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시장은 그야말로 가장 ‘핫’한 영역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됨으로써 또 다른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웨어러블, 건강과 웰니스, 다이어트, 간편 의료진단 등 개별 서비스 부분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기업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와 인수합병, 건강 데이터 확보에 있어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 헬스케어 기업이 아닌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은 이 시장에서 새로운 플랫폼과 솔루션, 생태계 구성을 통해 또 다른 거대한 디지털 시장의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움직임으로서 우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헬스케어가 만나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기업들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 영역에서 각 기업 간 뜨거운 경쟁이 예고된다.
메이저 IT 기업들이 현재 각축을 벌이는 영역은 의료 데이터 수집 및 확보 부분이다. 인공지능 기술 적용에 앞서 알고리즘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즉 환자들의 건강 상태와 다양한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있어 핵심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주요 기업들은 사용자로부터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존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관련 기업의 인수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메이저 IT 기업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이들이 헬스케어 영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며, 어떠한 프로젝트와 전략들을 추진 중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장기적 연구와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구글
구글이 2015년 알파벳이라는 새로운 지주 회사로 변환을 선언할 때, 많은 전문가는 다른 영역보다 헬스케어와 생명 공학에 대한 구글의 큰 스텝에 주목했다.
이때, 구글이 제시한 헬스케어와 생명공학에 대한 이니셔티브는 다음과 같다.
칼리코
칼리코(Calico)는 제넨테크의 전 CEO인 아서 레빈슨이 이끄는 바이오테크 회사로, 노화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며, 노화 연구분야의 ‘벨 연구소’ 역할을 할 계획이다.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계속 영입하면서 연구 자금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1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센스(SENS) 연구 재단과 같은 일부 연구 기관의 전문가는 노화에 대한 기초 연구방향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칼리코는 이미 제약회사 애브비(AbbVie)와 알파벳의 공동 출자로 15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였으며, 두더지쥐와 효모를 통해 생명 연장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일반 쥐보다 수명이 10배 이상으로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리코에서 30마일 떨어진 ‘벅(Buck) 노화 연구소’는 이런 장수 연구에 필요한 생물들을 보존하며 키우고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세포 변형을 막고 단백질 생성도 다르며, 유전자 특성이 있다고 봐서 이를 복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인 다프니 콜러 박사를 영입했다.
베릴리
베릴리(Verily)는 초기에는 구글 X의 한 부문으로 있다가 알파벳 산하의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s) 사업부가 되었고, 2015년 12월에 현재의 이름으로 분사했다. 2014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rtis)와 함께 당뇨 진단용 콘택트렌즈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손 떨리는 사람을 위한 스푼 개발
- 베이스라인 연구: 가장 주목받은 연구 중 하나로 건강한 사람의 유전자와 분자 정보 등을 모아서 암이나 심장 질환 같은 병을 예측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책임자는 분자생물학자 앤드류 콘라드 박사이며, 생리학, 생화학, 광학, 이미징, 분자생물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의 팀으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의학 연구가 환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베이스라인은 질병에 대해 미리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초기에 175명의 인체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여 향후 수천 명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 헬스 트래킹 팔목 밴드
- 트라이코더(Tricorder) 이용, 질병 탐지를 위한 나노파티클 플랫폼
- 존슨앤존슨과 함께 연구하는 수술용 로봇
- 글락소스마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함께 바이오전기 약품의 개발과 상용화
-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불임 모기에 대한 개발
-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와 합작사 온듀오(Onduo)를 통해 당뇨 치료제를 개발
GV
구글 벤처스에서 이름을 바꾼 GV는 구글의 투자 조직으로 이미 2014년에 전체 투자의 36%를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이 영역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는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기술을 활용하는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에 투자했다. 13개의 투자자가 투자한 규모는 1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현재 GV가 생명과학과 헬스에 투자한 대표적 기업은 아래 그림과 같으며, 이 밖에 29개의 포트폴리오가 헬스케어 영역에 속해있다.
헬스케어 앱의 확충과 의료 데이터 확보를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애플
애플의 1차 전략은 헬스킷-케어킷-리서치킷을 통해 다양한 앱 개발 환경 제공과 사용자 건강 데이터 수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애플은 헬스킷을 기반으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며, 이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계하여 미국 내 대형 병원까지 전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 등 여러 의료 기관, 미국 최대의 EHR 기업인 에픽 시스템과 연계해 사용자들이 측정한 데이터를 의료 서비스까지 연계하고자 한다.
또한 듀크 대학, 스탠포드 대학과 협력해 스마트 혈압계와 혈당계를 통해서 만성질환 환자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테스트를 실행했다. 2015년에 이미 미국의 선도 병원 23개 중 총 14개 병원이 헬스킷을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3월에는 개발자나 의료 기관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위한 케어킷(CareKit)을 발표했다. 케어킷은 아이폰 앱을 통해 헬스케어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리서치킷(ResearchKit)과 연동한다. 유사한 것으로 구글의 스터디 킷 서비스가 있다.
케어킷을 통해 사람들은 약을 먹거나 물리 치료를 받는 것과 같은 개인의 건강관리 계획에 대한 앱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의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존의 건강 관련 행위를 추적할 수 있다. 애플은 텍사스 메디컬 센터와 함께 외과의사가 수술 후 환자 관리를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파킨슨 병 환자의 투약 효과를 모니터하는 앱도 제작했다.
데이터 수집 플랫폼 측면에서는 리서치킷을 통해 파킨스 병 환자들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50개 주에 걸쳐 천식 유발자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며, 당뇨병(제2유형) 환자의 데이터를 통해 하부 그룹이 있는지를 검증하기도 했다.
대표적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는 시리즈 2와 외부 파트너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얼라이브코어(AliveCor)는 애플워치 버전을 공개하여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활용하면 의사에게 심전도를 원격으로 보내 진단을 받을 수도 있으며, FDA 승인을 획득한 알고리즘으로 심방세동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줄 수 있다.
시리즈 2에서는 심호흡, 수면, 수분섭취 등 건강 관련 앱과 아이폰용 건강 앱, 심박 센서 등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및 피트니스 관련 데이터를 통합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전문적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를 영입했는데 이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 필립스 연구팀에서 영입한 저명한 수면 과학자 로이 레이맨
- 아이폰 기반의 산소 포화도 기기 iSpO2를 만들었던 마시모 출신 마취과 전문의 마이클 오라일리
- 비침습 혈당 측정계 개발 기업인 C8 메디센서즈의 우에인 블록
- 센서닉스의 부사장 토드 화이트허스트
- 소화 가능한 센서를 만든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의 낸시 도허티
2016년 애플의 인수·합병 중 눈에 띄는 것은 헬스 데이터 관리 기업인 글림스(Gliimpse)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관 간 데이터 공유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 정보를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헬스케어 전략이 혼란스러운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보이는 전략적 행보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사 제품을 의료 기관에 적극적으로 보급, 기존 의료서비스를 디지털 헬스케어로 변환하는 것을 지원, 모바일 환경을 통한 환자 중심 서비스 제공, 클라우드와 분석 도구 지원을 통한 의료 데이터 분석, 환자 치료와 효율적인 건강관리 수행을 주요 실행 영역으로 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존 솔루션과 서비스를 의료와 헬스케어 영역으로 특화하여 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헬스케어에서 강조하는 이니셔티브는 헬스볼트(HealthVault)였다. 헬스볼트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피트니스 정보를 저장하고 트래킹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가족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두 수집할 수 있으며, 이 데이터를 전문의에게 보여주고 때로는 응급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웨어러블 기기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를 출시함과 동시에 피트니스와 웰니스를 위한 서비스로서 ‘마이크로소프트 헬스’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는 다양한 웰니스와 피트니스 기기와 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개인 활동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이 데이터를 다시 헬스볼트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밴드 2.0 출시를 포기함으로써 헬스 앱의 위상이 모호해지고 있다. 핏빗도 더는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행보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윈도우 폰의 시장 위치가 미약해지면서 윈도우 폰에서 헬스볼트 앱 지원을 중단하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전략이 무엇인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헬스케어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에서 시각 장애를 예측하기 위한 협업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눈 관리 지능 네트워크(MINE)와 인도의 LV프라사드 안구 연구소가 상호협력으로 시각 장애 및 실명에 대한 예측 분석 모델을 만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지능 스위트를 활용해 시각 장애 발생 요인을 분석하여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하는 아마존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영역에서 가장 잠재적인 메이저 기업이 아마존이라 생각했다. 일각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아마존의 에코가 가진 잠재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의료 분야에서의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유전체학, 생명과학, 의료 서비스 제공자 및 보험사가 주 고객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헬스 리소스 센터를 통해 백서, 공공 데이터 집합, 프레젠테이션 포스트 등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파트너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개인적으로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에 투자했는데, 최근 시리즈 B 투자유치 규모가 1억 1,600만 달러에 달한다.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노화 세포가 지속해서 분열할 수 있도록 하는 약품을 개발 중이다. 이는 칼리코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노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이미 2014년에도 주노 쎄라퓨틱(Juno Therapeutics)에 자신의 벤처 투자 기관인 베조스 익스퍼디션즈를 통해 바이오테크에 투자했고 성공적으로 IPO를 한 사례가 있다.
마무리
메이저 IT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무조건 진입해야만 하는 시장이다. 사람의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영역이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과 비례하여 그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건강 데이터 기반의 정밀 의료가 점차 가시화됨으로써 메이저 IT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부추기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의료 기관보다 IT 기업이 주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메이저 IT 기업들은 이용자의 의료 데이터, 건강 및 운동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기, 앱,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일반인, 환자, 의료 기관을 자신의 네트워크에 끌어들여 고유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헬스케어는 폭발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므로 뛰어난 역량의 스타트업들과 유니콘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메이저 IT 기업은 지속적인 인수합병으로 인재와 데이터를 빠르게 흡수하며 그 어느 영역보다도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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