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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만큼 떠야 했을 만화, [동재네 식구들] 완결에 부쳐

동재네 식구들

  • 글/그림: 김민재
  • 연재기간 : 2012.6.1.-2014.11.7. (총100화/일부 유료)
  • 연재처 :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 금요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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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드라마화로 작품 자체와 인턴 문제가 다시 화제가 되는 것은 기쁜 일이나 윤태호의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이제 포털에서 ‘미생’을 검색하면 드라마가 제일 위에 뜬다. 드라마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니 어쩔 수 없나 싶다가도, 원작을 무시하는 풍토가 싫다. 그러나 이 만화만큼은 드라마가 돼서라도 어떻게든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던 숨겨진 명작이 2년 연재 끝에 최근 완결됐다.

차동재. 40대 중반. 경기 부천시 혹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직원 7~10명을 둔 프레스 공장 사장. 중학생 딸내미 말씨가 못마땅하지만 이기지 못하고, 맥주에 케첩에 찍은 감자튀김 곁들여 축구 중계 보는 것 좋아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차진 동네 아저씨. 딸과 아내가 호주 시드니로 유학을 떠나 혼자 살게 되고, 같은 시기 그의 공장에 새로 취직한 베트남인 청년 레티홍이 한국으로 시집왔다 연락이 끊긴 누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재네 식구들 제1화

김민재, 동재네 식구들 제1화 중에서

[동재네 식구들]은 세 축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일거리가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면서도 사람이 넉넉하지 못해 납품기일마다 빠듯하게 일해야 하는 동재네 공장. 그런 공장을 운영하며 아내와 딸을 먹여 살리려고 또 제 식구들, 즉 직원들을 먹여 살리려 고민하는 동재. 그리고 한국에 돈 벌러 온 베트남 청년의 이야기.

디아스포라의 이야기

동재와 레티홍의 관점에서 우선 디아스포라(그리스어 Diaspora,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에 관한 이야기다.

결혼하기 어려운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다고 하지만 그러면 베트남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베트남 여성은 어떤 생각으로 결혼 이주를 택할까? 베트남의 가난한 남성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러기 아빠가 된 가장은 혼자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떻게 고독을 떨쳐낼까? 차 사장은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어떻게 될까?

엄연히 우리 일상이 된 가족과 이산에 관련해, 한 번쯤 생각해봤어야 할 이야기가 나온다.

블루칼라 이주민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 

또 한편으로는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미생]이 화이트칼라 사무직 노동자의 이야기라고 하면 [동재네 식구들]은 바로 프레스 기계가 윙윙 돌아가고 장갑이 기름에 배 금세 새카맣게 되는 공장, 소위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한국 제조업의 뿌리라고는 하지만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도 피하고 대중문화에서 다뤄지지 않는 공장이 배경이다. 그곳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고,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얼마나 되며,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 상태지만 아들의 태권도 승단 심사일까지는 한국에 남고 싶어 가슴 졸이는 노동자, 그의 아들과 태권도장 친구들, 선 자리에 나온 뽀로로 닮은 귀여운 아가씨가 마음에 드는데 직업을 말 못 꺼내는 한국인 공장 노동자와 그를 놀리고 응원하는 동료들이 주인공인 만화는 오랜만이다 못해 나에게는 거의 처음이다.

생생한 부천시 주택가 베트남 거리 풍경

만화는 글보다 그림이 먼저다. 사실적인 그림, 섬세한 배경은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많은 이들에게 낯선 모습이 된 공장 내부의 모습도, 부천시 어디 주택가도, 베트남의 거리 풍경이 생생하다.

사장이 뭔가 먹고 있으면 나도 먹는 기분이고 기계가 돌아갈 때 내 옆에서 돌아가는 거 같다. 펜 선이 드러나는 수채화 톤의 기법은 화풍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은 실패도 있고 눈물도 있다만 비극이 아니라 또 새로운 출발로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말하는 이 만화의 주제의식과 잘 어울린다.

“세상이 팍팍하고 눈물도 안 나올 때 당신이 말하는 그 등신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사는 맛이 나는 거거든”

자극적이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만화 속으로 들어온 노동’과 같은 기사가 몇몇 언론에서 회자했으나 [미생]과 [송곳]은 나와도 이 만화는 나오지 않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 그랬을 거로 생각한다. 어쩌면 노동에 관한 만화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엄연히 존재하나 잊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과 우리로 인한 먼 나라 이웃의 삶 자체가 소재인 만화다. 이미지로 보자면 십수 년 전 [바람은 불어도] 같은 KBS 일일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유머를 잊지 않는다는 점까지도 닮았다.

그들이 떠올랐다 이웃을 생각한다 

작가는 이걸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현장을 꼼꼼하게 뛰어다녔을까. 석 달 전쯤 토요일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오이도까지 놀러 가자는 무모한 시도를 한 적 있다. 서해안 도로를 타고 평탄하게 갔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시화공단 한복판으로 들어가 두어 시간 동안 달려도 달려도 똑같은 풍경에 질려버리며 페달을 밟았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무도 모르겠다 싶었다.

또 4년 전쯤 겨울, 복지 기획을 하면서 택시비 5만 원을 주고 김포 대곶면의 프레스 공장을 가 봤다. 시골 길을 한참 달렸다. IMF 위기를 넘나들면서도 복지에 기대는 일은 구차한 것이라 생각하던 사장은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불만이 많았다. 더 많은 이들이 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다시 뵙겠다 해놓고 또 못 뵀다. 바로 그들이 떠올랐다. 이 만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엄연히 지금도 기계를 돌리고 기름땀에 절어 있는 이웃을 다시 생각한다.

문화부 기자라면 한 면을 털어 발제하고 싶고 주간지 편집장이라면 최소 4페이지쯤은 주고 싶다. 평론가라면 온 힘을 다해 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 싶다. 나의 비평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준 작가와 그의 동료들, 만화속세상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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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은하
초대필자.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입니다.

작성 기사 수 : 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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