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MBC의 한 기자(‘양윤경 기자’)와 취재 PD가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전 교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자가 경찰을 사칭해 지도 교수의 이전 거주지에 살고 있는 현재 거주자에게 전에 살던 지도교수가 어디로 이사 갔는지, 집 계약은 언제 했는지 등을 물어본 것이다. MBC는 9일 뉴스데스크에서 기자의 경찰 사칭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또한 해당 기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MBC 기자 경찰 사칭 사건은 기자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취재 윤리를 저버린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강요죄, 공무원자격사칭죄까지 법적인 문제로 비화된 이번 사건은 언론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의 배우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MBC와 언론계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내부의 성과 우선주의와 취재윤리 부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정당성
기자들의 윤리적인 취재를 도모하기 위해 다수의 보도준칙과 강령, 윤리헌장들이 존재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살펴보면 ‘우리는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언론윤리헌장에도 윤리적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을 사용해야 함을 분명하게 언급한다. 물론 MBC에도 이러한 강령은 존재한다. 언제나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해야며 세부준칙으로 언론인이 아닌 사람으로 가장하는 등의 위장 취재를 금지한다는 구체적인 준칙까지 마련해 놓았다.
기자가 취재 윤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는 ‘정당한 방법을 통한 취재’를 어기게 된 원인은 내부의 성과 우선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자 개인에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를 우선시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적극적’ 취재 수단을 행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거나 윗선에서 특종을 가져오라는 명목하에 기자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MBC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익적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공권력을 사칭한 취재는 허락될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취재의 공익적 목적마저 의심받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자초한 건 경찰을 사칭한 기자와 이런 행위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다.
김의겸 의원의 ‘놀라운’ 인식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기자가 굳이 타인을 사칭하여 취재하는 것, 특히나 공권력을 사칭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기 위하는 데 있을 것이다. 많은 단계와 시간을 거치고 싶지 않은 기자의 성급한 특종 욕심도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번 MBC 기자 경찰 사칭 사건에 대해 큰 문제의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나이든 기자 출신들은 (경찰 사칭이)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당당하게 말하는 김의겸(전 한겨레 기자) 의원의 윤리의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사칭이 공익을 해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칭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사칭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정보가 큰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MBC는 시민들에게 비윤리적 방식으로 취재하는 언론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지난해 채널A의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했던 MBC이기에 더욱 신뢰를 떨어뜨렸다. 앞으로 MBC는 끊임없이 윤리적으로 취재했는지 증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언론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낡은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윤리적 기준에 맞게 취재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