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4년 1월 26일 (금).
“사과 요구한 적 없다”고?
-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사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한동훈의 워딩은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게 전부였다.
- 박정하(국민의힘 대변인)는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주문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들었다.
- 김경율(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바짝 엎드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은 “김건희 사과 없이 윤석열이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 수준에서 이번 일을 덮고 가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동훈 잘한다”는 평가가 47%.
- 윤석열(대통령)은 긍정 평가가 31%밖에 안 됐다. 윤석열은 낮아지고 한동훈은 오르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결과다.
-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30%, 정의당 2% 순이었다.
-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윤석열과 한동훈 가운데 누구를 간판으로 걸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한동훈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나마 표를 모으는 데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사랑꾼’ 윤석열만 남았다.
- 황준범(한겨레 정치부장)은 이러다 “‘김건희 총선’이 될 판”이라고 했다.
- 일단 ‘약속 대련’은 아니었다. 윤석열 주변에서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말한다. 결국 김건희가 화가 났고 주변에서 이러다 총선 망한다고 하니 일단 멈춘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윤석열의 김건희 사랑은 진심”이란 말이 돈다고 한다.
- 한동훈은 바닥이 드러났다. 김건희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겨우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했을 뿐인데 이 난리가 났다. 윤석열에게 편하게 직언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걸로 확인됐다.
- 김건희가 절대 권력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다시 확인했다. 김건희가 서운해하기만 해도 윤석열은 분노하고 당 대표가 날아갈 뻔했다. 양평고속도로 논란 때는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급발진’했고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특검법까지 왔다.
가장 큰 패자는 윤석열.
- 박성민(민컨설팅 대표)의 분석이다. 민심과 여론, 당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 3불 전략이라는 게 있다. ①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말고(회피 전략) ②적이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지 말고(우회 전략) ③적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운다(혁파 전략)는 세 가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은 ①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②공천 이슈로 ③늘 하던 방법으로 한동훈을 사퇴시키려고 했으니 이길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여름부터 낙엽이 진다.
- 이용욱(경향신문 에디터)의 평가다. 가을에 낙엽이 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여름에 잎이 진다면 이상기온 탓이거나 뿌리가 병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윤석열 부부 상황이 딱 그렇다”는 이야기다.
- ‘약속 대련’이라고 보기에는 윤석열이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다. 국정 장악력이 크게 훼손됐고 대통령의 정세 판단과 리더십에 근본적인 회의를 남겼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지면 남은 3년을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하고 이기더라도 권력의 축이 한동훈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사과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조선일보의 질문이다. 사설에서 “국정이 우선인지 부인이 우선인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고 지적했다.
- 친윤 의원들은 윤석열이 사과를 하면 “여당이 물어뜯을 것”이라고 한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만으로도 사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는 조언이다.
쟁점과 현안.
또 정치 테러, 이번엔 배현진 피습.
- 배현진(국민의힘 의원)이 15세 중학생에게 머리를 17차례 가격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
- “국회의원 배현진이냐”고 말을 걸어 배현진이 돌아보려는 순간 뒷머리를 후려쳤고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계속 내리쳤다.
- 배현진은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 피의자는 도망가지 않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15세라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한덕수(국무총리)가 성명을 내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도 아닌데 1.4% 성장률이라니.
- 1%대 성장률은 IMF 외환위기(1998년)와 세계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 팬데믹(2020년) 등 세 차례뿐이다.
- 물론 외부 요인도 크다.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았고 중국 경기 부진도 길었다. 하지만 정부 재정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 민간 소비는 재작년 4.1%에서 지난해 1.8%로 줄었다.
- 올해 성장률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2.1%, 기획재정부는 2.2%로 보고 있다. 민간 소비도 회복이 더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감세와 규제 완화만 고집하고,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류덕현(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르게 읽기.
“빵집 사장도 감옥 간다”는 공포 마케팅.
-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이 실제로 한 말이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확대 시행된다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제과점 사장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상이 된다.”
- 동아일보는 음식점 사진을 내걸고 “직원 수를 4명으로 줄여야 할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라 해도 직원들이 듣지 않는데 사장 입장에서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는 식당 주인의 하소연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연히 안전 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겠지만 음식점에서 중대재해로 사장이 처벌받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사실 호도에 앞장서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업장은 직원이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을 뿐 아니라, 50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기본적인 안전 조처를 취하면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이나 건설업이 아니라면 전담 조직이나 관리 인력을 따로 둬야 하는 건 아니다.
-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또 유예하자고 하는 건 애초부터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닌가.”
GTX로 원주까지? 빨대 효과로 지방 소멸 앞당길 수도.
- ‘수도권 출퇴근 30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 A 노선은 운정에서 평택까지, B 노선은 인천대에서 춘천까지, C 노선은 동두천에서 아산까지 연장된다.
- D 노선은 김포 장기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부천 대장에서 만나 서울 삼성을 지나 팔당과 원주 방향으로 갈라진다. E 노선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광운대역을 지나 팔당까지 간다.
- F 노선은 의정부와 부천, 수원, 아산을 연결하는 순환선이다.
- 한겨레는 “목표 표정속도 시속 100km를 유지하고 출퇴근용으로 적합한 차간 가격을 유지하면서 노선도 연장하려면 열차 투입 수가 훨씬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F 노선은 사업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상상 속의 노선”이라고 평가했다. 총선용 생색 내기일 뿐 실제 추진 가능성과 필요성이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 경향신문은 “지방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 접근성만 높아지면 ‘빨대효과’가 발생해 지방소멸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는 “가기 편해진 서울에 사람이 더 쏠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상호(홍익대 교수)는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인구와 도시 기능 집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호(한양대 교수)는 “직장-주거 분리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GTX 사업에 39조 원을 포함해 교통망 대책에 134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재원 마련 대책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반을 민간에서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동아일보는 “민간이 천문학적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공판 중심주의와 불체포 특권 포기는 충돌한다.
- 이석태(전 헌법재판관)는 한동훈이 불체포 특권 포기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 “자칫 검사와 피고인의 대립 당사자 구조를 취하고 있고 그 최종 판결은 법관에게 있다는 공판 중심주의의 실질을 체포라는 절차를 빌려 희석하는 것으로 보일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불체포 특권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재판 전에 구속부터 하고 보는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 체포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죄가 없으면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 죄가 있는지 없는지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개인이 불구속 수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 행정부 통제를 위해 헌법이 정한 원칙이다.
- 이석태의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 검사가 우리 사회 정의의 중요한 판명자가 된 것인가.”
더 깊게 읽기.
‘뒤끝’ 대통령실, 천공 의혹 보도한 언론사 출입기자단 퇴출.
- 대통령실이 뉴스토마토에 “출입기자단 등록이 소멸됐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1월 출입 기자 변경 신청을 했는데 1년 가까이 신청을 받아주지 않다가 출입기자가 없다는 이유로 퇴출시킨 셈이다.
-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2월 천공 의혹을 보도한 것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보고 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며 뉴스토마토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CCTV를 뒤져보니 백재권이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다. 제보자가 백재권을 천공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고 둘 다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뉴스토마토는 의혹을 보도했고 천공은 아니지만 다른 무속인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과연 이 보도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나?
오늘의 TMI.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 됐다.
- 이은주(정의당 의원)가 임기를 넉 달 남겨두고 사퇴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정의당 의석이 줄어들고 정당 기호가 뒤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달 30일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는 시한이라 서둘러 사퇴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앞서 사퇴한 류호정(전 정의당 의원)은 양경규(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이은주는 이자스민(전 새누리당 의원)이 넘겨받는다.
- 경향신문은 “정의당의 비례 대표 잔혹사”를 소개했다. 원래 비례 순번 6번인 신장식(변호사)은 음주운전 등 전과가 알려지면서 후보에서 제외됐고 7번 배복주(전 정의당 부대표)는 탈당한 뒤 미래대연합(가칭)에 합류했다. 8번 박창진(전 정의당 부대표)도 이미 2022년에 탈당했다.
현대‧기아차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 영업이익 이야기다. 지난해 현대차가 162조 원 매출에 15조 원 영업이익을 냈다. 기아차는 99조 원 매출에 11조 원 영업이익을 냈다.
- 삼성전자는 258조 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6.5조 원에 그쳤다.
해법과 대안.
가벼운 환자 안 받으면 보상해 준다.
- 대형 병원이 동네 병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면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세 곳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최대 9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상급 병원이 중증 진료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 정성훈(보건복지부 과장)이 “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가를 더 받는 행위별 수가 체제에서 벗어나 의료 기관들의 협력 체계를 구성하는 데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1차와 2차 병원을 먼저 찾고 중증일 때만 대형 병원으로 이송되는 의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골든타임만 지켜도 연간 7635억 원 절감.
-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환자 가운데 골든타임 안에 진료받았으면 살 수 있었던 경우가 932명이나 됐다.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180분, 심근경색은 120분이다.
- 뇌졸중 환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130만 명인데 이 가운데 중증이 63%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이 골든타임 안에 진료를 받았을 경우 40%가 경증에 머물렀을 것이고 5826억 원의 진료비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중증이 경증보다 1인당 진료비가 178만 원 더 많다.
- 뇌졸중과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옮기는 경우가 각각 4.7%와 4.4%나 됐다. 필수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양구 테니스파크, 경제 효과가 232억 원.
- 인구 2만 명의 양구군에 지난해 29만 명이 다녀갔다. 90개 팀과 104개 대회를 유치한 결과다. 올해 1~2월에만 7000명 이상이 방문할 거라고 한다.
- 인구 3만 명의 충남 청양군도 스포츠 성지로 꼽힌다. 지난해 52개 스포츠 대회를 유치했다. 체류 기간이 긴 종목 중심으로 유치했다고 한다. 지역 상인들은 “전지훈련 온 선수들 덕분에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다”고 말한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설마 헝가리가 부러운가.
-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내놨는데 결국 돈 풀어서 애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 신경아(한림대 교수)는 “한국의 초저출산은 출산의 행위주체인 여성과 남성이 경쟁과 차별,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그것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비관이 낳은 산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은 “출산자에게 돈을 더 많이 주면 출생률이 올라갈 거라는 ‘헝가리 솔루션’은 국가가 국민을 그저 자극에 반응하는 가축으로 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 박권일은 극단적인 저출생의 원인을 두 가지로 본다. 첫째, 이른바 ‘정상가족’만 승인하는 낡은 제도와 문화가 문제다. 둘째, 노동 양극화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일반화가 미래를 설계할 수 없게 만든다.
- “지대추구와 승자독식을 정당화하는 ‘한국의 능력주의’다. 이 악의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서 저출생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비례연합정당은 위성정당과 다르다.
- 헌법학자 김종철(연세대 로스쿨 교수)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하는 건 “헌법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 위성정당은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꼼수다. 일부러 비례 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을 찍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 비례연합정당은 다르다. 김종철은 “다양한 정파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연합하는 것은 다원주의에 입각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적 권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