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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필요하지 않은 조치입니다.”

정부는 2013년 12월 2일부터 01X 앞자리를 쓰는 3세대와 LTE 서비스 이용자의 모든 앞자리를 010으로 점차 통합해 갈 예정입니다. 과연 010 통합 정책은 이들 이용자에게 필요한 조치였을까요?

언론 보도를 통해 간단히 ‘통보 형식’으로 전해진 010 번호 통합 소식. 010 번호 통합 정책의 쟁점과 필요성, 그리고 문제점과 책임 소재에 관해 오픈넷 전응휘 이사장에게 물었습니다. 전 이사장은 숱한 논란 속에서 10년 넘게 이 문제를 곁에서 지켜본 장본인입니다.

문답은 이메일과 전화로 진행했습니다.

[box type=”info” head=”010 번호 통합 대상자 (개요) “]
1. 01X 쓰는 3세대(3G), LTE 서비스 이용자 115만 명이 적용 대상자다.
– 신형 단말기 사용자는 차례로 자동 전환하고,
– 구형 단말기 사용자(6만 9천 명)는 대리점 등에서 직접 전환하지 않으면 2014년 1월 1일부터 통화, 문자 발신이 정지된다. 또한, 전화번호에 기반한 메신저나 금융 앱 등은 갱신하거나 새로 가입해야 한다.

2. 01X 쓰는 2세대(2G) 서비스 이용자 270만 명은 010 통합과 지금 당장은 상관이 없다. 이들은 2세대 서비스 종료 예상 시점(2018년. 추정)까지 기존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box]

국가가 정했으니 무조건 번호 바꿔라 

010 번호 통합정책은 2002년 정통부 시절부터 추진했고, 2013년인 지금도 여전히 논란입니다. 10년 넘게 끌어온 ‘번호 통합 이슈’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응휘

어떤 번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기호로 쓰입니다. 휴대폰 번호도 그런 것 중의 하나지요. 이런 번호들은 서비스 번호라서 필요하면 바꿀 수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쓰일 경우에는 웬만하면 잘 바꾸지 않죠. 물론 그런 경우에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자신을 아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싫거나 원하지 않을 때 번호를 아예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죠.

그렇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번호를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현 번호 강제 변경 정책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국가가 그렇게 정했으니 무조건 번호를 바꾸라는 정책입니다. 쟁점이랄 것도 없어요.

010 번호 통합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010 번호 통합 문제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이번 조치는 꼭 필요한 조치입니까?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조치입니다. 번호를 변경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없어요. 필요하다면 국가가 그렇게 정했으니 필요한 거죠.

이용자 책임과 이용자 선택권 

– 3세대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01x 이용자로선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문제가 되는 이용자들은 모두 당사자들이 번호를 바꾸는 데 동의한 것이니까 좀 다른 문제입니다. 이미 몇 년 전에 3세대 서비스로 옮겨 갈 때 당분간 기존 01X 번호를 그대로 쓰되 일정 시기가 지나면 번호를 바꿀 것을 동의하는 조건으로 옮겨간 것이니까요.

– 그렇다면 이용자 책임이 크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용자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3세대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그것도 국가가 그렇게 정한 겁니다. 그래야 할 어떤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사용자의 불만을 사니 일종의 편법으로 당분간 그대로 기존 번호를 써도 3세대를 쓸 수 있게 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번호를 010 국번으로 바꿀 것을 조건으로 했던 거죠.

뭐 3세대로 옮겨갈 때 기존 번호를 쓸 수 있는 게 몇 년간 한시적이라 해도 그게 정말 그럴 것인지 어떤지 잘 모르면서 옮겨간 경우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때 이미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번호 바꾸겠다고 약속한 건 사실입니다.

– 통신사보다는 정부(방통위) 책임이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통신사야 정부가 그렇게 정책을 세우니까 따르는 거고. 정부가 그렇게 정한 겁니다. 물론 순순히 그런 정책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다 서명해서 3세대 서비스를 쓰기로 했던 이용자도 일부 책임이 있지요.

– 앞서 이용자 책임(동의)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2세대 서비스 이용자로선 3세대(혹은 LTE) 서비스를 쓰기 위해선 기존 번호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는지요?  

그게 사실은 헌법소원에서 다툰 쟁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용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2세대 서비스를 그대로 쓰면 되니까요. 3세대만 안 쓰면 01X 번호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번호 통합 적용 대상에서 2세대 이용자 270만 명은 제외.)

문제는 3세대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번호를 010으로 바꾸도록 한 정책입니다. 이건 간단히 말해서 자기 번호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3세대 서비스를 쓰지 말라고 국가가 정책으로 정한 겁니다. 이 부분이 차별이라는 거죠.

왜 자기 번호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못 쓰게 하느냐, 이건 말하자면 통신 서비스의 보편성을 깨뜨리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방통위 쪽에서는 2세대 서비스는 쓸 수 있지 않냐, 그러니까 완전히 통신서비스를 못 쓰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수는 있는 거죠.

mag3737, CC BY NC SA
mag3737, CC BY NC SA

6만 9천 수동 전환 대상자 “휴대폰 분실 효과”

– 010 전환 대상자 115만여 명 가운데 구형 단말기를 쓰거나 해외로밍 중인 약 6만 9천여 명은 자동전환이 되지 않는 사용자들입니다. 이들이 직접 번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전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는데요.

번호 강제 변경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어느 날 내가 휴대폰을 분실하는 것과 동일한 상황에 빠진다는 겁니다. 그전에 쓰던 번호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새번호는 내가 알려주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알 수가 없으니까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휴대폰 분실과 동일한 상황이 된다는 거죠. 아마 그 6만 9천여 명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겠죠.

– 인터넷에서는 번호 전환과 관련해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가령, 번호를 전환하지 않고 버티면 100만 원 보상금을 준다든지, 최신 기종 핸드폰으로 바꿔 준다든지, 시민단체에서 소송해 배상금을 받아준다든지 하는 소문입니다. 

그야말로 뜬 소문입니다. 100% 거짓말이죠.

KT 2세대 서비스 강제 종료 “이용자 내다 버린 꼴” 

SKT와 LGU+는 2G 서비스를 당분간 종료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KT는 이미 방통위 허가 아래 2세대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번호 변경정책이 국가에 의한 강제정책이라고 했는데 주파수의 할당과 운용에 관한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정하는 겁니다. 업체가 독자적으로 정할 수 없어요. 주파수의 이용기간이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주파수 자원 자체가 희소자원이고, 우리의 경우에는 군사용이나 특수용도의 주파수 이용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서 민간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대역이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지금 SKT와 LGU+가 그런 입장을 취하는 건 다행입니다. 사실 통신요금문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2세대가 훨씬 좋은 서비스이거든요.

KT는 2012년 초에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 KT 블로그 관련 게시물 캡처)
KT는 2012년 초에 단계적으로 2G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 KT 블로그 관련 게시물 캡처)

– 그렇다면 KT가 2세대 서비스를 종료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십니까?

KT의 2세대 종료 문제도 전적인 책임은 방통위에 있습니다. 원래 KT가 LTE서비스 용도로 900MHz 주파수대역을 할당받아 놓고도 이게 예전의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주파수와 중복이 된다는 이유에서 쓸 수가 없으니까 불가피하게 LTE 서비스용으로 쓰기 위해서 2세대로 사용하던 주파수대역을 쓰기 위해서 그때 다급하게 2세대 서비스를 종료한 거거든요.

그런 사정을 미리 제대로 파악 못 하고 900MHz를 LTE용으로 할당받은 KT나 그런 주파수 대역을 할당한 방통위나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인데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KT는 2세대 이용자를 내다 버린 것이고, 방통위는 그런 무책임한 KT의 행태를 도운 것입니다.

과연 방통위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과연 방통위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3세대 이상은 010 써야? 01X로도 얼마든지 가능!

– SKT는 한석규를 모델로 쓸 초기에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번호가 있습니다. 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 SPEED 011” 라는 광고 카피를 쓰면서 마치 해당 앞번호가 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고,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습니다.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긴 셈인데, 이런 소비자들의 신뢰에 관해서는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신지요?

지금 번호 강제 변경 정책이 나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초기에 사업자별로 01X 번호를 다르게 할당한 게 화근입니다. SKT가 그런 광고를 할 수 있게 만들었던 번호정책이 문제였던 거죠. 물론 나중에 그런 문제가 생기니까 그때 번호이동정책(사업자를 바꾸어도 번호는 그대로 원래 번호를 쓰도록 하는 정책)을 써서 사업자와 번호가 일치하지 않게 헝클어 놓기는 하죠.

왜 사업자별로 번호를 다르게 한 것이 문제였느냐면 그렇게 함으로써 번호대역을 낭비해 버린 것이거든요.

하나의 번호대역(01X)에서 0000-0000 부터 9999-9999까지 번호를 쓸 수 있는데 (그 중에는 기술적으로는 못 쓰는 번호도 좀 있긴 함) 한 사업자가 아무리 고객을 많이 가입시켜도 5천만이 안될 텐데 너무 번호대역을 낭비를 해버린 거죠. 그래서 나중에 다른 용도로 번호대역을 쓰려고 해도 쓸 번호 대역이 부족해질 것 같으니까 전부 다 없애고 010으로 몰아버리려고 그런 황당한 정책을 쓴 것입니다.

한때 SKT는 011이라는 번호 자체를 남다르다며 홍보했다
한때 SKT는 011이라는 번호 자체를 남다르다며 홍보했다

– 끝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저에게 2세대가 종료되면 01X 번호도 없어지는 것처럼 아주 당연하게 물어보시던데 원래 번호와 서비스기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세대 서비스는 01X를 쓸 수 있고, 3세대 서비스는 010이라야 쓸 수 있고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01X도 4세대 서비스를 쓰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01X 번호를 다 3세대 서비스에서도 쓰고 있다가 최근에 010으로 바꾸라고 하잖아요. 문제는 통신규제 당국이 그렇게 정해서 그렇게 강제하는 데에 있는 겁니다. 그러면 왜 통신규제당국은 그렇게 하느냐? 예전에 번호대역 할당시에 낭비한 것을 원상복구 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에 잘못 저지른 번호 정책 실패 때문에 죄 없는 이용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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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이미 통합예정 국번호로 옮긴 고객은 뭐가되는것인지 그것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네요. 이미 Tipping-Point는 지났습니다.

  2. 사실 이석채가 정통부 장관 해쳐먹을때 010 통합으로 SKT 엿먹이고 KT 낙하산으로 내려간 측면도 있을겁니다.

  3. 그 정부의 정책을 믿은 분은 정말 호갱님 되는거지요. 지난 티핑포인트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하는게 맞지요. 잘못된 정책때문에 휘둘리는건 결국 소비자이니까요. 정부가 소비자들을 편갈라 자기쪽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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