 기업이 아니다. 유튜브는 미디어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는 콘텐츠 제작자와 시청자를 연결할 뿐이다.

We’re not a media company — we’re a media catalyst. … What we really try to do is connect content creators with content viewers.

출처: 벤처비트

유튜브가 유튜버 또는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와 한편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웹 동영상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 그리고 이를 경제적으로 가능케 하는 광고 플랫폼으로서 유튜브의 역할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유튜브는 새로운 영상 형식과 새로운 스타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영상 제작과 스타 발굴, 스타 육성을 담당하는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유튜브에게 주요한 사업 파트너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 사업자, IPTV 사업자 등에게 유튜브는 경쟁 사업자일 수밖에 없다. 또한, 프로그램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전통 (방송) 영상 사업자에게 유튜브 네트워크는 경쟁 사업자일 수밖에 없다.

한편 유튜버,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유튜브 등 새로운 유튜브 생태계가 오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유튜버에게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는 마냥 함께하고 싶은 동반자일 수 없다. 과거 맺은 계약 조건이 나쁠 수 있고,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가 제공하는 지원은 스타 유튜버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네트워크가 유튜버에게 게이트키퍼(gatekeeper)다.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s)가 디즈니에 5억 달러에 인수되어도 메이커 스튜디오에 속한 유튜버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유익은 없다.

디즈니는 메이커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유튜브 네트워크 입장에서 유튜브의 최근 행보가 마땅치 않다. 유튜브는 음악 생중계 등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나서고 있으며, 유튜브는 첫 번째로 큰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바로 YouTube.com/YouTube이다.)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를 건너뛰고 직접 유튜버와 유튜브가 파트너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버즈피드의 유튜브 공세

제 프랭크유튜브 프로그램을 직접 생산하며 유튜브 네트워크 사업자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버즈피드다. 버즈피드는 2012년 밈(meme) 영상에 있어 천재 PD로 불리는 제 프랭크(Ze Frank)영입한다.

초기 버즈피드의 유튜브 채널은 개와 고양이가 주로 등장하는 바이럴 영상을 공개하는 채널이었다. 버즈피드 팝, 버즈피드 센트럴 등 두 개 채널에 2014년에 들어서면서 버즈피드 비디오, 버즈피드 옐로우, 버즈피드 블루, 버즈피드 바이올렛 등 네 개 채널이 추가되었다.

6개 이르는 버즈피드 유튜브 채널은 2014년 8월 기준 월 4억 조회(Views)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4년 9월 기준 하루 평균 5개의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뿐 아니라 버즈피드 동영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야후! 스크린에서 도달률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버즈피드 동영상 제작에 일하는 직원 규모도 이미 100명에 이른다. 웬만한 뉴스 사업자가 꿈꾸는 수준을 버즈피드는 현실화했다.

리스티클과 퀴즈로 성공을 거둔 버즈피드가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영역이 바로 동영상 사업이다. 버즈피드의 판단에 따르면 광고주의 모바일 머니는 동영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버즈피드가 유행시킨 네이티브 광고는 동영상에서 제품 간접광고(PPL)와 훌륭하게 만나면서 버즈피드에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버즈피드의 초기 영상작업은 아래 두 기사와 같이 리스티클로 입증받은 글을 그 아래 비디오처럼 영상화하는 형식이었다.

YouTube 동영상

이후 이러한 영상 스타일 이후에도 버즈피드는 매우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 형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버즈피드의 채널들을 방문해 보시라!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획력이 돋보이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몇 가지 예다.

YouTube 동영상
YouTube 동영상
YouTube 동영상
YouTube 동영상

버즈피드 동영상들은 현재 유튜브에서만 월 조회수 4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 제작된 동영상은 전통 매스미디어 방송의 프로그램과 작지 않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나의 테제는 버즈피드 동영상은 인터넷 이용자의 영상습관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버즈피드 영상을 즐겨보는 이용자의 경우 전통 방송사업자에게 실망하거나 버즈비드 류의 프로그램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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