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일상생활을 밀착해 보여주는 소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죠. [미운우리새끼]나 [나 혼자 산다]는 아주 인기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요즘엔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요.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 한들 TV 안에 리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연출 있고, 대본 있는 쇼일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이들 프로그램은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 보기 한결 편한데요. ‘오버’가 그나마 덜 섞인 덕분인 것 같아요. 보통의 삶을 비교적 담백하게 그려내죠. 물론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라는 전제가 붙지만.

물론 가끔씩 ‘보통의 삶’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삶도 나오곤 하죠. 특히 래퍼 ‘도끼’ 같은 사람이 나오면 뭐 말할 필요도 없고요. 최상류층 ‘셀렙’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러 나온 듯한 모습입니다. 보면서도 이걸 내가 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이건 신종 심리 고문인가.
그나마 도끼는 잠깐 나오고 말았으니 버티는데, 요즘 빅뱅의 승리가 자주 나오는데 좀 과하다 싶어요. 처음에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변신한 모습이 그의 예능감과 시너지를 이뤄 꽤 흥미로웠는데, 이젠 그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모습을 너무 써먹다보니 옛날 IMF 시절 [성공시대] 같은 유사 프로파간다 방송을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젊은 사업가’의 광고판이 된 지상파
사실 성공한 사업가 승리와 성공한 셀렙 승리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존재죠. 물론 사업가로서의 재능과 노력도 중요했지만, 셀렙으로서의 이름값이 밑천이었음도 부정할 수 없으니.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헷갈리지만, [나 혼자 산다]나 [미운우리새끼] 같은 지상파 프로그램이 승리 사업의 광고판 노릇을 해줬다는 건 확실하죠. 승리도 그 방송들을 이용했던 것 같고 말이죠.
또 다른 장면을 볼까요.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이 사업 규모를 물어보니, 점포당 매출이 “(월) 2억”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얘기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승리 라멘집, 월 2억 매출 나옵니다!’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은 이거 책임질 수 있나요?
그냥 PPL(간접광고) 수준이면, 뭐 그저 그런 공장 육수 라멘 한 그릇 더 먹는 게 누군가에게 큰 손해가 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맹사업은 다르잖아요. 일단 수억 규모가 오가는데.
굿바이 승츠비
예능다운 재미를 추구하면서 담백함도 잃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광고판으로 전락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돈 많은 거 자랑하고, 보통 사람은 꿈꿀 수 없는 럭셔리한 삶을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으니까, 그냥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돈’이 아니라 ‘삶’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매장당 월 매출이 2억이란 얘긴 접어두고, 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뭘 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까지만.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승츠비 좀 그만 나옵시다. 보기 싫음.
아, 물론 승리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