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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거리 사회의 뉴스 소비법

인간의 불행과 재난을 찾아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밤의 산책자.

[나이트 크롤러] (2014, 댄 길로이)는 별다른 기술이 없는 천부적인 거짓말쟁이 좀도둑인 주인공 루이스를 통해 미디어 디스토피아의 악몽을 이야기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지식을 배운다는 루이스는 무엇을 하든 대충 그럴듯하게 흉내를 낼 줄 안다.

루이스는 우연히 밤거리에서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의 충격적인 영상을 촬영해 지방 방송국에 파는 소규모 프로덕션 촬영팀을 목격한다. 촬영 한 번 해 본 적이 없지만, 캠코더와 무전기를 산 후 경찰의 출동정보를 가로채서 교통사고나 총격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후의 줄거리는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이트 크롤러

애초 천부적으로 말재주가 좋고, 별다른 윤리의식이 없던 루이스는 점점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얻어내려 하고, 루이스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지방 영세 채널 보도국은 자극적인 영상을 팔아 시청률을 올리려고 한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미디어 매체의 속보 경쟁과 선정적인 기사 작성 등의 관행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설다.

나이트 크롤러의 이야기 속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 대신 텔레비전과 무전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치 경찰과 텔레비전이 모든 미디어 시대 죄악의 근원이라는 듯이. 감독이 어떤 이유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지나가는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 등의 뉴스피드 대신 텔레비전 뉴스를 다루었는지의 질문은 잠깐 생략하자.

영화는 능수능란해 보이지만 열등감에 가득 찬 남자 주인공 루이스가 범죄 현장이나 사고 현장 희생자들의 영상을 팔아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이들의 몸과 몸이 겪었을 삶에 대한 존중은 안중에도 없고 돈을 벌고 인간관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나아가 대중 여론을 조작하는데 목매는 모습 말이다.

실재의 허구화

방송, 영화, 인터넷 등에 떠도는 충격적인 영상이 야기하는 윤리적인 문제, 영상에 대한 검열이나 규제의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다. 선정적인 리얼리티 쇼의 일반인 출연자가 알고 보니 전직 포르노 배우였다거나 하는 미디어의 진실성에 관한 이야기 역시 그렇다.

나는 여기에 더해 며칠 전에 보았던 짧은 동영상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올봄 북한산 정상에 올랐던 한 남자가 실제 찍었던 동영상 이야기다. 산 정상을 배경으로 이 사람은 셀카를 찍었을 것이다. 동영상도 찍었다.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등산객 대부분은 모두 저 아래 서울을 배경으로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다.

다만 여느 등산객들이 V자를 그리거나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며 스마트폰이나 렌즈를 바라보는 동안 이 사내는 아랍어가 적힌 검은 깃발을 들고 흔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SNS 계정에 이 동영상을 게재했다. 2015년 4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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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몇 명이 이 동영상을 보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내는 2007년 위조여권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불법체류 중이던 노동자였다고 한다. 지방의 공장에서 일하던 사내는 지난달 경복궁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이 사진 역시 자신의 계정에 포스팅했다.

알 누스라

그러니까 이 동영상 혹은 사진 이야기는 부패한 TV 산업이 허구(조작된 등장인물과 조작된 이야기)를 진실로 조작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불법 체류자일 수도 있고, 극단주의 테러단체를 추종하는 과대망상증 환자일 수도 있으며, 잠재적으로 위험할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아마추어’ 동영상이 어떻게 ‘허구적인’ 동영상, ‘영화적인’ 동영상으로 변모하게 되었느냐는 이야기이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진짜라고 믿으며 눈물을 흘리던 이야기 사이에 거짓 요소를 끼워 넣었다고 비판받았다. 어떤 보도 프로그램은 정의를 위한 폭로라는 이름으로 실은 자극적인 소재와 영상으로 시청률이나 클릭 수를 올린다. 그리고 이제 별것 아닌 동영상은 편집자의 손을 거쳐 허구화된다.

체포된 불법체류자의 동영상

지난 11월 18일 경찰은 국내에 불법체류 중인 인도네시아 출신의 남성을 사문서위조, 출입국관리법, 총포ㆍ도검 및 화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보위 나이프’라는 이름의 칼, M16 모형 총기, 이슬람 극단주의 서적 등을 압수했단다.

경찰은 특히 이 사내가 포스팅한 비디오와 사진 속 검은 깃발과 검은 모자가 시리아의 테러조직 ‘알 누스라’의 깃발과 모자라고 밝히며 사내가 테러단체를 추종하고 있으리라는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발견된 모형 총기와 서적, 동영상을 제외하면 이 사내가 테러단체와 어떤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마침 그 전주 주말 벌어진 대규모 시위의 폭력성을 규탄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정협의를 열어 테러방지책을 논의하고 수차례 폐기되었던 테러방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점이었다. 신문과 방송 언론사들은 이 사내의 체포소식을 전하며 “테러단체 추종” “테러단체지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고, 포털 사이트는 이 소식을 메인 페이지에 올렸다.

한국일보 동영상 

2015년 11월 18일 오전 한국일보는 여타 언론사와 마찬가지의 기사를 작성하며 50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덧붙였다. 한국일보의 페이스북 계정은 “테러단체 추종 국내 불법체류자.avi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닙니다.”라는 소개글만 노출하고 사내가 직접 찍은 동영상과 사진, 경찰이 제시한 압수 품목 사진을 편집한 동영상을 게재했다. 편집과정에서 삽입된 것은 자막과 배경음악이다.

자막이 등장할 때마다 긴박감을 한층 더하기 위한 효과음이 사용되었다. 이쯤이면 짧은 영상클립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 남자가 북한산에서 찍은 셀프 동영상 장면 위로 자막이 빠르게 지나간다.

  • “한 남자가 깃발 들고 셀카를 찍은 이 산은 중동의 어느 산?”
  • “대한민국의 북한산”
  • “오늘 오전 경찰에 체포된 이 남자”
  • “혐의는 사문서위조, 총기와 화약류 관리법 위반 등”

다시 한 번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효과음, 무협활극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바뀌면 우리는 경찰이 공개한 압수 물품들 사진을 볼 수 있다.

  • “집안에서 발견된 총기, 칼, 이슬람 서적”이라는 자막.

영상은 빠르게 흐르고 자막은 부정확하다 

그러나 집안에서 발견된 총기는 모형이었다. 밀리터리 물품 애호가들의 수집품인지, 정말 조직원이 테러를 모의하며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영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자막은 부정확하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물들이 액션영화 테러리스트의 무기수준에 이르지 못했는지 동영상은 사진 위로 줌인을 시도한다. 줌인 화면 속에서 압수된 모형 총기와 사시미 칼보다 더 위협적인지 무지한 나로서는 알기 힘든 도검, 이슬람 서적이 화면 위로 솟아난다. 모형 총기에서 실탄이 발사되고 보위 나이프가 바람을 가르며 나를 겨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자에 동그라미를 치면 테러범 완성? 

이슬람 폭력 혁명을 선동한 책자도 아닌 이슬람 서적들을 위로 “탈레반 지도자에게 애도 표하기도”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한껏 긴장이 고조되고 다시 한 번 장면 전환, 북한산에 이어 경복궁에 출현한 어느 관광객이 양손을 들고 찍은 사진으로 줌 인한다. 인터넷 수능 강사가 꼭 외워야 할 필수공식에 동그라미를 치듯 화면 전체를 어둡게 처리한 후 “모자에 그려진 상징”에 동그라미를 친다:

알 누스라

바로 이것이 증거다. 바로 이것이 이 사내가 테러리스트라는 증거다. 바로 이 모습이다. “알 누스라”의 로고 이미지 등과 함께 알 카에다, 알 누스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정리한 후 경찰 로고와 “공범이 있는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는 말풍선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는 타이핑 소리가 효과음으로 사용된다.

‘알 누스라’ 로고가 쓰인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고, 이 행위만으로 이 인도네시아인을 테러집단과 관련이 있다거나 테러리스트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편집자)

언론의 예지력? 범죄 예고편으로 허구화한 편집 

이 짧은 동영상은 ‘대한민국을 극도의 혼란’에 빠트릴지 모르는 한 범죄자에 대한 예고편이라 할 만하다. 예고편만 있을 뿐 본편을 구성할 만한 소재, 배경, 인물, 줄거리 무엇도 갖추고 있지 않다. 본편이 없더라도 동영상은 다음 편을 기대하라고 이야기한다. 경찰 로고와 말풍선, 효과음은 결국 “범죄 드라마,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라는 호소와 다르지 않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체포된 남자가 “알 누스라 조직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찍어 공개적으로 게시했을 동영상, YTN 뉴스에 의견을 보탠 범죄학자에 따르면 “자신이 점령한 지역이나 기념비적인 장소에 가서 깃발을 흔들면서 찍은 사진을 상징적으로 사용”하는 ‘이슬람 국가(IS)’의 행위와 다름없는 이 동영상을 포함하고 있는 한국일보 제공의 50초 동영상은 단 하루 만에 한국일보 페이스북 계정에서 1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일보 알 누스라 11월 22일 현재 이 동영상 뷰는 160만 건을 상회하고 사만 팔천여 개의 ‘좋아요’를 획득했다. (한국일보 페이스북 계정이 게시하는 동영상의 평균 뷰는 몇천 회에서 몇만 회 사이다.) 한국일보의 50초 동영상이 이례적인 관심을 끌어낸 것은 우선 파리 테러 이후 등장한 국내 테러집단 추종자 검거라는 뉴스 자체의 자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뉴스를 다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동영상의 자극적인 편집, 특히 뉴스를 범죄드라마 예고편처럼 허구화했던 편집이 이 버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애초에 체포된 남성이 촬영 후 직접 올렸던 동영상이나 사진은 큰 시선을 끌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사내가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테러집단의 힘을 “점령지” “서울 한복판에서” ‘과시’하고자 했더라도 그 시도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경찰의 (시기와 의도가 미심쩍은) 발표를 과감하게 믿었던 언론사들은 다양한 뉴스-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생산했고 이 컨텐츠는 대단한 시선을 끌었다.

구경거리 사회: 선정 보도의 디스토피아 

선정적인 보도가 야기할 사회적 영향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일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짧은 동영상을 본 백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이 동영상은 어떤 의밀까.

  • 이 남성이 테러집단의 일원인지 아닌지 궁금해할까?
  • 이 남성의 혐의가 밝혀져야 하는 어떤 사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테러리즘은 시민사회의 적이다. 테러리즘은 사회에 동물적인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고 그로 인해 시민 개개인이 합리적인 판단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테러집단 추종 인도네시아인 체포” 에피소드에서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저 잠재적인 테러집단 소속원 또는 추종자인지, 아니면 경찰과 언론인지 질문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냉소적인 음모론과 자극적인 사건·사고에 이미 익숙하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려는 이들의 의도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과 범죄를 그저 ‘구경거리’ 만드는 사회

게다가 한국일보가 선보인 동영상의 사례에 국한한다면 역설적이게도 동영상이 불러일으킨 공포는 대항할 수 없는 공포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답식 자막과 효과음을 사용하여 액션영화 ‘예고편’처럼 편집된 이 ‘허구화’한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공포의 대상에 대해 실제적인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상의 테러리스트에 대비하거나 대항할 방법을 알고 있는 이는 없다. 재난과 범죄를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사회는 따라서 결국 재난에 무력한 사회다.

경쟁 욕망을 표현의 자유로 착각할 때 

세르주 다네 영상의 윤리에 대해서도 아둔하게 덧붙인다. 지난 세기말 숨을 거둔 프랑스의 어느 영화비평가(사진)는 “사건을 너무 빨리 허구로 묘사”할 때 사건의 유일성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편집실 컴퓨터 속에서, 누구인가의 원고지 위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의 단편들을 모아 그럴듯한 허구의 이야기로 재빨리 구성하려는 욕망이 실현된다. 조작, 과장, 오보, 픽션화 사이에는 얇은 막이 있을 뿐이다.

진실처럼 거짓말하고 싶은 유혹에 이끌리는 자유,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자유를 경쟁력이나 표현의 자유로 착각할 때 보도와 영상의 윤리에 대해 질문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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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나라
초대필자. 영상미학 박사. 이미지문화 연구자.

한국에서 사회학과 미학을 프랑스에서 현대 영화와 영상 미학을 공부했습니다. 여러 학교에서 영화와 문화에 대해 말하고, 가르치며, 때때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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