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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7일 연합뉴스는 삼성 갤럭시 S5가 의료기기 허락을 받을 필요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앞으로 의료목적이 아닌 운동·레저 목적의 심박수계와 맥박수계는 의료기기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심박센서를 장착한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 S5는 규정 개정 이후 출시하면 별도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을 17일 행정 예고했다.

출처: 연합뉴스 – 심박센서 장착 갤럭시S5 ‘의료기기’서 빠진다(종합)

갤럭시 S5 출시 앞두고 의료기기 규정 바꿔

이전에는 심박센서가 있는 기기는 의료기기 허가를 따로 받아야 했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심박센서가 있는 갤럭시 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갤럭시 S5는 결과적으로 허가를 위한 심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내용이다.

위 연합뉴스 기사를 접하고, 예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2013년 10월 7일 [청년의사]에 실린 “모난 돌이 정맞는다, 유명해서 배포금지 된 ‘App'”이라는 글이다.

서울대학교 비뇨기과 정창욱 교수는 자비를 들여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환자의 전립선암 위험 여부 판단을 도와주는 ‘전립선암 계산기’ 앱을 만들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해당 앱을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로 판단, 국내 배포를 금지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여전히 이 앱이 있지만, 몇몇 안드로이드 폰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설치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설치할 수 없도록 막은 것으로 짐작된다.) 글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 FDA는 지난달 모바일 의료 앱에 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반면 국내 관련 법에는 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별도의 안을 마련한 것이 있는가. 혹은 앞으로의 계획은.

의료기기임을 판단하는 것은 의료기기법 상 정의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에 목적을 기반으로 한다.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물성의 차이일 뿐이다. 목적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앱 역시 질병 진단의 목적으로 쓰인다면 당연히 의료기기 범주에 들간다. 앱만 따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 같은 지침 마련을 고려할 방침이다.

출처: 청년의사 – 모난 돌이 정맞는다, 유명해서 배포금지 된 ‘App'”

의사가 만든 앱, 의료기기라며 배포 금지

전립선암 계산기 앱이 나올 당시에는 모바일 의료 앱에 관한 지침은 따로 없었다. 그래서 식약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전립선암 계산기 앱을 의료기기로 판단했다. 그 후  2013년 12월, 드디어 식약처에서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이 나왔다. 아래 인용한 지침 내용은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 항목 중 하나다. 식약처는 예시를 통해 전립선암 계산기 앱을 의료기기로 판단할 근거 규정을 마련한 셈이다.

5. 환자 맞춤형 분석을 통해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공하는 앱

의료기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입력하여 해석하거나 분석 후 환자 맞춤형 진단이나 치료법을 제공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유전자검사 결과를 입력하여 분석하고 환자의 특정 암 발병 확률, 병기 등을 진단하는 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모바일 의료용 앱이 단독으로 의료기기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앱 자체가 허가(신고) 대상이 된다.

※ 제품예시
– 유전자검사 결과를 분석하여 특정 암의 발병확률 등을 진단하는 앱
– 조직검사 결과 등 환자의 의료정보를 입력하여 환자의 전립선암 발병 확률, 전이 확률, 병기 등을 분석하여 진단하는 앱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 10쪽

국내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는 전립선암 계산기 - 구글 플레이스토어
국내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는 전립선암 계산기 – 구글 플레이스토어

식약처는 ‘전립선암 계산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로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앱을 제작한 정창욱 교수는”비슷한 종류 앱이 이미 상당히 많이 공개돼 있고 외국에서 만든 앱도 국내에 서비스”된다면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라고도 식약처 판단에 이견을 제기한 바 있다. 즉, 해당 앱을 의료기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그동안 심박센서가 있는 기기는 의료기기로 규정됐다. 앞서 살폈듯, 식약처는 이를 과한 규제였다고 판단했는지, 이를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필이면 삼성 앱이 발매를 앞둔 시점에서 말이다. 식약처는 “운동·레저용 심박수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의료기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전립선암 계산기 앱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관해서도 식약처는 명쾌한 비교 자료를 내야 형평에 맞을 것으로 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위 연합뉴스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갤럭시 S5 등은) 현행 기준으로 하면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 출시하면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 규정 개정에는 행정예고 20일을 포함해 25일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실린 3월 17일에서 25일을 더한 4월 11일은 삼성이 발표한 갤럭시 S5의 글로벌 출시 예정일이다.

까마귀(갤럭시 S5) 날자 배(식약처 규정 개정) 떨어진다. 중국 양나라 무제 때의 고사에서 유래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다른 일과 때를 같이하여 둘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는 듯한 의심을 받을 때 쓰는 사자성어다. 하지만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되고, 의심이 쌓이면 확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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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SKT를 통해 어제(27일) 국내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 S5는 그래서 심박센서가 비활성화 되었다는 거군요. 일찍 출시해서 비활성하라는 귀찮은 작업을 하게 되었으므로 삼성의 한 관계자가 유감이라고 표현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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