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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긴 시간 동안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진을 찍은 후 사진 선별을 어떻게 하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죠.

남들은 어떻게 하나?

취미로 사진을 찍다 보면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죠.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게 되고, “사진 편집에는 OOO이 갑”과 같은 정보를 발견한 뒤에 무조건 따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은 후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가는 스스로 어떤 습관을 기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사진의 원본을 자신의 하드 디스크에 보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감상하는 기쁨을 누린 뒤에는 사진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오히려 사진 찍는 일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즐겁게 찍는 것입니다. 사진을 선별하고 관리하고 보정하고 보관하고 액세서리를 다루는 건 각자의 목적에 대해서 효율적일수록 좋습니다. DSLR 이용 8년 차인 제가 촬영 후 사진 관리하는 방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후보정을 위해 꼭 RAW로 찍어야 하나요?

그럴 필요 없어요. 찍어도 찍어도 화질이 마음에 안 들 때, 그때 시도하면 됩니다. JPG 촬영을 충분히 즐겨주세요.

제 경우는 처음에 정말 귀찮아서 절대 RAW로 촬영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노출 수정 작업을 많이 하게 되면서 모든 촬영을 RAW로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고 시간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면 가치는 충분합니다. 죽은 사진도 일으켜 세우는 RAW 파일이라잖아요. 하지만 최종 사진의 밝기에 민감하지 않고 후보정 자체에 관심 없다면 그냥 가볍게 디지털 사진기를 즐겨주세요.

찍을 때는 RAW/JPG 모두 “해상도 Large + 화질 낮은 옵션”이 “Mid­dle 해상도 + 고화질 옵션”보다 인화와 용량 관리에 유리합니다. 화질을 좋게 찍어도 해상도를 억지로 키우는 것보다는 약간 압축률 손해를 보더라도 제일 큰 해상도로 찍는 게 좋더라구요.

메모리 뭐 사요?

아마 SD카드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 메모리일 거예요.

예전에는 사진을 날려도 한꺼번에 다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작은 용량 단위 두세 개를 사용해 사진을 일부러 나눠 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미 활동하는 입장이라면 그냥 여유가 되는 선에서 용량 큰 게 편합니다. 게다가 점점 화소도 올라가고 화질도 좋아지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용량은 큰 게 좋아요.

DSLR이라면 class 10 이상을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브랜드는 트랜센드(Transcend)와 샌디스크(Sandisk) 정도를 많이들 씁니다.

샌디스크 SDHC Extreme 32GB(45MBs) 클래스 10 정도를 추천합니다. (3만 원대 후반)

샌디스크 SDHC Extreme 32GB
샌디스크 SDHC Extreme 32GB(45MBs) 클래스 10

연사(연속 촬영)를 자주 즐기신다면, “Extreme Pro SDHC UHS-I” 쪽으로 가세요. 이론상 속도가 두 배(90MBs)라 연사/동영상 촬영에 유리하지만, 가격은 거의 두 배(6만 원대 후반)입니다.

샌디스크 xtreme Pro SDHC UHS-I
샌디스크 xtreme Pro SDHC UHS-I

만약 돈이 부담되면 같은 용량/속도에서 트랜센드 메모리를 선택하면 조금 싸요. 똑같은 클래스 10 메모리 32GB를 3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으니까요. 64GB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San­disk 대비 만 원 정도 저렴하게 같은 성능 메모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있습니다만 저는 트랜센드도 잘만 썼습니다.

용산에서 이름 모를 브랜드의 메모리를 비싸게 파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구입하지 말시고, 그냥 인터넷으로 위 브랜드 중에서 선택하시길.

메모리 리더기는?

촬영 후 카메라 본체에 케이블을 직접 연결해서 컴퓨터로 사진을 전송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카메라 고유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것도 불편하고 해서 거의 대부분 메모리를 본체에서 제거한 후 전용 리더를 통해 전송합니다.

유저들 사이에 SEMA 리더기가 꽤 인기가 있더군요. 저도 SEMA SFD-321F/Q1 ALL-In-1 USB 2.0라는 외장형 리더기를 사용해봤는데 써본 것들 중에선 아주 오래 잘 쓰고 있고 만듦새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SEMA 리더기
SEMA SFD-321F/Q1 ALL-In-1 USB 2.0

리더기는 안에 칩셋이 중요하고 똑같은 USB 2.0을 지원해도 속도 차이가 매우 심하므로 예쁘게 생겼다고 아무거나 쓰지 마세요.

그런데 위 SEMA 리더기는 SDHC UHS-I 90MBs급의 메모리를 못 읽더군요. 메모리를 최신 고용량으로 구입한 경우 사용하는 리더기에서 지원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랜센드 RDF8K
트랜센드 RDF8K

저는 트랜센드 RDF8K(뒤에 K붙은 거 사세요)를 쓰는데 가격이 2만 원 정도라 조금 비싼 느낌이지만, 최신 메모리도 빠르게 잘 읽어요. 게다가 USB 3.0 지원이라 만약 컴퓨터에서 USB 3.0을 지원하면 전송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케이블이 SEMA 제품처럼 일체형이 아니고 좀 무겁다는 게 흠이라면 흠.

리더기는 마트에서 아무거나 사지 마세요!

찍은 다음에 컴퓨터에 옮기고 정리하기 귀찮아요

저는 보통 행사 출사를 하면 1,000장 정도는 찍습니다. 기본적으로 연사 촬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카메라에는 버릴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건 아니다 싶으면 지우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일단 큰 모니터에서 한 번 보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합니다.

라이트룸

집에 와서 리더기를 통해 컴퓨터로 사진을 전송하는데, 컴퓨터가 고사양이라면 어도비 포토샵 라이트룸에서 임포트(Import; 단축키 Ctrl+Shift+I) 하시면 됩니다. 자동으로 날짜별 폴더로 불러들입니다.

브리즈 시스템즈 다운로더 프로
다운로더 프로 스크린샷

만약 컴퓨터가 저사양이거나 라이트룸을 사진 전송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다운로더 프로(Down­loader Pro)를 추천합니다. 더욱 가볍고 빠르게 리더기에서 사진을 옮겨올 수 있고, ‘날짜별 폴더에 넣기’는 물론 파일명을 여러 가지 규칙에 따라 자동 부여할 수 있습니다.

망한 사진 빨리 지우기?

라이트룸에서는 라이브러리 격자 보기(Grid View; 단축키 G)에서 21인치 모니터 기준 가로 2~3개의 썸네일이 출력되게 확대해서 쭉 스크롤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사진들을 카탈로그에서 사진 제거(Remove Photo from Catalog)합니다. (‘사진 삭제'(delete)는 하지 않습니다. 라이트룸 상의 목록에서만 제거합니다.) 가끔 더 크게 봐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E키를 눌러 1장씩 크게 보는 화면으로 전환하여 결정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루토스 님의 조언에 따라 망한 사진을 버리는 작업도 라이트룸에서 하지 않고 그냥 윈도우 탐색기에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훨씬 빠르기 때문이죠.

우선 윈도우 탐색기에서는 카메라 RAW 파일이 미리보기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카메라 코덱 팩을 다운로드해야 합니다. 자신의 운영체제(32비트/64비트)에 따라 32bit이라면 x86을, 64bit이라면 amd64를 다운로드하시면 됩니다.

위 코덱을 다운로드하면 윈도우 탐색기에서 카메라 RAW 파일이 미리보기로 보이는데, [Ctrl + 마우스 휠]로 최대한 확장한 후 스크롤을 내리면서 대충 봐도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가서 버릴 게 확실한 사진들을 지워주시면 됩니다. [Ctrl + 마우스 클릭]으로 여러 장 선택하거나 [Shift + 마우스 클릭]으로 연사 전체를 일괄 삭제합니다.

패스트스톤 뷰어 스크린샷
패스트스톤 뷰어 스크린샷

라이트룸은 빠릿빠릿하게 반응하지 않아서 불만이고, 윈도우 탐색기는 최대 화면이 조금만 더 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패스트스톤 뷰어(Fast­stone Viewer)를 사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RAW 파일 미리보기를 지원하고 [Ctrl + 엔터키]로 탐색기와 미리보기 화면을 조합하여 사진을 빠르게 돌려보고 골라서 삭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진과 보통 사진을 어떻게 구별해요?

온종일 사진을 찍어도 정말 좋은 사진은 한두 장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에서 공들여 보정할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보통 위에서 설명한 “망한 사진 지우기” 과정을 거친 후에는 라이트룸에서 폴더를 통으로 불러들여 격자 보기(단축키 G)나 확대경 보기(단축키 E)에서 사진을 보면서 키보드 숫자키 1, 2, 3, 4, 5를 이용해 등급을 매겨요. 보통 아주 좋은 사진에 별표 4~5점을 매기는 정도로 하고 따로 정렬해서 작업합니다.

라이트룸의 격자 보기 스크린샷
라이트룸의 격자 보기 스크린샷

라이트룸에서는 미리보기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서 칼라 레이블을 줄 수도 있고, 빠른 컬렉션(Quick Collection; 단축키 B)에 수시로 추가하여 일단 괜찮아 보이는 사진을 모아서 그 사진만 따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별표 대신 단축키 P로 중요사진을 ‘채택’ 플래그 지정, 단축키 U로 각종 플래그 제거, 단축키 X로 ‘제외’ 플래그 지정함으로써 용도별 플래그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레이블이나 등급을 적용할 때는 페인터(Painter)를 사용하면 마우스로 콕콕 빠르게 지정할 수 있고, 다 지정한 후에는 상단의 어트리뷰트(Attribute) 막대를 열어 별표 등급이나 플래그, 레이블에 따라 사진을 필터링하여 일괄 작업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세하고 강력한 라벨링/필터링 기능이 필요 없다면 역시 마루토스 님의 조언대로 – 저사양 피시 환경에서는 (캐논 카메라를 기준으로) 디지털 포토 프로페셔널(이하 DPP)을 이용하면 더욱 가볍고 빠르게 사진을 등급별로 정렬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폴더에서 사진이 모두 로드된 걸 확인 후, 전체선택(Ctrl + A)하고, 빠른보기모드(Alt + Q)로 변경하여 새 창을 띄우고 키보드 좌우키로 빠르게 탐색하며 키보드 숫자키 1~5를 사용하여 등급을 매깁니다. 그리고 마우스 우클릭을 이용하여 등급별로 오름차 정렬하여 별표 매기지 않은 사진을 다시 한 번 더 삭제하거나 내림차 정렬하여 별표 많이 받은 사진만 따로 노출 보정 등 후보정을 세밀하게 해줍니다.

캐논 DPP 스크린샷
캐논 DPP 스크린샷

DPP는 캐논 카메라 RAW 파일 보정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오리지널 1.0 설치파일(다운로드)업데이트 파일(3.13.51)(다운로드)을 차례로 설치하여 이용하면 됩니다.

본격적인 사진 보정

예전에는 포토샵에서 직접 보정하고 Color Efex Pro 플러그인의 도움을 받아 배치 작업을 했는데, 요즘은 거의 라이트룸만 사용합니다.

라이트룸에서는 격자 화면(Grid View)에서 노출이 심하게 엇나간 사진들의 밝기를 잡아주고, 크롭(crop)이나 수평맞추기를 먼저 수행합니다. 이후 화이트밸런스가 심하게 틀어진 사진만 좀 건드리고 그냥 익스포트(export)하는 편이에요.

VSCO Film
VSCO는 다양한 버전의 프리셋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인 VSCO Cam의 색감에 반해서 같은 회사에서 만든 VSCO Film 라이트룸 프리셋을 구매해버렸습니다. 생각보다 아이폰만큼 감동이 덜하긴 한데, 그래도 기존에 사용해본 여러 플러그인에 비해 필름 색감에 상당히 근접해있다고 평가하고, 평소 약간 인상적으로 색감을 조정한 사진을 최종 결과물로 간직하는 편이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보관 사진 사이즈?

보통 원본은 긴 축을 기준으로 3,000픽셀 이상의 JPG로 뽑아냅니다. 보통 온라인 사진공모전의 기준도 3,000픽셀 정도인 경우가 많고, 보통 ‘원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 나름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벽에 걸 정도로 크게 인화할 사진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2,600px이나, 심하면 2,200 정도로 가볍게 뽑기도 합니다.

모임이나 행사 후에 사진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핸드폰에 두고 보는 정도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카메라의 무선 송신 기능(캐논 EOS 6D의 와이파이 기능)을 이용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전송한 뒤 바로 Snapseed나 VSCO Cam 앱을 이용해 예쁜 색감으로 보정해 보내주기도 합니다.

플리커 1테라바이트
플리커는 1테라바이트까지 업로드를 지원합니다. 사실상 무제한입니다.

보통 플리커에 모든 사진을 올리는데, 서비스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역시 3,000픽셀 이상의 사진은 업로드 속도가 느린 게 단점이죠. 최근에는 ‘사진공모전에 자주 참가하지도 않는데 과연 이렇게 모든 사진을 고화질로 업로드해서 보관해야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 속도와 하드웨어는 계속 개선되니까 아직은 3,000픽셀 정도의 큰 사진을 보관하는 원칙은 계속 지키려고 합니다.

플리커 말고 대안은?

제 생각에 일반 아마추어의 경우 벽지만큼 크게 인화할 일이 거의 없고, 인화해도 책상 위의 액자에 넣을 사진 정도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컴퓨터로 볼 때는 집에 있는 풀HD 텔레비전에서 깨지지 않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피카사/구글 플러스를 추천합니다.

구글 피카사

구글 플러스에서 사진을 업로드할 때 자동으로 리사이즈가 되며, 용량은 무제한입니다. 리사이즈 되는 크기는 가로 2048px 인데, 사진의 긴 축이 2048px이라는 건 ‘집에 있는 커다란 벽걸이 TV에서 봐도 전혀 무리가 없는 해상도’란 뜻입니다.

다만 리사이즈 되는 게 싫고 어떤 사진은 절대로 원본의 크기를 유지해야 될 만큼 일생의 작품 사진이라면, 그 경우에만 피카사에 접속해서 직접 업로드하면 됩니다. 파카사로 직접 업로드하면 사진이 원본 크기 그대로 올라가거든요. 다만 이 경우에는 피카사의 정해진 용량이 차감되게 됩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고해상도 사진의 용량은 나중에 부족하면 그때 가서 돈 주고 사서 쓰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1,000픽셀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플리커에서 구글 플러스 쪽으로 백업 장소를 바꿀까 고민도 들더군요. 하지만 아직은 플리커를 메인 저장소로 사용하는 건 계속 유지하고 있고, 다만 매번 출사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은 구글 플러스에 중복으로 올리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업로드 속도는 플리커보다 훨씬 쾌적합니다.

구글 플러스 - 모든 사진이 백업되고 정리됩니다.
구글 플러스는 자동으로 스마트폰, 컴퓨터의 사진을 백업합니다.

StackEdit 등에서 구글 플러스 사진 삽입을 제공하므로 마크다운 에디터 사용자에게도 유리하고,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구글 플러스 앱에서 사진 자동 백업 기능을 지원하므로 핸드폰 사진첩과 같은 저장소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쉽게 세팅도 가능하죠.

다만 구글 플러스 앨범은 태그 기능 등이 강력하지 않아서 검색이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점점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또 기존 사진들을 여기저기서 뽑아서 따로 갤러리나 컬렉션을 만드는 기능이 없어요. (이것도 점점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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