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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뮤직이라는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한 소녀

6월 8일, 애플은 WWDC에서 애플 뮤직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가격과 정책은 사실 기존 경쟁자였던 스포티파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만드는 아이폰은 새로운 모델마다 판매 신기록을 다시 쓰는 제품라인입니다. 게다가 다른 뮤직 앱은 앱스토어에 찾아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면, 애플 뮤직은 기본 앱으로 만들게 분명하며, 이는 다른 그 어떤 경쟁사보다 애플을 우위에 서게 하는 점입니다.

애플 뮤직의 가격, 그리고 3달 무료 정책

애플 뮤직의 기본은 이렇습니다. 매달 $9.99를 내면 애플이 계약하고 있는 음반사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은 멜론이나 벅스 뮤직과 유사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전까진 애플은 아이튠스 라디오라는 서비스로 음악을 특정 장르 내에서 무작위(random)로 틀어주거나 앨범/곡 단위로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애플 뮤직으로 애플도 스트리밍 대열에 가장 늦게 합류하게 된 거죠.

그리고 애플은 경쟁사와 차별하기 위해 ‘3달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당연히 반길 일이였죠. 하지만 리코드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3달 동안 뮤지션에게는 그 어떤 금전적인 이득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애플은 밝혔습니다.

“3달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스트리밍 되는 노래에 대해 애플은 음악 저작권자에게 그 어떤 대가도 지급하지 않을 것이다.”

“Apple won’t pay music owners anything for the songs that are streamed during Apple Music’s three-month trial period”

물론 애플이 무료 3달 이후 뮤지션들에게 돌려주는 수익의 비율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3달은 무료라뇨.

뮤지션들의 침묵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도, 다수의 뮤지션들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애플은 음악 시장에서 절대 강자와 다름없습니다. 모든 업계든 최종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유통업자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듯, 애플 또한 애플 뮤직 이전에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을 팔았고, 영향력이 막대했습니다. 뮤지션 입장에선 최고의 매출 창구이니까요.

많은 사람은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을 구매하고 듣고, 뮤지션들은 아이튠스만을 위한 remastered 앨범도 내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불공정한 거래가 있더라고 함부로 애플에 우리 음악은 빼겠다고 하지 못한 거죠. 애플이 3달 동안은 무료봉사하고 그다음엔 더 많이 쳐줄게라는 말은, 비단 이번 사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아주 종종 발생하던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모습입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엔 좀 싸게 해줘, 다음번 발주 때도 잘 봐줄게’라는 감언이설로 을을 다독이고, 제조업계에선 ‘이번엔 좀 싸게 해줘, 다음에 물량 맞춰줄게’라는 말로 대신하죠. 을 입장에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값을 받겠다고 하는 순간, 거래가 막힐 것이 분명하니까요.

한 뮤지션의 반기

하지만 애플에 반기를 든 용감한 뮤지션이 있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자신의 블로그에 “To Apple, Love Taylor“라는 제목의 글을 올립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애플이 3개월 동안 뮤지션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제공하라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며, 아직 충분히 바로잡을 시간(애플 뮤직의 공식 런칭은 6/30)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최신 앨범은 애플 뮤직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요.

석 달이라는 시간은 무료로 일하기엔 긴 시간이며,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일해달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

애플에 정중하게 요청한다. 애플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음악 업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애플의 정책을 바로잡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애플에 무료 아이폰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의 음악을 제공해달라고 하지 마라.

Three months is a long time to go unpaid, and it is unfair to ask anyone to work for nothing.

But I say to Apple with all due respect, it’s not too late to change this policy and change the minds of those in the music industry who will be deeply and gravely affected by this. We don’t ask you for free iPhones. Please don’t ask us to provide you with our music for no compensation.

이 글은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져나갔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유명한 팝스타가 한 말이니 화제가 됐을 것이며, 거대 기업인 애플을 상대로 너희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을 한 것이니 더더욱 화제가 됐죠. 아무리 테일러 스위프트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애플을 상대로 이렇게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애플의 대답

하지만 이 멋진 항의는 애플의 멋진 대답으로 끝났습니다. 애플 뮤직을 총괄하고 있는 수석부사장 에디 큐는 트위터에 이렇게 말합니다.

애플은 앞으로 반드시 아티스트들이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

애플 뮤직은 무료 이용 기간에도 아티스트에게 스트리밍되는 것에 대해 대가를 지급할 것이다.

우리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인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사실 3달 동안 뮤지션에게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으려던 걸 번복함으로써 애플은 꽤 큰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아주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했습니다. 애플에겐 큰 위기가 될 뻔했지만, 조금의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더 큰 이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테일러 스위프트는 큰 회사에 반기를 들 줄 아는 멋진 뮤지션의 이미지를 얻었으며, 애플은 틀린 점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수정할 줄 아는 멋진 회사의 이미지를 얻었고, 이용자는 아무런 변함없이 3달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개서한 전문입니다.

http://taylorswift.tumblr.com/post/122071902085/to-apple-love-tay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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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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