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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국립의전원이 마주한 사회적 책무. 지역의사 양성을 넘어, 특수 목적 의료와 보건의료정책을 책임질 의사 키워야. (옥민수 / 울산의대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 5분)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의 최종 소재지가 남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관심이 ‘어디가 타당한지’에 쏠리면서, ‘국립의전원이 어떠한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묻혀 있습니다. 

소셜코리아는 국립의전원 이슈와 관련해 두 개의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김새롬 교수(인제의대)는 국립의전원을 통해 만들어내야 하는 의사상에 대해 질문을 제기합니다.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단순한 세계적 표준의 임상 기술이 아니라, 타 보건의료 직군과의 협력 및 지역사회·의료기관 전반에 대한 책임감을 포괄하는 ‘주체성(agency)’이라는 문제의식입니다. 

옥민수 교수(울산의대)는 지역의사제가 별도로 도입된 현 상황에서, 국립의전원의 핵심 역할은 감염병, 교정의료, 산업재해 등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의료 취약 영역을 담당하고, 보건의료 정책을 기획·평가할 인력을 국가 주도로 양성하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서 단일 수련병원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기관과 지역을 순회하는 다원적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두 필자의 칼럼은 국립의전원의 물리적 주소지보다 교육 목표와 체계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견해를 같이하지만 실질적인 수련 환경과 학교 소재지의 분리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국립의전원을 둘러싼 논쟁이 한국에서 의료의 역할,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소셜코리아)

🌱 김새롬, 의사의 자리: ‘서울이냐 남원이냐’보다 중요한 것
🌱 옥민수, 의사의 자리: 국립의전원에 전하는 다섯 가지 당부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하 국립의전원)의 주 소재지가 전북 남원으로 결정되면서 설립 논의가 한 단계 구체화되었다. 앞으로 어떤 학생을 선발하고, 무엇을 가르치며, 어디에서 교육할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 앞서 되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국가가 국립의전원을 별도로 설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어떤 학생을 선발하고, 무엇을 가르치며, 어디에서 교육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국립의전원 논의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상을 구체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들어설 예정인 전북 남원시 월락동 일원 부지 전경. 남원시.

지역의사제만으로 채울 수 없는 의료 공백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의사인력 확충 논의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 하위법령 마련 과정을 살펴보면 국립의전원의 목적이 단순히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국립의전원은 기존 양성체계에서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의료인력을 국가가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데 보다 근본적인 취지가 있다. 지역의사제가 지역에서 진료할 의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면, 국립의전원은 특수 목적의 의료기관과 진료영역에서 근무할 의사, 국가와 지역의 보건의료정책에 기여할 의사를 양성하는 제도로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  

국립의전원을 서남의대 폐교 이후 논의됐던 공공의대의 단순한 연장선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당시 논의의 배경은 서남의대 폐교에 따른 의대 정원과 지역 의료인력 문제였으나 지금은 지역의사제라는 별도 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라진 의료 인력 정책의 틀 안에서 국립의전원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시장의 방식이나 기존 의학교육 체계만으로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의료영역이 적지 않다. 감염병과 재난 상황에 대응하고, 교정· 소방·경찰·산재·보훈의료와 같이 특수한 목적을 가진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의사도 필요하다. 국립의전원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특수 목적의 진료 영역과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를 국가가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및 의료현장에서 보건의료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과 사업을 기획·실행·평가하며, 서로 다른 기관과 전문직을 연결할 수 있는 의사도 필요하다.  

국립의전원은 단순히 ‘지역의사를 더 강하게 양성하는 학교’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국립의전원은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지만, 기존 체계에서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의사를 양성하는 특수 목적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별도로 국립의전원을 설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게티이미지.

병원을 넘어… 지역에 기반한 기관과 교육 체계 필요

그렇다면, 이러한 의사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 일반적인 임상역량과 함께 공공보건의료 현장 및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의료는 대형병원 안의 진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의 의사는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진료역량을 갖추는 것과 함께 환자의 삶과 지역사회 맥락을 이해하고, 예방부터 치료, 회복과 지역사회 복귀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립의전원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잠시 방문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공보건의료 현장을 반복적·직접적으로 경험하며 특정 지역과 환자집단을 장기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종단적 교육이 필요하다. 

특수 목적 의료인력을 양성하려면 교육현장 역시 다양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하여 암, 정신건강, 보훈, 산재, 경찰, 소방, 교정 등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 정책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역시 중요한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실제 보건의료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하며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경험도 정규 교육과정 안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립의전원에는 하나의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의학교육과는 다른, 다기관 및 다지역 교육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 여러 기관에 학생을 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각 기관이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분담하고 이를 하나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으로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

의료 공백을 살피고, 행동하는 의사 

국립의전원의 성패는 학교를 어디에 설치하는지 보다 어떤 의사를 길러내는지에 달려 있다. 필자는 국립의전원에서 배출될 의사들이 무엇보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성에 귀 기울이고,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자를 잘 진료하는 것을 넘어 누가 필요한 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지역과 영역에서 의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국립의전원의 설립은 기존 의과대학의 교육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높은 수준의 임상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를 길러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 왔는지, 의료취약지역과 특수 목적 의료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사를 양성하는 데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역할이 기존 의학교육에서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국가가 별도의 국립의전원을 설립해야 할 필요성도 지금만큼 크지 않았을 지 모른다. 

국립의전원은 단순히 의학전문학교 하나를 더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적 책무성에 귀 기울이고,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아픔을 만들어 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의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새로운 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도가 우리나라 의학교육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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