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는 그 본질이 통신과 모바일에 있으므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인상 깊은 발표나 제품 소개가 이뤄지기 어렵다. 또한, 지난 1월에 개최된 CES에서 수많은 기업이 AI 기능을 연계한 제품들을 공개했기 때문에 MWC에서 AI 관련 핫뉴스가 등장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조금 부적절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모바일, 그다음 요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통신과 모바일 영역에서 AI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그 큰 흐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모바일 영역은 앞으로 당분간 머신 러닝과 지능형 비서를 빼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MWC의 대주제가 ‘모바일, 그다음 요소(The Next Element)’였는데, 다수의 전문가는 ‘그다음 요소’가 바로 AI라고 생각하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모바일 OS에 AI는 이제 하나의 기능이나 레이어로 녹아들 것이며,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서 기초적인 AI 기능이 지원되는 것은 상식이 될 것이다.
지능형 어시스턴트는 모바일 기기의 필수 요소
CES 2017에서도 아마존의 알렉사를 지원하는 기기가 다수 공개되었듯, 모토로라은 자사의 모토 모드(Mod) 제품에 아마존의 알렉사를 통합하여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이미 CES에서 화웨이가 메이트 9에서 알렉사 지원을 선언한 것과 유사한 발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알렉사 기능을 연계한 것보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의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더욱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날 이메일에서 언급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겠냐고 알렉사가 물어보는 기능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구글의 홈/어시스턴트와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이 알렉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국내의 네이버 역시 라인과 함께 ‘클로바(Clova)’라는 AI 플랫폼을 공개했다. 라인은 클로바 기능을 갖춘 스피커 ‘웨이브’와 스마트 디스플레이 ‘페이스’도 함께 소개했으며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작년에 자회사 ‘웨이브미디어’를 설립했다.
클로바는 네이버랩스의 아미카(Amica)를 업그레이드 한 버전으로 음성인식, 시각 인식, 대화형 엔진 등이 통합된 플랫폼이다. 단지 알렉사와 경쟁이 아니라, 구글이나 IBM, 아마존이 제시하는 AI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된다.
구글의 ‘누가(Nougat)’ 안드로이드 OS에 기반을 둔 LG의 V20, G6와 구글의 픽셀, 소니의 XZ 프리미엄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됨에 따라, 알렉사가 장착된 다른 스마트폰들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LG G6는 픽셀 라인 외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되는 첫 번째 폰이다.
삼성은 이미 작년부터 갤럭시 S8에 빅스비(Bixby)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장착할 것임을 알려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삼성의 빅스비를 구글이나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했는데, 이는 삼성이 가진 다양한 가전 기기를 고려할 때 빠르게 시장 확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빅스비가 전에 인수한 비브(Viv)의 기술이나 삼성의 자체 기술인 S보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브보다 S보이스 기반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5jnNVWxi8
그러나 단지 음성 기반의 AI 어시스턴트를 내장하거나 연계하는 것으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폰이 내가 처한 상황이나 행동 양식을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본질적인 어시스턴트가 되는 것이며, 이는 스마트폰 안에 또는 온라인에 있는 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하니 결국 프라이버시의 이슈와 연계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이 시리를 선제적 서비스로 전환하면서도 모든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스마트폰 안에서만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듯, 스마트폰 내의 데이터에만 국한하여 지능형 비서를 만들 것인지, 온라인에서 확보할 수 있는 관련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더욱 세밀하고 정확한 비서를 제공할 것인지는 앞으로 기업들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가 될 것이며, 소비자의 선택 역시 매우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인간과 공존하는 AI 그리고 특이점
이번 MWC에서 AI에 대한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다. 기조연설을 통해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대한 강한 신념을 보였으며 1,000억 달러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통해 새로운 투자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2040년까지 스마트 자동차를 포함해 100억 개의 스마트 로봇이 활용되어 전 세계 인구수를 넘어설 것이며, 자사가 인수한 ARM 칩을 활용한 인공지능의 아이큐가 무려 10,000에 도달할 것이라 역설하였다.
이와 함께, 세상의 모든 도시, 사회적 생태계 인프라가 상호 연결되는 상황에서 인류의 안전과 클라우드 기반의 관리가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AI 역시 인류의 복지와 이익을 위해 사용되도록 면밀히 살피고 로봇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I 기능을 다양한 수준에서 지원하는 가정용 로봇은 이미 CES에서 매우 다양하게 소개된 영역이지만, 이번 MWC에서 국내 SK텔레콤은 ‘누구’와 달리 음성과 영상을 인식하는 ‘소셜봇’을 선보였다. 유아용 토이봇, 펫봇, 커머스봇 등 다양한 외부 개발 로봇도 선보였고 이들은 ‘누구’와 연동하는 것을 가정한다. 또한, 왓슨 기반의 ‘에이브릴’도 누구와 연동해 공개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비디오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도 선보였다. 넷플릭스는 낮은 속도의 모바일 환경에서도 좋은 품질의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스마트 인코딩 방식을 언급하며, 기존 라이브러리를 변환하기 위해 머신 러닝 기술을 통해 비디오 영상에 맞는 가장 적절한 인코딩 수준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컨퍼런스에서도 다양한 AI 관련 토의와 발표가 있었는데, ‘AI가 활용되는 사회’라는 주제 세션에서는 디지털 헬스와 그 이후에 대한 토의도 이루어졌으며, 챗봇과 가상 어시스턴트, 자율주행 차, 네트워크 분석과 머신 러닝, 자동화와 로보틱스, 대화형 커머스 등 다양한 주제로 AI가 가져올 변화된 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의가 이어졌다.
앞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볼 주제는 5G 통신환경에서 AI 기술은 어떻게 모바일 세상을 바꿀 것이며, 새로운 응용 분야와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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