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0월24일 (화).
한국 잠재 성장률 1%대는 처음.
- OECD가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내년은 1.7%로 낮춰 잡았다. 10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 미국은 1.8%에서 1.9%로, 일본도 1.4%에서 2.0%로 오를 전망이다.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 IMF 이후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평균 5.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는 4.7%, 이명박 정부는 3.3%, 박근혜 정부는 3.0%, 문재인 정부는 2.3%를 기록했다.
- OECD 통계에서 2001년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G7보다 낮은 적은 처음이다.
- 역대급 세수 펑크를 한국은행 ‘급전’으로 메꾸고 있고 건전 재정을 고집하면서 추경도 하지 않았다. 상저하고가 될 거라고 했지만 L자형 경기 침체를 거론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스스로 재정 정책의 손발을 묶으면서 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다.
- 윤석열(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금 약 2% 정도로 보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한 4% 정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목표치를 잡고 있다”면서 “두 배 정도면 저희가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국민의힘의 반전 카드, 인요한.
- 인요한(존 린튼)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권한을 갖게 될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많다.
- 이력이 독특하다. 귀화한 의사다.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다가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가 미국에서도 의사 면허를 받았다. 스스로 ‘전라도 촌놈’이라고 부를 정도로 영어보다 전라도 사투리가 능숙하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중을 꼽는 사람이다.
- 외증조부가 1895년 한국에 건너와 선교활동을 했고 할아버지는 3.1운동을 국제 사회에 알린 공로로 건국훈장을 받았다. 아버지는 미군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인요한은 5.18 민주화 운동 때 영어 통역을 맡기도 했다.
- 보수적인 성향으로 꼽힌다. “한국 민족에게는 링컨보다 더 훌륭한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도 했고 “백선엽은 대한민국의 영웅”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공천권을 건드리지 않는 혁신.
-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이 전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천 권한을 안 내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최재형 혁신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천하람(국민의힘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은 “불편한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관건은 약속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1인자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고 모든 고비마다 당내 기득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가결파 색출은 없다.
-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려면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고 했다.
- 한겨레는 “방향은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단호했다”는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소개했다. 중도 확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강성 지지층을 넘어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고 한다.
“만나자” 김기현 제안에 “셋이 같이 보자”.
- 애초에 이재명이 단식 직후 윤석열과 영수 회담을 제안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보궐 선거 이후 김기현이 당 대표끼리 회동을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튕기는 상황이다.
- 정청래(민주당 최고위원)는 “권한 없는 바지 사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대통령과 회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YTN 인수 후보는 유진그룹.
- 3199억 원을 써냈다.
- 10월23일 기준으로 YTN의 시가총액은 2520억 원이다. 이번에 팔린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지분은 31%. 781억 원 정도다. 2000억 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가격이다.
- 방통위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야 한다.
- 유진그룹은 레미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2년에는 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경선(유진그룹 회장)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도 있다. 정부(공기업)가 최대 주주인 공영 방송사를 이런 기업에 매각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애초에 사회적 합의 없이 가격 경쟁 입찰에 던진 것부터 공영 방송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성명을 내고 “오로지 대통령을 칭송하는 ‘땡윤 뉴스’를 내보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더 깊게 읽기.
낙수 효과로 필수 의료 해결 안 된다.
- 의사를 늘리면 필수 의료의 공백도 해결될 거라는 발상은 틀렸다는 지적이다.
- 동아일보에 따르면 독일은 개원의 총량제를 두고 진료 과목마다 해당 지역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개인 병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 필수 의료가 연봉이 더 높기 때문에 개원의 허가증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 일본은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면서 졸업 이후 지역에서 의무 근무를 하도록 한다. 2007년 도입 첫해는 183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1679명으로 늘었다.
- 물론 독일도 워라밸이 화두고 일본에서는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등을 4K(힘들고 더럽고 위험하고 멋없다는 일본어의 줄임말) 직업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돌봄마저 시장에 떠넘겼다.”
- 보건복지부가 사회서비스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서울시도 예산을 크게 줄인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직접 돌봄 서비스를 하기보단 민간기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 김진석(서울여대 교수)은 “돌봄이란 필수재를 시장에 맡기면 결국 돌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관이 이익금을 가져가려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배진경(여성노동자회 대표)은 “좋은 일자리로서 돌봄 노동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여성이 사실상 공짜로 해왔던 그림자 노동으로서 돌봄 노동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돌봄이 없으면 일상이 유지되기 힘든 이들에 대해 국가 차원의 성찰이 필요하다.”
해법과 대안.
환자가 건강하면 의사에게 수당 더 준다.
-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도입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를 테면 환자 1명에 1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이 환자가 응급실을 자주 찾으면 수당을 줄이고 상태가 호전되면 수당을 늘린다. 주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가 건강해지면 전체 의료비가 줄기 때문에 수당을 늘릴 수 있다.
- 한국은 지난해 진료비가 102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노인인구 진료비가 43%를 차지했다.
- 신동수(한림대 교수)는 “만성 질환 관리에 투자하지 않으면 의료비를 줄일 방법이 없다”면서 “완치가 아닌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속성 요건 없앴더니 산재보험 늘었다.
- 지난 7월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한다”는 요건을 폐지했다. 퀵 서비스나 대리 기사, 배달 기사 등은 전속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산재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 플랫폼 특수 노동자들 가운데 산재 보험 가입자가 지난해 말 80만 명이었는데 올해 7월 146만 명으로 늘었다.
“버스 공짜” 던졌더니 승용차 이용 줄었다.
- 대중 교통 무료를 도입한 화성시에서는 버스 이용자가 연 148만 명에서 385만 명으로 늘었다. 승용차 430만 대를 줄인 효과다.
- 신안군에서는 버스 이용자가 19만 명에서 65만 명으로 늘었다.
-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0.88톤인데 그외 광역지자체는 2.14톤이다. 경기도의 경우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9%가 도로에서 나온다. 전국 평균 14%의 두 배가 넘는다. 경기도에서 버스의 주행 거리가 2019년 대비 2021년 21% 줄어든 반면 승용차 주행 거리는 15% 늘었다.
- 헤럴드경제는 “무상 교통이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해법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오늘의 TMI.
‘독립전쟁 영웅실’도 철거했다.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지금 육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소위 ‘ABM(Anything But Moonㆍ문재인 빼고 다)’ 차원의 성격이 더 짙다”고 지적했다.
- 육사 충무관에는 홍범도와 김좌진,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딴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을 ‘국난극복 역사학습 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와인 품질이 좋아졌다고?
- 70년 동안 와인 평점과 기온, 강우량 등을 비교한 결과 지속적으로 평점이 높아졌다. 특히 기온이 높고 겨울 강우량이 많은 해에 와인 평점이 높았다.
- 와인은 춥고 습한 겨울과 따뜻하고 습한 봄, 덥고 건조한 여름, 서늘하고 건조한 가을이 최적의 조건이다.
- 와인의 품질이 당분간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늦서리나 가뭄, 우박 등의 악조건이 늘어나고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작황이 더 좋아지지 않고 나빠지는 시점에 가까이 왔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 4배 늘어도 매출은 37% 급감.
- 40세 미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맛집 투어 등 체험형 중심으로 여행 선호도가 바뀌었다. 중년 관광객들이 싹쓸이 쇼핑을 했던 것과 달리 MZ 세대는 쇼핑에 큰 관심이 없다는 분석이다.
- 롯데면세점이 명동에 낸 3층짜리 쇼룸은 물건을 팔지 않는다. 놀러 와서 물건을 보고 사진을 찍고 구입하려면 온라인에서 해야 한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한동훈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바라나.
- 한동훈(법무부 장관)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묻자 “기계적으로 검증한 자료를 넘긴다”고 했을 뿐이다.
- 김희원(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 것을 감수하고라도 쓴소리를 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막중한 임무가 한 장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철저히 인사검증을 하고, 김 여사 관련 수사도 해야 한다고 직언하는 게 그의 몫”이고 “그렇게 해서 정권의 성공에 기여하는 어려운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세 가지 모두를 할 수 있나.
- “걸으면서 껌을 씹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 방위, 세 가지 모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글로벌 강대국이다.” 포린폴리시에 실린 이보 달보(전 미국 NATO 대사)가 한 말이다.
- 정의길(한겨레 선임기자)은 “능력에 대한 자신보다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이유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러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미국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 (중략)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중동 전쟁은 유럽에는 특히 악몽이다. 에너지와 난민이라는 사활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큰 줄기는 중동 탈출과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 대결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운이 몰려온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백신을 맞지 못했다.
- 2021년 8월, 이스라엘이 백신 접종률 세계 1위라고 자랑했던 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빼고 한 이야기다. 2022년 8월 이스라엘 국민의 75%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지만 점령지역에서 1회라도 접종한 사람은 40%가 채 안 됐다.
- 백영경(제주대 교수)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들을 별도의 국가이자 타국의 국민인 듯 취급해왔다는 사실은 전쟁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의 인지부조화.
- “‘나는 똑똑하다’고 자신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형편없는 시험성적을 받으면, 자신의 행동(형편없는 시험성적)과 태도(‘나는 똑똑하다’)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한다.”
- 김민아(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이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다고 본다.
- ‘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아 마땅한 지도자’라 생각하는데,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지지율은 30%까지 떨어졌다.
- 김민아는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 가지 조언을 했다.
- 첫째, 김승희(전 의전비서관) 딸의 학폭 처리 과정에 권력형 외압이 있었는지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몰랐다고 해도 면책될 사안이 아니다.
- 둘째, 헌재소장에 친구를 앉히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 셋째, 독립운동가 폄훼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으니 국민의 뜻을 참고하면 된다. KBS 여론 조사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이 6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