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사회적 대화 복귀는 보류하고 메가특구 논의는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의 뜻 살릴 능동적 전략이 필요하다. (정흥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5분)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무산, 아쉬움과 우려
민주노총의 사회적 참여가 무산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의원들이 회의장을 이탈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표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표 참여뿐 아니라 불참도 의사 표현일 수 있으니, 이를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정족수 미달 이후 온라인으로 대의원대회를 재개해 표결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양경수 위원장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조직 분열을 막기 위해 다음을 기약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크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면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 하나는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사회적 과제의 해결에도 책임을 함께 하는 조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 다른 하나는 민주노총의 요구와 대안을 더 분명하고, 무게 있게 전달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메가특구의 차별적인 노동 조건을 논의하는 별도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식적으로 결정했다면, 메가특구 노동정책에 대한 반대도 정부에 상당히 무게감있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 결정이 무산되면서 민주노총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정부가 노동계의 반대를 가볍게 다룰 여지를 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의원대회가 담아내지 못한 조합원의 뜻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의장을 나섰을 대의원들의 마음과 함께, 결과를 접한 조합원들의 마음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 직전 조합원 4,8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8%는 사회적 대화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가 특정한 대화 기구나 참여 조건에 대한 찬성을 모두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길 바라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상당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직의 결정이 자신의 기대와 어긋날 때 구성원은 실망하거나 조직과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다. 회사가 직원의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나듯, 노동조합도 조합원의 기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면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지도부는 이번 대의원대회의 결과가 조합원들에게 단순한 아쉬움만으로 남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은 사회적 신뢰에서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 참여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대화를 명분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하거나, 합의 가운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내용의 이행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참여의 원칙과 조건을 분명히 하고, 합의 이행을 점검할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노동조합은 개별 쟁점의 유불리를 따지는 동시에 사회적 정당성과 신뢰라는 더 큰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 사회적 지지가 넓어지면 조직은 더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힘도 커질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경험과 기대도 달라지고 있다.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 이유다. 투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힘을 갖추는 일이다. 그 힘은 조직력과 함께 노동조합을 신뢰하는 국민들의 지지에서 나온다.
나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권리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떨어질 수 없다고 가르친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한다.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는 동시에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다. 조합원의 이해를 지키면서도 조직 밖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할 때, 노동조합은 더 넓은 지지를 얻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메가특구 논의에 참여하는 민주노총
지금 노정관계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메가특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면서 노동시간 규제 예외,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 범위 확대 등 경영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내용을 특별법에 담으려 한다.
이에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메가특구 관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차별적인 노동조건에 반대하고 있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면서도 메가특구 논의에는 참여하는 두 선택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사안과 조건에 따라 참여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가능한 전략이다. 다만 그 차이를 설명할 원칙이 분명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의 요구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사회적 신뢰를 쌓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정부의 책임도 분명하다. 사회적 대화는 이미 정한 정책을 노동계에 수용시키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대안에 귀 기울이고,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도입하지 않으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위원장 선거와 선택의 길
기대했던 사회적 대화 참여 결정은 무산됐지만, 논의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사회적 대화에 보내는 기대를 지도부가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곧 위원장 선거를 치른다.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도 예상된다. 이 논쟁이 참여와 불참이라는 양자택일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의제를 제기하고, 어떤 조건으로 참여하며, 무엇을 얻고 어떻게 합의 이행을 담보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조합원의 선택을 받을 다음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뜻과 노동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함께 살피길 기대한다. 사회적 대화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이제 민주노총이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