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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체육관 여장남자 사건

지난 10월 말에 충북 청주시에서 특이한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여장을 한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성적 제안을 했다가 양자간 충돌이 벌어진 일이다. 이른바 ‘여장남자 사건’ 혹은 ‘청주체육관 공중화장실 사건’이다.

우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되짚어 보자. 사건 직후 나온 언론 기사들과 수사를 진행하는 청주청원경찰서 담당자의 말을 종합하여 사실을 재구성해 본다.

  1. 10월27일 저녁 9시께 택시기사(21세)는 청주체육관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
  2.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벽 아래 틈으로 여성 구두가 슬며시 들어왔다. (택시기사의 주장)
  3. 나가서 봤더니 하이힐을 신고 여성 차림을 한 남성(62세)이 옆칸에 있었다.
  4. 여장남자는 택시기사에게 유사성행위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5. 택시기사와 여장남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고 여장남자가 도주했다.
  6. 택시기사가 여장남자를 추격하여 둘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7. 신고를 받고 인근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8. 두 사람은 쌍방 폭행으로 각기 입건되어 수사를 받고 있고, 이에 더하여 여장남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얼핏 보면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일 뿐, 특별히 생각을 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지난 한 달 내내 이 사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간단히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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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장남자의 행위

여장을 하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불특정 상대에게 유사성행위를 제안한 여장남자의 행위는 분명한 잘못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잘못의 부분은 ‘여장을 하고’도 아니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도 아니다. ‘불특정 상대에게 유사성행위를 제안한’ 부분이 잘못이다. 상대는 그런 말을 듣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자라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참고: 문화일보).

그러나 이 잘못은 범죄라기보다 윤리적이고 도의적인 잘못인 것처럼 생각된다. 얼굴을 마주보고 구두로 이루어지는 단순 성희롱은 법으로 처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받으려는 뜻이 없었으므로 성매매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장남자는 왜 성폭력처벌법 혐의를 받고 있나? 이것은 뒤에서 살펴보자.

#2. 택시기사의 행위

밤에 공중화장실에서 난데없는 상황을 만난 택시기사의 ‘충공깽’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일, 즉 도주하는 여장남자를 추격하여 몸싸움을 벌여 ‘검거’한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있어서 법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으면 신고하면 된다. 동네 경찰이 어수룩해 보여도, 요즘은 CCTV 등 어수룩하지 않은 조력자가 천지에 깔려 있으므로 웬만하면 다 검거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격투까지 벌임으로써 결과적으로 폭행범의 덤터기를 쓰게 되었다.

#3. 쌍방 폭행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였던 것 때문에 쌍방 폭행이 성립하여 수사를 받고 있다. 담당 형사에게 확인한 바로는 각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몸싸움이 어떤 양상으로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21살 택시기사가 하이힐을 신은 62살 여장남자를 쫓아가서 벌인 격투 모양은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한 방송에 따르면, 두 사람의 ‘폭행’과 관련해 택시기사는 여장남자가 “발길질을 두 번 했다”라고 했고, 경찰관은 여장남자가 (택시기사에 의해) “멱살을 잡히고 목을 잡혀” “바닥에 내팽겨쳐졌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방송 화면에 나타난 택시기사는 아주 건장한 체격이다.

청주체육관 여장남자

출처: MBC ‘생방송 오늘아침’

화장실에서 벌어진 상황이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기는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망가는 사람을 쫓아가서 폭행을 가한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닌가 싶다. 절도나 강도처럼 분명한 범법 사실이 벌어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명백한 물리적 피해를 당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처음에는 공포를 느꼈는지 몰라도, 추격-격투의 과정에서 그런 공포심을 아주 쉽게 극복한 것 같다.

게다가 이 사건을 보도한 한 언론(일요시사)은 여장남자의 가해 사실을 과장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그림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출처: 일요시사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867

출처: 일요시사

여장남자를 흉악스럽고 덩치가 큰 사람으로 왜곡해서 묘사했다. 멱살을 잡는 등 이른바 폭행의 양상도 위에서 나온 진술과 정반대이다. 이런 왜곡 보도는 대중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방적인 견해만 갖도록 그 눈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4. 촬영 및 온라인 게시

이 사건은 경찰에 의해 입건되었지만, 매체를 통해 증폭되어 세간에 알려진 것은 페이스북 때문이다. 택시기사가 쓴 내용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여장남자

사진도 함께 게시되었다. 사진은 동영상에서 캡쳐한 것이다. 말하자면 택시기사는 처음부터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여장남자를 상대한 것이다. 이곳은 여전히 화장실이다. 여장남자의 행위가 부적절한 것이기는 하지만, 은밀한 장소임에도 일방적으로 촬영을 당하고 (비록 모자이크가 된 상태나마) 그 결과물이 온라인에 떠돌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 의심스럽다.

#5. 맘에 들면 하고

여장남자는 택시기사에게 어떤 강압도 쓰지 않았다. 택시기사가 찍은 동영상에서 여장남자는 기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맘에 들면 하고 맘에 안 들면 안 해도 돼.”

택시기사가 추격하여 격투를 벌일 때조차 그는 “하기 싫으면 말 것이지 왜 자꾸 잡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택시기사의 말).

다시 말해 여장남자가 택시기사를 상대로 강제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리고 문제가 되자 스스로 자리를 떴다(도주). 이것이 범죄라면 상당히 소박한 범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6. 라라미 프로젝트

1998년 10월 6일, 미국 산간지역인 와이오밍 주 라라미에서 22세 대학생 매튜 쉐퍼드가 피살되었다. 동성애자이자 LGBT 활동가였던 그는 비슷한 또래 젊은이 두 사람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하고 교외 울타리에 묶여 방치된 끝에 숨졌다.

많은 사람에게 이 사건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에서 나온 살인으로 인식되었다. 가해자 두 사람은 이를 부정했지만,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 혐오를 규탄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동성애자 증오에서 저질러진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는 연방법이 만들어졌다. 정식 이름이 증오범죄방지법인 이 법은 흔히 ‘매튜 쉐퍼드법’으로 불린다.

사안이 중요하니만치 매튜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었다. 그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극영화 [라라미 프로젝트] (2002)다. 배우들이 쉐퍼드를 둘러싼 라라미 마을 사람들이 되어 이 사건을 보는 시각과 사건이 남긴 상처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라라미 프로젝트 (2002)

라라미 프로젝트 (2002)

여기서 라라미 주민센터쯤 되는 곳에서 일하는, 이성애자임이 명백한 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게이 이슈에 관해서 말하자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아무런 상관을 안 합니다. 그들이 나를 성가시게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하지만 설령 그런다고 해도 난 그저 이렇게 말할 거에요:

“노 땡큐.”

그들은 바 같은 데서 술을 마시면서 누군가에게 집적댈 수도 있겠죠. 입에다 뽀뽀를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곧 사라지잖아요. 라라미에서는 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돼요.

공중화장실은 술집이 아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을 성가시게 구는 장소로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위에 썼듯 여장남자의 행위는 분명 부적절하고 옳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맘에 들면 하고 맘에 안 들면 안 해도 돼”라는 사람에게 “노 땡큐” 해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그런 정도의 용인과 아량을 가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제대로 된 게이바도 별로 없는 세상에서 말이다. (동성애를 병리현상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글이 상정하는 독자 대상이 아니다.) 어떻더라도, 이게 폭력을 써서 격투를 벌이고 경찰에 넘기고 쌍방 폭행이 되어 두 사람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할 일인가에 여전히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가 가진 동성애 혐오 의식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여장남자의 행위가 부적절한 것과 별개로, 그에 대해 당사자나 언론 매체, 여론이 보인 과도한 반응은 다분히 반동성애 의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게 된다.

#7.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 동성애 혐오

이명박과 박근혜의 국정 농단은 극우 보수 집단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다. 이 일을 계기로 하여 정치 구호의 정당성이 모두 진보 집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이-박 농단과 전횡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 그 유사성을 억지로 강조하는 ‘미러링’ 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게 반동성애 주장은 매우 매력적인 탈출구가 된다. 보혁을 따지지 않고 많은 한국인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주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자신의 특성을 가리고 기세를 얼기설기 새로 결집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이러한 양상은 예컨대 [‘빨갱이를 잡자’에서 ‘동성애를 막자’로] (시사IN)와 같은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성정체성에 대한 개인의 태도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동성애 용인 이슈를 예민하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성 때문이기도 하다.

#8. 여장남자가 나타났어요~~

언론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렵다.

이 사건에는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선정적인 키워드가 가득하다. 여장남자, 화장실, 유사성행위, 추격, 격투… 그래서 그런지 언론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런 보도에서 사건을 의미 있게 짚어보려는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다못해 해당 공중화장실이 부적절한 목적으로 전용되는 실태, 그에 대한 관청의 관리 촉구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선정적인 소재로 삼아 보라색 색칠만 했을 뿐이다.

12월 4일 자 ‘한겨레’에는 ‘한국의 방송은 민주주의의 적이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도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민주주의는 성숙한 인간을 필요로 하고 성숙한 인간의 사회로써만 실현될 수 있는 체제”(아도르노)인데, 한국 방송은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기는커녕 국민의 미성숙 상태를 영속화하려는 조직으로 퇴화했기 때문이다.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하랴. 리모컨을 들고 한번 돌려보라. 한국 방송을 보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어찌 방송뿐일까.

 

덧붙임: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여장남자와 택시기사는 서로 폭행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위에서 쓴 대로 여장남자에게는 혐의가 하나 더 씌어져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2조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위반 혐의다. 조항 제목만 보면 이 상황에 잘 맞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해당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2조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것은 매우 특이한 조항이다. 우선 이 법이 처벌하고 있는 성폭력 행위들 중에서 유일하게 ‘피해자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는’ 조항이다. 다른 조항은 모두 성폭력 행위의 결과 구체적인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이 조항은 ‘침입’을 처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하고도 구체적인 피해자가 없다. 이 조항에 따르면, 예컨대 자위 행위를 위해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더라도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위에 대해 처벌해야 하는 실정법으로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호하고, 그러한 목적을 가졌는지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 조항은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범법 행위 중에서 처벌 정도가 가장 경미하다.

이렇게 모호하고도 두루뭉술한 것처럼 보이는 조항이지만, 왜 그런 법이 만들어졌는지를 짚어보면 약간은 이해가 간다. 애초에 이 조항은 이성(특히 남성)이 다른 이성(특히 여성) 화장실이나 목욕탕에 들어가 훔쳐보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단순히 훔쳐보는 것은 구체적인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 언행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사안이 엄중함에도 기존 조항으로는 처벌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만들어 넣은 조항이 이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가짐에도 문구 자체의 모호함과 편협함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이기도 하다.

여하튼 법의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여장남자가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다른 이용자에게 유사성행위 제안을 한 것을 이 법으로 처벌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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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준(deulp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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