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칼럼] 대한민국의 가장 큰 불행 중 하나는 국민의힘이 주류 보수정당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이후, 더는 주류 보수정당 위상을 누릴 수 없게 해야. (박영득/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나 슬로우뉴스의 공식입장이 아닙니다. 그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열의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은 서부지방법원 사태에 가담하여 무거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또 다른 이들은 탄핵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극렬 보수 지지자들의 폭력행위는 정상적,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명백한 위헌행위와 중죄를 저지른 윤석열이 파면되는 것도, 내란수괴로 영원히 역사에 박제되는 것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다는 고백이다.

그들이 허무맹랑한 부정선거론에 빠져있는 것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국회의원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보수정당이 전국적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영남 지역정당으로 몰락하고야 말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니 선관위 직원들부터 가수 아이유까지 반드시 중국인이어야만 하는 한심한 대안적 세계를 창조하고야 말았다.

극우 장사꾼 전광훈. 체계화된 수익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극렬 보수 유권자들이 망상과 피해의식에 빠질수록, 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될수록, 더 무지해질수록 이익을 보는 것은 전광훈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회와 보수 유튜버들 뿐인데도 자신들의 처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의 삶이 이 정도로 파괴된 책임은 그 당사자들에게만 있지 않다.

오답만 적어내는 국민의힘

보수 극렬 지지자들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과 좌절, 분노에 고통받게 만드는 것은 이재명도, 민주당도 아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까지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연속으로 탄핵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오답만을 적어내는 국민의힘이다.

현재로서 한국의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국민의힘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끔찍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것이다.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최근의 기술혁신 등 세계의 구조적 변동을 불러온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국가공동체가 평화롭고, 조화로우며 번영케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낡아빠진 반공주의에 기대어 연명해 왔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과거에 박제해 버린 한국의 보수는 결국 세상과 단절되었다. 그들이 불편해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전 세계적인 거장이 되고 그들의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그들이 불편해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는 한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가져다주었다. 이들이 만들어낸 국가적 경사에도 마음 편히 박수치지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것이 지금 한국 보수의 절망적인 현실이다.

비상계엄 두 눈으로 보고도…

국민의힘은 절차적, 실체적 요건조차 구비하지 못한 위헌적 비상계엄을 두 눈으로 보고도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한동훈 당시 대표가 계엄선포 직후 비상계엄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막겠다고 했으나 대다수의 의원들은 국회진입은 시도하지도 않고 당사에 숨어들었다. 심지어 국회의 의결로 계엄이 해제되고서도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어지는 탄핵 소추과정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을 겁박하며 위헌적 비상계엄에 면죄부를 주려 했다. 계엄해제와 탄핵의 순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용기와 열정이 갑자기 어디서 샘솟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윤상현, 나경원 등 국민의힘의 중진의원들은 전광훈과 보수 유튜버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선동에 일조하고 음모론적 세계관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냉전 이후 많은 것이 변화한 세상을 이해할 지혜도,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할 용기도, 변화할 의지도 없는 국민의힘이 주류 보수정당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불행이다. 윤석열의 탄핵심판 선고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지만,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에 따라 판단하는 한 그는 결국 파면될 것이다.

탄핵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국경제의 번영과, 문화의 발전, 한국사회의 조화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힘써야 할 일은 국민의힘이 더 이상 주류 보수정당의 위치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한국정치의 변방으로,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밀어내고 최소한의 사고력과 공동체에 대한 사명감을 갖춘 새로운 보수정당이 주류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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