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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이 멈추고 소르본느가 문을 닫았던 과거 고등학생 시위

최근에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뤄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나는 프랑스 유학 시절 두 번의 학생 시위를 경험했다. 2000년 프랑스 낭트(Nantes)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급식 문제로 트램(tram) 전신주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도시의 교통이 마비되었고, 결국 몇 정거장을 걸어서 등교해야만 했다.

2006년 봄에는 도미니크 드 빌팽 정부가 추진한 최초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시위로 내가 다니던 소르본느 대학이 폐쇄되었다. 당시 학생들은 26세 미만 청년에 대해 기업이 첫 2년 동안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청년에게만 불안정한 일자리를 강요한다며 거리로 나섰고, 결국 정부는 다른 청년 고용 지원책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서 프랑스 학생들에게 ‘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들려주는 아주 익숙한 공간임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파리 나시옹 광장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공용.

2026년 가을, 교문 앞에서 멈춘 평등

그리고 2026년 가을,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9월 21일 파리 근교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봉쇄 시위는 2주 만에 전국으로 번져, 10월 6일 ‘3차 행동’에는 무려 26만 6천 명에서 45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했고, 당국의 휴교를 포함하여 전국 891곳의 학교에서 수업이 중단됐다.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의 주요 경과. 교사 부족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며 시작된 학교 봉쇄는 전국적인 집단행동으로 확산됐다. AFP·Euronews 등 보도 종합(검색일: 2026년 10월 11일). ChatGPT를 활용해 재구성·편집.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전국중등교원노조(SNES-FSU)에 따르면 2026년 새 학기 공립 중·고교의 53%가 교사 한 명 이상이 부족한 상태로 개학했으며, 상담·보조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69%에 달했다.

10월 4일 프랑스 공영 뉴스채널 ‘프랑스앵포 대담’에 출연한 고교생노조연합(USL)의 학생 대표 필레몽은 교사뿐만 아니라 행정직원과 생활지도 보조인력, 학교 간호사마저 부족하며, 겨울에는 10도, 여름에는 45도에 이르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같은 자리에 나온 파리의 고등학교 교장 역시 교사 부족과 낡은 건물 문제에 공감했다.

여기에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대입 지원 플랫폼 ‘파르쿠르쉬프’의 불공정성 논란이 더해졌다. 어느 대학에도 합격을 보장받지 못한 채 수백 개의 모집 단위에 지원해야 하는 학생들은 교사 결원으로 정규 수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극도의 박탈감을 느꼈다.

프랑스에서 공화국은 학교가 사회적 출신과 관계없이 평등을 실현하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 따르면 프랑스 학생의 수학 성적 차이를 사회경제적 배경 차이로 설명하는 비율은 21%로, OECD 평균인 15%보다 높았다. 공화국이 약속한 평등이 교문 앞에서 멈춰서자, 학생들은 교육이 시장 논리에 종속되는 것에 반대하여 스스로 주체가 되어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한 것이다.

늘어난 교육 예산, 그러나 줄어든 학생 1인당 투자

그렇다면 프랑스 정부는 교육예산을 줄여왔을까? 표면적으로 중등교육 명목 지출은 2010년 약 567억 유로에서 2024년 약 731억 유로로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학생 1인당 실질 투입 예산은 오히려 같은 기간 1만 1천910유로에서 1만 1천660유로로 약 2.1% 감소했으며, 일반·기술계 고등학교는 약 8%나 더 줄었다.

프랑스 중등교육 학생 1인당 실질 지출 추이. 2024년 지출은 2010년보다 중등교육 전체에서 약 2.1%, 일반·기술계 고등학교에서 약 8.0% 포인트 감소했다. DEPP, 『Repères et références statistiques 2026』. ChatGPT를 활용해 재구성·편집.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공립 중등교육 예산은 2.6% 늘었으나, 늘어난 예산의 99% 이상이 인건비와 연금 부담금 인상에 쓰였고, 설비를 책임지는 광역지방정부의 교육 투자지출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물론 통계만으로 개별 학교의 교사 부족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인건비 지출을 교육환경 개선과 무관한 비용으로 볼 수도 없다. 다만 예산 총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들이 겪는 결핍이 해소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묻는 것은 예산이 늘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에 쓰였고, 어느 학교와 학생에게 배분되었는가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프랑스 학생 운동의 ‘사회적 거부권’

프랑스 학생 운동은 1986년 대학 선발제를 담은 데바케 법안 철회,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 폐기 등 정부 정책을 바꾸는 힘으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학생 운동이 언제나 승리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파르쿠르쉬프 도입이나 2023년 연금개혁처럼 정부가 끝내 밀어붙인 정책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학생 운동이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구하는 일종의 ‘사회적 거부권(veto)’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 시위는 특정 법안 하나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맞서고 있다. 확산 방식도 학생 노조의 조직적 연결에 더해 틱톡과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서 교사 결원 대체와 파르쿠르쉬프 투명성 강화 등 다섯 가지 우선 과제를 제시했고, 10월 8일에는 500여 개 고등학교에 대체교사 3천 명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단기적인 인력 배치가 학생 1인당 투자 감소와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위 현장 현수막: “죄송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원할 뿐입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교실의 경험을 사회적 요구로 연결하는 ‘학생 노조’

프랑스 학생의 사회 참여의 기반에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형성되는 일상의 관계와 학생 노조가 있다. 학생들은 매일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학교의 문제도 함께 경험한다. 학생운동 연구자 로비 모르데는 고등학교 교실을 공장의 작업장과 유사한, 밀도 높은 사회화 공간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경험과 유대를 전국적인 행동으로 연결하는 조직이 학생 노조다.

프랑스에는 전국독립민주고교생연맹(FIDL), 국민고교생운동(MNL), 고교생노조연합(USL) 등이 활동한다. 학생들은 학급 대표를 선출하고, 학교의 고교생활위원회(CVL)로부터 전국단위 자치기구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 집단행동에 나설 때는 총회에서 토론과 투표로 파업과 봉쇄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학생 노조는 교원노조, 학부모단체, 노동조합과도 연대한다. 교사 결원과 시설 노후화는 학생의 학습 환경이면서 동시에 교사의 노동 환경이기 때문이다. 교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시민참여를 배운다.

위키미디어 공용.

고등학생에서 55만명 일반 프랑스 시민까지 참여 확대

10월 17일, 학생들만의 연대가 학교 담장을 넘어섰다. ‘비싼 생활비(la vie chère)’에 반대하는 전국 행동의 날, 학생들은 노란조끼(gilets jaunes) 참가자와 노동자, 농민 등 생활고에 지친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섰다. 로랑 뉘녜스(Laurent Nuñez) 내무부 장관은 파리 11만 명을 포함해 전국 55만 명(주최 측 8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학생만이 아니라 여러 사회 공동체가 함께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에게는 공부할 조건의 문제가, 다른 시민들에게는 생계를 지탱할 조건의 문제가 공공서비스와 삶의 안정이라는 공동의 질문으로 광장에서 만난 것이다.

경험 많은 참가자들이 처음 시위에 나서는 이들을 위해 소셜미디어로 안전 수칙을 나눴다는 보도는, 연대가 구호에 대한 동의를 넘어 낯선 이가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함을 보여준다. 물론 리모주(Limoges) 시청 방화와 여러 도시의 약탈은 시민참여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조차 폭력이 평화적으로 요구를 표현하는 이들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듯, 그 책임을 학생과 평화적 참가자 전체에게 돌려서도 안 된다. 같은 날 거리에 섰다는 사실만으로 연대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성인들의 참여가 커질수록, 학생들의 요구가 더 큰 구호에 묻히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요구를 정하고 내세울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2026.10.17. 파리. 위키미디어 공용.
2026.10.17. 파리. 위키미디어 공용.

국가의 대응도 하나의 시민교육

프랑스 정부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언제나 대화로 응답한 것은 아니다. 내무부가 학생 시위를 ‘도시 폭력’으로 규정하며, 대규모 체포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이어져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열흘도 안 되어 미성년자 등 6,547명이 체포되었고, 랑스(Lens)에서는 15세 학생이 경찰이 사용한 수류탄에 손이 절단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물론 경찰과 학교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나 건물 파괴 및 방화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의 폭력이 공권력의 과도한 사용을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상대가 미성년자라면 국가의 보호 책임은 더욱 무겁다.

학생 노조는 방송이 폭력 장면에 집중하면서 정작 학생들의 요구는 가려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 장면이 퍼지며 청소년들의 분노를 키웠다.

국가의 대응 자체가 하나의 시민교육이 된다. 대화에 참여하여 요구를 듣고 설명하는 국가는 시민참여가 의미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반면, 항의를 무질서로 취급하여 억압하는 국가의 태도는 공적 발언의 대가가 두려움이라는 잘못된 시민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앙가주망은 함께 행동하고,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는 일

프랑스에서 앙가주망(Engagement, 시민참여)은 정치에 관심을 갖거나 의견을 밝히는 것을 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행동을 보태는 실천을 뜻한다.

프랑스앵포 대담에서 진행자가 긴 수업과 통학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말하자, 학생 대표 필레몽은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다시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철학자이자 영화감독인 실뱅 조르주는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dissensus)’ 개념을 통해 학생 운동을 설명한다. 시위 이전에는 교사 결원, 무더운 교실, 입시 스트레스가 각자 감내해야 할 사적인 어려움이었다. 학생들이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고 거리로 나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그 어려움은 공화국이 답해야 할 공동의 쟁점이 된다. 그리고, 공동의 쟁점은 연대로 이어진다. 일부 사립학교 학생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친구들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민 참여가 의견 일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 교장은 교육 인력과 시설 부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위 방식과 안전,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학교 봉쇄는 수업을 받고 싶은 학생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과 거리로 나오지 못한 학생들의 목소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민참여는 목소리를 갖는 일이면서, 동시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할 자리를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동덕여자대학교 교정 모습. 손동기 교수는 학생들의 시위 방식을 평가하는 것과 함께,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며 왜 목소리를 내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JT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한국 학생은 어떤 시민으로 자라고 있는가?

2024년 한국에서는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시위를 두고 그들이 왜 시위하는지를 묻기 전에 학교 곳곳에 래커칠을 한 시위 방식만을 비판하기 바빴다. 프랑스에서 학생 시위를 단순한 불복종이 아닌, 성숙한 시민 참여로 바라보는 시선과 큰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경험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교육과 민주주의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학생을 시민으로 대하고 있는가? 입시 경쟁과 학교 간 교육 조건의 차이를 여전히 개인이 견뎌야 할 몫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육예산을 이야기할 때 총액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무엇이 돌아가는지 묻고 있는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학생에게 그 내용이 아니라 ‘학생이 할 말인가’를 먼저 따지고 있지는 않은가?

26년 전 낭트에서 한 고등학생은 급식이라는 일상의 문제를 도시 전체가 마주해야 할 공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놓았다.

민주주의의 성숙도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조용한가로 측정되지 않는다. 공부하라는 요구에는 공부할 조건이, 책임지라는 요구에는 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평화를 지키라는 요구에는 안전하게 항의할 가능성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프랑스 학생들의 시위 현장에서의 팻말 문구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다.”

(On n’est pas le problème mais le résultat de vos décisions)

청소년의 목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중요한 공동의 질문임을 이번 프랑스 사태가 우리 사회에 잘 보여주었다. 청소년을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지금 함께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동료 시민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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