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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사건의 전조, 조용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단면을 강정수 박사가 ‘디지털 경제·사회 리뷰’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편집자)[/box]

강정수의 디지털 경제·사회 리뷰

삼성전자의 유럽지역 뉴스 유통 서비스: 업데이(Upday)

사랑하면 닮기 마련인가. 지난 9월 시작한 애플 뉴스는 삼성전자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와 함께 뉴스 유통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지난 9월 3일 그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이름은 업데이(Upday), 현재는 삼성의 단말기만 지원하며 독일어 버전을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공식 서비스 시작은 2016년 봄이다.

업데이는 악셀 슈프링어의 뉴스뿐 아니라 다양한 뉴스 생산자의 뉴스를 모아서 인간 편집에 의한 큐레이션과 자동 알고리즘 기반 추천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개인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애플이 모바일 전용 애플 뉴스 포맷을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 또한 악셀 슈프링어와 함께 모바일 뉴스 포맷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두 포맷 모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업데이에 얼마큼 무게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악셀 슈프링어는 나름 최고의 인력을 업데이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악셀 슈프링어 CEO 되프너(Döpfner)가 ‘세계 최고의 편집자’라고 칭찬하는 벨트(Welt)의 편집장 얀-에릭 페터스(Jan-Eric Peter)가 벨트를 떠나 2016년 1월 1일 자로 업데이의 서비스 책임을 진다.

애플이 CNN, 뉴욕타임스, 콩데 나스트(Condé Nast) 등 약 50개 언론사·방송사와 협업을 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악셀 슈프링어에 뉴스 서비스 전체를 맡기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언론사·방송사가 애플 또는 삼성전자 그리고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등 기술기업의 품에 안길지 지켜볼 일이다.

upday
삼성전자와 악셀 슈프링어가 선보인 뉴스서비스: 업데이 (구글 플레이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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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뉴스 속도 개선한 구글 AMP

구글이 모바일 뉴스의 로딩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AMP(Accelerated Mobile Page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MP는 모바일 성능을 향상한 HTML의 변형된 형태다. 구글은 이를 깃헙(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이번 AMP 프로젝트에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38개 언론사가 그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다.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구글의) AMP와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은 새롭고 분산된 콘텐츠 생태계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다. 이를 통해 특히 모바일에서 훨씬 멋지고 빠른 웹이 가능해진다.”

“AMP and Instant Articles are a giant step toward a new, distributed content ecology on the web … and a better, faster web, especially in mobile.”

팀 카들렉(Tim Kadlec)은 구글의 AMP가 언론사와 방송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훌륭한 분석 및 비판을 내놓았다. 언론 종사자에게는 전문을 추천한다.

카들렉은 ‘AMP는 웹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AMP라는 특수 도구를 이용하는 특정 웹페이지를 생산한다’며, 결국 또 다른 가두리 양식장(walled garden)의 탄생을 우려한다.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이제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모바일) 뉴스 유통의 주도권이 뉴스 생산자에서 (모바일) 뉴스 유통 서비스업자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AMP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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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의 EMC 인수: PC 시대의 종말

델이 EMC(자회사 VMware 포함)를 인수했고, 그 가격은 670억 달러(약 77조 원)다. IT 기업 인수 역사상 최고액이다. 이쯤에서 등수를 매겨보자.

  1. 델 – EMC (2015년): 670억 달러
  2. 아바고(Avago) – 브로드컴(Broadcom) (2015년): 370억 달러
  3. HP – 컴팩 (2001년): 250억 달러
  4. 페이스북 – 왓츠앱(WhatsApp) (2014년): 190억 달러
  5. HP – EDS (2008년): 139억 달러
  6. 시만텍 – 베리타스(Veritas) (2004년): 135억 달러
  7. 구글 – 모토로라 모빌리티 (2011년): 125억 달러
  8. 오라클 – 피플소프트(PeopleSoft) (2005년): 103억 달러
  9. HP – 오토노미(Autonomy) (2011년): 103억 달러
  10. (공동) 마이크로소프트 – 스카이프 (2011년): 85억 달러
  11. (공동) 오라클 – BEA 시스템즈 (2008년): 85억 달러

델(Dell)의 EMC 인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래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PC 시대의 종말이다. 델의 주력은 PC에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성을 가지면서 PC는 기업과 일부 지식인 집단이 사용하는 특수 제품으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다. 그만큼 PC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와이어드는 이번 인수 의미를 분석하는 글에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

델, EMC, HP, 시스코. 이들 대형 기술 기업은 워킹데드다.
델, EMC, HP, 시스코. 이들 대형 기술 기업은 워킹데드다.

둘째, EMC는 진주를 품은 조개다. EMC의 주력 상품은 기업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 관리하는 서비스다. PC와 달리 빠르게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사업영역이다. 여기에 EMC는 기업용 (가상화) 소프트웨어 서비스 VM웨어와 보안 서비스 RSA를 가지고 있다. 모두 델이 취약한 사업 영역이며, 델은 EMC 인수를 통해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기업 IT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셋째,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의 탁월한 감각이다. 마이클 델은 2013년 투자회사 실버 레이크(Silver Lake)와 함께 250억 달러를 투자해 델의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였다. 기업의 방향성 전환에 따른 주식시장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마이클 델은 IT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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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때문에 망하는 트위터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잭 도시(Jack Dorsey)가 다시 트위터의 대표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과연 트위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주저 없이 부정적으로 답하는 사람이 있다. 우메어 하크(Umair Haque)다. 개인적으로 2010년부터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다. 그의 글에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섬뜩할 정도의 탁월한 분석 앞에 존경심을 키워왔다.

우메어는 트위터는 왜 죽어가고 있나 (그리고 당신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라는 글에서 트위터가 어뷰징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트위터가 몰락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위터는 왜 죽어가고 있나 (그리고 당신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트위터는 왜 죽어가고 있나 (그리고 당신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그가 말한 어뷰징(abusing)의 정의는 명쾌하진 않으나, 한국에서 접하는 어뷰징 현상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여기서 말하는 어뷰징은 한국의 언론사들이 자행하는 어뷰징과는 다릅니다. 편집자)

자신과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이를 물어뜯고, 비난하고, 적으로 간주하고, 모욕감을 주는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들이 트위터 어뷰징의 주역들이다. 이들은 때론 이념진영을 형성하며 끼리끼리 리트윗(RT)하며 이단자를 찾아다닌다.

우메어는 특정 서비스에 있어 어뷰징 문제는 검열, 규제, 수익모델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뷰징을 해결하지 못한 서비스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및 다음의 뉴스 댓글, 한국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 문화도 유사한 어뷰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어뷰징 도전을 해결하는 일은 개별 서비스의 시급한 숙제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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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글: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디지털 기술의 진화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일자리가 위협받고,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처럼 소프트웨어를 통한 사회 조작이 그 도를 넘고 있고, 감시의 유령이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다. 이때 더욱 깊숙이 기술 염세주의에 빠져 보는 일은 어쩌면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창업자 빌 조이(Bill Joy)가 무려 15년 전에 쓴 글이다. 자녀들의 영어 공부(그리고 부모와의 대화 소재)로도 좋고, 대학교 수업 자료로도 좋다.

와이어드 -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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