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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 청춘, 그 찬란한 기록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 둘 걸 그랬죠”라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청춘’이란 단어, 아껴 두었다면 이 전시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을까? 청춘이란 단어가 젊은 사람들에 대한 영혼 없는 상찬처럼 여겨지는 요즘, 그 청춘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으로 건 사진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출판된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춘에 대한 본격적 위로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라는 메시지는 한국의 이룬 것 없는 청춘이 가지는 좌절감을 어루만졌다. 심지어 후속작으로 출판된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는 청춘들에게 어른이 되어야 할 시기의 유예기간마저 넉넉하게 설정해 준다. 천 번이 흔들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오우아: 2012)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오우아: 2012.)

셀링포인트 ‘청춘을 위로하라’

대림미술관이 기획한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방향성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을 준비한 큐레이터는 [엘로퀀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힘든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여러 책들과 다양한 문화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대림미술관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획자의 기특한 의도에 호응이라도 하듯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은 연일 젊은 관객으로 북새통이다. 지난 11월 6일에 열린 개막전에는 1,5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청춘의 위로’라는 테마가 현시대 가장 파괴력 있는 ‘셀링포인트(selling point)’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물론 라이언 맥긴리가 뉴욕에서 인기 있는 작가라는 점( 2010년 뉴욕 개인전 때 3,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전시회가 중단됐다 한다.)과 패션과 광고 사진을 통해 젊은 층에 많이 알려진 편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뉴욕’, ‘패션’, ‘광고’ 또한 가장 잘 팔리는 문화 키워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전시는 여러 마케팅 요소가 세심하게 고려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미술 전시는 단순히 해외 유명 작가의 유명세에 기대거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과서적인 작품(고흐나 고갱전 등)을 기획해 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전시는 관람 타깃인 2~30대 젊은 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라이언 맥긴리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으로 완성하는 나의 스타일

전시와 관련된 아트 상품 광고 문구는 전시의 전략을 한눈에 보여준다.

“청춘에게 나중이란 없습니다. 청춘이라면 지금 가져야 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 라이언 맥긴리의 대표작으로 나의 스타일을 완성하세요.”

이 광고 문구는 패션에 민감하면서도 리미티드 아이템을 좋아하는 2~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12월 한달 내내 매주 목요일 밤에는 전시 관람객 모두에게 1잔의 무료 칵테일을 제공하며 ‘인증샷’을 중요하게 하는 여기는 세태를 반영해 전시장 내에서의 모든 사진 촬영을 허가한다. 이는 SNS에 홍보할 거리, ‘먹짤’과 ‘인증샷’을 동시에 만족시켜 입소문이 입소문을 낳고 있다.

마케팅 전략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 전시의 핵심인 사진은 작가 자신이 표현한 대로 벌거벗은 신체에 부서지는 빛을 활용해 ‘젊음. 특유의 낙천적인 감성’을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이 작품들이 연출 사진이라는 점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육체적 에너지와 내면의 감정을 발산한다.

라이언 맥긴리

초현실적인 판타지 제공하는 ‘영리한 기획’

다만 궁금한 점이 있다. 이 사진 속의 세계는 ‘동경’의 세계이다. 내가 처한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국의 땅, 이국의 문화이다. 유럽 등 다른 나라로 여행 간 미국 청춘들, 특히 모델이나 예술가의 흔들리는 마음이 담긴 세계이다. 입시와 구직 활동에 억눌려 있는 이 땅의 청춘은 경험해 보지 못한 풍경, ‘젊음’이라는 야생성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초현실적인 세상이다. 이러한 초현실적 판타지가 위로와 치유를 줄 수 있을까?

이 전시는 잠시나마 나의 청춘도 사진만큼 낭만적일 수 있다는 정서적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문화생활을 하는 자신을 기특히 여길 수 있는 기회(또한 자랑할 기회)를 동시에 주는 아주 영리한 기획이다.

[box type=”info”]이 글에 사용한 이미지는 전시회에서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원본 저작물의 대체 가능성이 없도록 저해상도로 처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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